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 돋았다”…얇은 옷 하나 걸친 미치광이의 정체
60년 연기인생 담아 열연
200분간 ‘허무함’ 쏟아내
2년 전 공연과 마찬가지로 단독 캐스팅으로 리어왕 역할을 맡은 배우 이순재(88)는 60년을 훌쩍 넘긴 연기 인생을 담아 그야말로 열연을 펼친다. 극 초반 세상 전부를 발 밑에 두고 있는 절대권력의 소유자로 등장한 리어왕이 시간이 지나자 얇은 옷 하나만 걸친 채 맨발로 무대 위를 걷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관객 또한 인생의 허무함을 곱씹는 시간을 갖게 된다. 옷 색깔 못지 않게 하얗게 바랜 느낌의 머리칼과 수염, 깊게 패인 주름, 특유의 탁성까지가 모두 리어왕의 현신처럼 보이는데 기여한다. 제작사는 공연이 끝난 뒤 이순재를 ‘역대 최고령 리어왕’으로 기네스북에 등재 신청을 할 예정이다.
셰익스피어 사후 7년 차(1623) 버전을 번역해 만든 이번 공연은 원작을 각색하거나 압축하지 않아 고어(古語) 문체가 살아있으면서도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셰익스피어학회장으로서 번역을 담당한 이현우 순천향대 영미학과 교수는 “원작의 운문은 운문 그대로, 산문은 산문으로 구분해 번역했다”며 “판소리에서도 흔히 사용되는 3, 4 음보 등을 활용해 말맛을 살렸다”고 밝혔다.
이순재 외에 조역들 또한 자신의 맡은 바를 충실하게 수행해낸다. 맏딸 고너릴 역의 권민중과 둘째 딸 리건을 맡은 서송희는 리어왕의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애교를 부리는 모습으로 등장할 때부터 남자에 눈이 멀어 서로를 적대시하다 죽어갈 때까지 존재감을 잃지 않는다. 원작의 주요 부분 외에 작은 부분까지 살리려고 노력했기에 충신 켄트 백작 역의 박용수, 서자 에드먼드에게 배반당하고 두눈이 뽑히는 글로스터 백작 역의 최종률 등도 감칠맛나는 대사로 관객의 집중력을 유지시킨다.
공연이 열리는 LG아트센터의 무대 또한 황량하고 축축한 고대 영국 황야의 모습을 구현해내는데 성공한 모습이다. 다만 음향의 경우 각자 톤이 다른 배우들의 육성을 전달하는데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도 존재한다. 공연은 오는 18일까지 단 16회 동안만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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