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대표선발 규정 때문에 4년 노력 물거품. 최지희의 안타까운 토로

김홍주 2023. 6. 1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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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F 농협챌린저 복식 경기 중인 최지희 (앞)

대한테니스협회는 지난달 31일, 제19회 항저우아시안게임에 나갈 남녀 각 6명의 대표 선수를 확정하여 발표했다. 하지만 선수 선발에 이의 제기가 나오는 등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번 대표팀은 철저하게 규정에 의해 선발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규정이 애매모호 한데다 시기마다, 팀마다 적용을 다르게 한 고무줄 운영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협회는 국가대표 선발규정 제3조 1항에 ‘국가대표 선수는 국내랭킹 및 세계랭킹을 기준으로 선발한다’로 되어 있으므로 선수들을 (단식)랭킹에 의해 선발하였기에 문제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같은 규정 제3조 3항에는 ‘상위 복식랭킹 보유 선수는 복식 경기 출전에 한해 대표선수로 선발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 같은 규정에 의해 남자 대표팀은 복식에 특화된 송민규(KDB산업은행)를 6명의 대표 선수 중 한명으로 선발했다. 하지만 여자 대표팀은 모두 단식랭킹에 의해서만 구성했다. 국내 여자 선수 중 복식랭킹 3위인 최지희(NH농협은행)는 선발에서 탈락했다. 최지희는 “지난 4년 간 아시안게임에 나가기 위해 내가 잘 할 수 있는 복식 부문에 매진하였지만 그동안의 땀과 노력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다”며 안타까워 했다.

실제로 최지희는 그동안 국제대회 복식에서만 27회 우승하며 복식 세계랭킹 244위를 기록 중이다. 대표팀을 은퇴한 1위 장수정을 제외하고는 한나래(부천시청)에 이은 다음 순위다. 올해에도 지난 ITF 인천대회(W25K)에서 구연우와 짝을 이뤄 우승을 거두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는 단식 부문에 각 나라별로 2명만 출전할 수 있다. 즉 6명의 대표 선수 중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복식(혼합복식 포함)에 출전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복식 전문 선수가 필요한데, 어찌된 영문인지 협회는 복식에 특화된 선수를 제외하고 모두 단식 랭킹 위주로 선발한 것이다. 

한국 여자 대표팀(감독 김정배)은 지난 4월의 빌리진킹컵 대표팀을 구성할 때는 랭킹 보다는 감독 선발로 구성하여 이번과도 형평이 맞지 않아 ‘더더욱 특정 선수를 넣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최지희는 선수 선발에 동의하지 못해 협회에 이의 제기 신청을 하였다. 다음은 최지희와 가진 일문일답이다.

대표팀 탈락 부분에서 어떤 면이 억울한가?
"대표팀에서 탈락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은 ITF 창원대회였다. 어떤 이유로 내가 선발이 되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단식 랭킹으로만 뽑았다는 얘기를 그때 처음 들었다. 아시안게임인데 단식 랭킹으로만 뽑은 것이 이해가 안됐다. 남자 대표팀은 복식 상위 랭커를 뽑아놓고, 여자 대표팀은 단식 랭킹으로만 뽑았다는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김재식 경기력향상위원장과 통화했는데, 남자팀 선발과 여자팀 선발은 전혀 다른 일이고, 남자는 감독이 처음부터 남지성-송민규 페어는 무조건 뽑아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기에 바로 승낙을 했다. 그런데 여자팀은 감독이 나에 대해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고, 마지막에 나와 특정 선수를 놓고 결정할 때 감독 의견이 단식 랭킹으로 결정을 한다고 전해 들었다."

경기력향상위원장과 대표팀 감독의 말에서 동의가 안되는 부분은 무엇인가? 
" 남자팀과 여자팀 선발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았다. 김정배 대표팀 감독이 창원에 계셔서 (면담)요청을 드리고 대화했다. 내 억울한 부분을 말씀드렸는데, 감독님이 처음에는 남자팀도 단식 랭킹으로만 뽑는다고 해서 (여자팀도)단식 랭킹으로만 뽑은 거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경기력향상위원장과 통화했을 때에는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았다고 하니까 말을 바꾸었다. 마지막에 저와 다른 한 명을 두고 고민할 때 '아무나 선발되어도 상관없다고 하셨고, 뽑아준 선수들로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대표팀 감독님이 누구보다 나를 잘 아신다고 생각한다. 같이 훈련하면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계속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처음에는 빌리진킹컵에 갔던 선수들이 무조건 (아시안게임에) 다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하셨고, 그렇게 진행하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언급되지 않은 이유를 물어보니까 한나래 선수와 내가 내년에 은퇴를 한다고 했다더라. 그런데 나는 (은퇴를) 말한 적이 없다.  ‘누구한테 들으셨나요?'라고 물어보니 '너한테는 확인을 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들었기에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도 좋지만, 후배들에게 양보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라고 의견을 제출했다고 한다.
나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아시안게임이라 기회가 더이상 없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준비하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 말문이 막혔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협회에 이의제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에 대한 답변은 받았는지?
이미 체육회에서 승인이 난 부분이고, 체육회에서도 규정 위반은 없다고 하더라. 답변서에는 “'복식 상위랭커는 복식 경기에 한해 대표 선수로 선발할 수 있다'를 언급하며, 선발 당시 세계랭킹(WTA), 국내종합랭킹(KTA) 복식랭킹 3위인 최지희 선수를 선발할 것인지, 단식 랭킹순으로 선발을 할지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들의 의견을 공유하였지만 제9차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제10차 경기력향상위원회를 개최하여 여자국가대표팀 감독의 의견을 다시 공유받았지만 제9차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제시한 의견(복식 상위랭커를 따로 선발할 필요가 없고, 랭킹순으로 선발을 해도 복식 경기력은 비슷할 것)과 변함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제10차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는 단식랭킹으로 여자 국가대표팀 선발을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라고 되어 있다.
나는 규정을 보고 지난 4년 간 복식에 중점을 맞춰 준비했다. 아시안게임에 단식은 2명만 뛰고, 복식은 2팀 4명이고, 혼합복식도 있기에 당연히 복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우리나라에서 복식 위주로 훈련하는 선수는 거의 없다. 나는 복식을 계속해서 준비하고 있었고, 복식이 더 중요한 아시안게임인데 단식 랭킹으로 뽑았다고 하니 더더욱 납득이 되지 않았다.
추가적으로 "남자팀과 여자팀 선발은 동일한 기준으로 선발할 수 없습니다. 선수 선발 조항이 명시되어 있지만, 남자, 여자 선수를 같은 기준으로 뽑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추가적으로 복식 상위 선수를 선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을 뿐, 선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팀 감독님이 규정에 어긋나는 선수를 선발할 때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바로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 경기력향상위원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식 랭킹으로 선수 선발을 해도 되고, 복식 랭킹이 높은 선수를 선발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변이 왔다.

최지희는 남자팀은 복식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복식 전문 선수를 선발하고, 여자팀은 그렇게 하지 않고 오로지 단식랭킹으로만 뽑은 것에 대해 납득을 하지 못했다. 테니스에서 단식과 복식은 엄연히 경기 전술과 전략이 다르다. 단식을 잘하는 사람과 복식을 잘하는 사람이 다르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다. 규정이 확실하고, 팀간의 형평성에서 어긋나지 않았다면, 또한 대표팀 감독의 의견이 좀더 명확했다면 이의제기까지 가는 파열음은 나지 않았을 것이다. 

선수 본인은 은퇴를 말하지 않았는데, 왜 선발 과정 중에 은퇴 여부가 고려되었을까?
"경기력향상위원장이랑 통화할 때 위원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내년에 은퇴를 하는데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씀하시더라. 처음부터 단식랭킹으로 뽑는다고 했으면 나도 단식을 더 중점적으로 준비했을 거다. 단식 랭킹 차이가 크지도 않는데, 그게 너무 억울하다고 하니까 내년에 은퇴한다고 알고 계시더라. 누구한테 들으셨냐고 물어보니 '그렇게 들린다'라고만 말씀하셨다. 대표팀 감독이 회의에서 그렇게 말씀했다고 생각한다."

최지희는 자신의 이의제기에 대한 협회의 답변서를 보고, 재차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최지희는 이번에 뽑힌 선수 중에 국제대회 단복식 우승 경험이 전혀 없는 선수와 자신의 랭킹과 커리어는 차이가 난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단식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는 2명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복식에 출전해야 하는 상황에서 왜 그런 결정이 내려졌는지에 대한 답변을 다시 기다리는 중이다.

이번에 뽑힌 여자선수들의 레벨이 비슷하기에 최지희 선수가 (복식에서) 특출한 것이 아니라는 말도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복식과 단식 경기는 완전히 다르다. 이번 빌리진킹컵 아시아 예선에서도 나는 복식으로 뛰었다. 팀에도 큰 기여를 했고, 그건 감독님도 잘 아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국제대회 우승이 하나도 없는 선수와 복식에서 많은 성적을 내고, 복식만을 준비한 선수를 보고 어떻게 (복식) 경기력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지, 그게 가장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개인의 의견 말고, 어떤 정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선수 선발을 했는지 나는 그거를 물어본 상태다. 빌리진킹컵 대표 선수를 뽑을 때는 단식 랭킹으로 하지 않았다. 당시 (단식) 4위, 5위 선수를 뽑지 않고 나와 다른 선수를 뽑을 때에는 복식을 감안하여 복식 멤버로 뽑힌 걸로 들었다. 그게 올해 초 일이다. 내가 느낀 바로는 (감독님은) 복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이다. 그걸 다 알고 계시는 감독님이 갑자기 한 달 만에 (단식 랭킹으로 뽑았다고) 말씀하시니 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대한체육회에서도 이번 대표 선수 선발 과정에 위반 사항은 없다고 하더라. 내가 원하는 것은 대표 선발 기준을 확실하게 미리 알려달라는 것이다. 단식랭킹으로만 뽑는다고 미리 공지가 됐다면 거기에 맞게 준비를 했을 것이다. 지금은 단식랭킹으로만 선발한 것이 규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이유만 대고 있다. 선수가 흘린 땀과 노력에 비한다면 너무나도 성의 없는 답변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시안게임에서의 복식 중요성을 알고, 더 복식에만 집중해 훈련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단식랭킹으로만 뽑았다고 하니… 
아시안게임이 1년 연기되면서 더 복식에만 집중했다. 일부러 등급 높은 국제대회에 출전하기도 했고, 국내대회에서도 후배 선수들(구연우, 김다빈, 박소연)과 복식하며 호흡을 맞췄다. 국내 시합에서도 단식은 기권하고 복식 랭킹을 높이기 위해 더 집중하기도 했다. 어차피 아시안게임에서는 내가 단식을 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복식에 더 집중했다. 더 높은 대회에 가야 포인트도 더 쌓을 수 있고, 상위권 선수들과 붙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거기서 1회전 탈락한다 할지라도 그렇게 도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계속 출전했었다.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을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내 테니스 인생의 목표가 사라진 느낌이다."

최지희는 이번 선발이 납득이 안 되고 억울하지만, 바뀔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후배 선수들이 공정한 룰 안에서 경쟁하고 선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더 크다. 

“선수로서 이런 억울한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선발전도 없는데, 이렇게 납득이 안 되게 일처리가 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후배 선수들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 그런 마음으로 현재 항의를 하는 것이다. 규정 못지 않게 적용하는 부분에서도 사전에 명확히 공지가 되었으면 한다. 내가 힘들더라도 이렇게 나서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글= 김홍주 기자(tennis@tenni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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