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初選이 대한민국 바꾼다] 진정한 선진화를 꿈꾸며

2023. 6. 1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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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
김예지 국민의힘(비례대표)

2023년 6월 현재 대다수 국민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했음에 동의할 것이다. 이미 대한민국은 OECD를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에게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지난해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또한 만장일치로 우리나라의 지위를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선진'의 사전적 의미는 '발전 단계나 진보 정도가 다른 것보다 앞섬'이다. 우리나라의 앞선 발전, 즉 '우리나라의 선진화'를 위해 대한민국 국민은 각자의 자리에서 힘쓰고 있다. 장애 당사자이자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에서 일하고 있는 나 또한 마찬가지다. 선진국으로서 국격에 맞는 장애인 인권 선진화는 의정활동 내내 변하지 않는 나의 목표다. 그렇기에 소관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국한하지 않고 장애인의 참정권을 비롯해 주거, 노동, 교육, 이동, 정보 접근, 문화향유 등 다양한 장애인의 삶의 영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책적, 입법적 사각지대를 찾아냈다. 또한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관련 법률 제·개정안을 대표발의하고 예산을 확보할 뿐 아니라 토론회와 언론을 통해 공론화하는 등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다.

그중 가장 무게를 두고 추진하여 얻은 성과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선택의정서' 비준이다. 2006년 12월 제61차 유엔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가 있는 모든 이들의 존엄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생활영역에서의 권리보장에 관한 내용으로, 국제인권법을 따른 21세기 최초 인권조약이다. 우리나라는 2008년 협약을 비준하고 2009년 발효됐다.

선택의정서는 협약에서 규정한 권리와 존엄성을 침해받은 개인 및 집단이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진정 및 직권조사를 통한 권리구제를 요청할 수 있음을 명시한 부속 문서인데, 우리나라는 협약 비준 시 부속 문서는 비준하지 않아 위원회로부터 비준 권고를 받고 있었다.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의 국내법적 효력을 명시한 대한민국 헌법 제6조 제1항을 통해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또한 국내법적 효력이 있었지만, 개인 진정과 직권조사 등 권리구제에 대한 내용이 뒤따르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있었다. 선택의정서를 비준해야 한다는 장애계의 목소리는 커져만 갔다.

선택의정서 비준은 국제 장애인권리 기준과 같은 위치에 서고 인권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우리나라의 과제이자 국회의원으로서 반드시 수행해야 할 나의 역할이기도 했다. 2021년 3월 당시 야당의원이었던 나는 결국 장애계의 오랜 염원이자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 사항이었던 선택의정서의 비준을 위해 여야 의원 74명의 공동발의를 이끌어냈고 '장애인권리협약선택의정 비준촉구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결의안은 같은 해 6월 본회의를 통과해 마침내 보건복지부가 8월 외교부에 선택의정서 비준을 의뢰했으며, 법제처 심사와 차관회의, 국무회의, 대통령 재가를 거쳐 가입동의안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로 돌아왔다. 그리고 긴 심사 끝에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선택의정서는 2022년 12월 본회의를 최종 통과해 모든 비준 절차를 마치고 올해 1월 14일 발효됐다.

선택의정서 비준을 이끌어냈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제 겨우 초석을 다졌을 뿐 그동안 다각적으로 차별받고 배제된 장애인의 권리 보장과 증진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사실상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는 장애당사자 개인과 단체들의 헌신적 노력과 투지로 이루어 왔다. 그러나 그 노력이 본질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바로 내가 우려하는 점이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의 내용 중 하나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희생과 노력은 1984년부터 시작되어 2001년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많은 과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타의에 의해 고립되고 계획되는 삶이 아닌 사회 내에 통합되어 자기 결정권을 누리며 일상을 영위할 권리는 정치 편향적 언론의 먹거리로 전락해버렸다. 또한 2003년부터 시작된 활동지원서비스는 표면적으로는 자리를 잡은 듯 보이지만 장애유형과 정도를 반영하지 못하는 서비스지원종합조사 문항의 문제점을 그대로 남긴 채 개인 예산제라는 새로운 국면의 전환을 기다리고 있고,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여전히 권리구제의 실효성 부족 등의 정책 및 제도적 문제를 그대로 남겨 놓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애'를 사회적 또는 인권적 모델이 아닌 의학적 모델로 정의하여 발생한 법적·제도적 문제점 또한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의 지속적인 시정 권고에도 불구하고 개선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세계 GDP 10위, 무역규모 세계 8위, 군사력 6위권으로 평가되는 '선진국 대한민국'의 장애 인권의 현재 모습은 과연 국격에 맞을까? 다방면의 장애 인권 선진화가 시도되는 만큼, 그릇된 인식과 잘못된 접근으로 숭고한 본질이 가려진 채 선진화가 선전·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우리는 선진화의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유엔 장애인권리협약과 선택의정서 비준 당사국임을 기억하고 국격을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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