빅3+헌터, 매력적이었던 2000~01시즌 밀워키
밀워키 벅스는 현 NBA 최고 선수중 한명인 ‘그리스 괴인’ 야니스 아데토쿤보(29‧213cm)의 팀으로 유명하다. 1968년 위스콘신 주 밀워키를 연고지로 창단했으며 리그에 뛰어들기 무섭게 빠르게 강호로 올라선바 있다. 신생팀같은 경우 자리를 잡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보통이지만 벅스는 달랐다.
창단 첫해인 1968~69시즌 27승 55패로 NBA의 무서움을 경험한 것도 잠시, 그로인해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번픽을 가져올 수 있었고 엄청난 거물 신인을 지명하게 된다. 다름아닌 역사상 최고의 센터중 한명인 카림 압둘자바였다. 압둘자바를 중심으로 짧은 시간에 강팀으로서의 전력을 구축할 수 있었고 창단 3년째인 1970~71시즌에 볼티모어 불리츠를 4전 전승으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다.
창단 이후 당시 밀워키 만큼 빠른 속도로 우승한 팀은 아직까지도 나오지않고 있다. 이때만해도 다음 우승까지 엄청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빠르게 첫 우승을 거머쥐었던 밀워키는 2020~21시즌이 되어서야 아데토쿤보를 앞세워 2번째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현재 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중 하나로 위용을 떨치고 있다.
아데토쿤보 시대 이전에 우승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2000년대 초반 '외계인' 샘 카셀(45·191cm), '만랩 슈가' 레이 앨런(39·196cm), '빅 도그' 글랜 로빈슨(41·201cm)으로 이어지는 빅3는 개개인의 실력에 더해 시너지 효과까지 좋았던지라 밀워키 팬들의 남다른 기대를 받았다.
특히 2000~2001시즌은 빅3에 더해 트레이드로 린제이 헌터(53‧188cm)까지 데려오며 대권을 노릴 화력을 완성했다. 이를 입증하듯 정규시즌에서 중부지구 1위라는 좋은 성적을 냈고 기세를 몰아 동부 컨퍼런스 결승까지 치고 올라갔다. 아쉽게도 앨런 아이버슨이 이끌던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에게 3승 4패로 패하면서 꿈은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7차전까지 접전을 벌였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당시 밀워키는 폭발적인 공격력 특히 앞선의 힘이 매우 탄탄했다. 2001년 4월 15일에 있었던 토론토 랩터스와의 정규시즌 경기가 대표적인데 당시 밀워키는 ‘에어 캐나다’ 빈스 카터(46‧198cm)가 이끄는 토론토를 상대로 다양한 색깔의 화력을 선보이며 맹폭격, 강호의 위상을 과시한 바 있다.
당시 밀워키는 동부 컨퍼런스 2위, 중부지구 1위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카셀, 앨런, 로빈슨의 빅3에 헌터를 앞세운 벤치 전력까지 탄탄했다. 이에 맞선 동부 컨퍼런스 5위, 중부지구 2위 토론토는 1995년 창단된 신생팀으로 캐나다를 연고로 하고 있었던지라 몇 년간은 철저한 조연에 그쳤으나 카터의 등장 이후 적지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NBA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을 잇는 새로운 스타는 누가 될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카터 역시 강력한 후보 중 한명이었다. 조던과 같은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출신이며 같은 포지션(슈팅가드), 같은 신장(198cm)에 신인왕, 슬램덩크 콘테스트 우승자 등 공통점이 많았다. 무엇보다 내외곽을 두루 장악하는 전천후 선수라는 점에서 궤를 같이했다. 무엇보다 조던이 그랬듯 엄청난 탄력이 인상적이었다. 같은 '에어'라는 닉네임이 붙은 것이 이를 입증한다.
밀워키는 앨런의 미들슛으로 첫 득점 포문을 연 뒤 뒤이어 터진 카셀의 턴 어라운드 점퍼 등으로 순식간에 6-0으로 앞서나갔다. 초반 야투가 잘 들어가지 않았던 토론토는 안토니오 데이비스의 패스를 받은 피터슨이 호쾌한 앨리웁 덩크를 성공시키며 반격에 나선다. 밀워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초반부터 높은 야투 적중률로 흔들림없는 화력을 과시했다.
선봉장은 앨런이었다. 3점 슛은 골밑 돌파에 이은 바스켓 카운트까지 얻어내며 토론토의 내외곽을 휘저었다. 반대로 토론토의 야투는 연신 림을 빗나갔다. 그런 가운데 카터가 이를 악물었다.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세컨 슛 등으로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동료들의 지원이 아쉬웠다. 무리한 공격이 이어졌고 잘 뚫어놓고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상황이 늘어갔다.
토론토의 공격은 좀처럼 중심을 잡지 못했다. 반면 밀워키는 좋은 리듬을 타면서 공격 성공률을 높여갔다. 카터가 덩크슛으로 바스켓 카운터를 얻어내자 앨런은 3점슛으로 맞불을 놓으며 토론토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토론토가 카터의 개인 공격에 의존했다면 밀워키는 카셀, 앨런 등을 중심으로 전 선수가 돌아가면서 공격을 성공시켰다. 그로인해 점수차는 계속해서 벌어져갔다.
밀워키의 야투율은 전체적으로 매우 정확했다. 거기에 실패한 슛마저 밀워키 선수들 쪽으로 떨어지는 등 다수의 행운까지 이어졌다. 중간에 교체된 식스맨들도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다. 앨런의 1쿼터 컨디션은 절정이었다. 끊임없이 내외곽에서 득점을 올렸고 경기 종료 0.4초를 남겨놓고 토론토의 반칙으로 자유투까지 얻어내는 등 원하는 대로 공격을 펼쳐나갔다.
토론토는 카터의 개인 능력에 의한 공격 말고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그런 카터마저 슛 성공률 등에서 미덥지못했던지라 토론토는 반격의 불꽃을 좀처럼 살리지못했다. 밀워키는 좋은 야투 성공률에 더해 더블 스크린 등 다양한 스크린 플레이까지도 구사하며 더욱 고삐를 당기는 모습이었다. 1쿼터는 37-20으로 밀워키의 일방적 우세였다.
밀워키 다빈 햄과 토론토 찰스 오클리가 신경전을 벌이는 등 2쿼터 초반 분위기는 양쪽 다 어수선했다. 그래서였을까, 밀워키의 경기력도 1쿼터보다는 다소 떨어진 모습이었다. 토론토로서는 점수 차를 줄일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토론토는 반전의 기회 앞에서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밀워키는 카셀의 3점슛을 기폭제로 헌터의 외곽까지 같이 터져주며 다시금 폭발하기 시작했다. 점수차는 갈수록 벌어졌고 다급해진 토론토는 3점슛을 남발했지만 번번이 림을 맞고 튕겨져 나가는 모습이었다. 2쿼터 5분여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점수 차는 51-30까지 벌어졌다. 리듬을 탄 헌터의 고감도 3점슛은 1쿼터 알렌을 방불케 할 정도로 경기를 지배했다.
이에 1쿼터에서 토론토를 멱살잡고 끌고가던 카터마저 의욕을 상실한 듯 가라앉아버린 가운데 경기 양상은 바뀌질 않았다. 1쿼터를 앨런이 이끌어 갔다면 2쿼터는 헌터가 공격을 주도했다. 포인트가드 카셀의 리딩은 변함없이 안정적이었으며 동료들의 활약에 신바람이 난 로빈슨 또한 위협적인 팁 인 덩크를 선보이는 등 힘을 보탰다. 2쿼터가 끝났을 때 점수는 67-44였다.
전반전의 부진을 의식했던 것일까, 3쿼터가 시작되기 무섭게 카터가 다시 심기일전했다. 내외곽을 부지런히 오가는 것을 비롯 허슬 플레이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카터의 투지에도 불구하고 한 번 떨어진 토론토의 야투 성공률은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 리바운드 가세와 수비는 악착같았지만 가장 중요한 골 결정력이 제자리였다.
밀워키는 토론토의 기세에 밀려 잠시 주춤하는 듯 했으나 카셀의 침착한 경기 운영으로 분위기를 넘겨주지 않았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기본기에 충실했다.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겠지만 1번 포지션이 중심을 제대로 잡고 있으니 픽앤롤, 스크린플레이 등 팀 전체 경기력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승패가 밀워키 쪽으로 기울어져가는 상황속에서도 앨런과 헌터의 슛은 자비가 없었다. 찬스만 나면 여지없이 그물을 갈랐다. 밀워키의 슛이 기복 없이 계속 터지자 토론토는 의욕을 잃었고 경기를 포기한 듯 후보 선수를 대거 기용하기 시작했다. 4쿼터 중반 이후에는 밀워키도 벤치 전력 위주로 경기를 펼쳤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결국 밀워키는 단 한 번의 위기없이 시종일관 점수를 리드해간 끝에 경기를 마쳤다. 슈팅 성공률을 비롯 여러 가지 부분에서 밀워키가 압도했고 최종 스코어는 112-88이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나이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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