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노위 파국 장기화하나…대화·조정 사라지고 ‘갈등→파국’으로

유정인 기자 2023. 6. 1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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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파국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이다.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참여 중단에 대통령실이 ‘타협은 없다’고 강경 대응하며 노정 대화 단절 상태에서 ‘노동 개혁’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 약 400일 동안 대화와 타협으로 이견을 조정하는 절차들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는 사례는 늘게 됐다. 조정되지 못한 갈등이 파국으로 비화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한국노총이 지난 7일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을 선언한 지 11일로 닷새째를 맞았다. 대통령실이 다음날 즉각 “경사노위를 유지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 노동 정책의 원칙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한국노총이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을 선언하며 노정 갈등이 악화일로를 걸었다.

대통령실의 강경 대응에는 노동계가 ‘불법과의 타협’을 요구하고 있다는 시각이 깔렸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말 광양제철소 앞 고공농성을 경찰이 폭력 진압·체포했다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정부는 정당한 공권력을 행사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노사 법치주의의 원칙을 지키는 전제 위에서 노동개혁이 가능한 것”이라며 “대화의 문은 열려 있지만 이미 벌어진 범법을 없던 일로 해달라는 건 들어줄 수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맡는 경사노위가 유명무실한 상태에 놓이면서 정부의 일방향 추진 드라이브만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사태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통합과 협치, 대화를 통한 갈등 조정이 퇴색해 온 흐름의 연장선으로도 풀이된다. 일부 노조와 야당 등을 기득권 카르텔이자 개혁 대상으로 묶은 뒤 ‘피아 구분 → 압박 정책 → 충돌 시 타협 불가 → 단절’이라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이견을 조정하기 위한 갈등 주체들간의 대화는 극단적으로 끊긴 상태다. 노동개혁을 위한 대화와 추진력을 입법부에서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각종 개혁과 국정과제를 논의할 여·야·정 협의체는 여야가 수차례 서로 제안만 주고받는 데 그쳤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해 5월 야당을 찾아 “여·야·정 협의체가 한두 번 하고 시들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진짜 정기적이고 구체적이고 사전적으로 협의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지만 현실화하지 못했다. 윤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와의 대화는 취임 후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아 ‘최장 기간 만남 단절’ 기록을 경신해나가는 중이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설치를 합의했다. 다만 전임 정부에서도 한 차례 개최한 뒤 다시 열지 못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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