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핫'반도 … 식탁서 전복·장어 사라진다

박나은 기자(nasilver@mk.co.kr), 김정석 기자(jsk@mk.co.kr) 2023. 6. 1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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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지 북상·재배면적 감소에 여름 보양식재료 생산량 뚝
전세계 기후변화發 폭염·산불 …"기록경신 넘어 기록파괴"

◆ 폭염이 바꾸는 한국 ◆

지구촌 '펄펄 끓는 6월' 시베리아 지역이 영상 40도에 육박하는 등 전 세계가 이상기온 현상으로 들끓고 있다. 사진은 11일 미국 메인대 기후변화연구소가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자료를 토대로 만든 기후 지도. 한반도 등 20도 이상인 지역은 붉은색으로, 중국 동부와 북미 남부 등 30도를 넘는 지역은 적갈색으로 표시돼 있다. ClimateReanalyzer 홈페이지 캡처

고온 건조한 날씨로 발생한 캐나다 산불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한국 면적의 40%를 태우고,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기온이 40도를 웃돌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지구촌이 이상기후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한반도도 예외가 아니다. 11일 매일경제가 기상청 기상자료 개방포털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한반도의 여름 기온은 지난 30년 동안 평균 2.7도 높아졌다. 1993년 전국의 여름 평균 최고기온은 26.1도였으나 2022년에는 28.8도로 올랐다. 민승기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는 "학계에서 최근 이상기후 현상을 '기록 경신(record breaking)'이라는 기존 표현 대신 '기록 파괴(record shattering)'라는 새로운 용어로 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급속한 온난화로 한반도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면서 한국인들의 일상도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여름철 대표 보양식으로 꼽히는 장어 생산량이 줄어들고, 인삼 재배 면적이 감소하는 등 밥상 지도가 크게 바뀌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인삼은 기온 상승으로 재배가 어려워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08년 1만9408㏊에 달했던 인삼 재배면적은 2021년 1만729㏊로 44.7% 줄어들었다. 전체 경작지 중 인삼 재배가 가능한 면적 비율은 2030년대 28.8%로 급감하고, 2060년대에는 14.5%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인삼업계 관계자는 "인삼은 생육 적정 온도가 20~25도 사이로, 기온이 높으면 재배가 어렵다"며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이번 세기 내에 한국산 인삼을 찾아보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뱀장어 개체 수도 줄어드는 추세다. 전복은 여름철 고수온 현상으로 대량 폐사가 일어나고, 먹이인 미역 생산이 줄어들면서 크기도 작아지고 있다.

기온이 오르면서 고랭지 배추와 사과, 마늘 재배 면적이 줄어들고 망고, 바나나 등 아열대 과수 재배 면적이 늘어나는 등 농작물 지도도 바뀌고 있다. 충북 제천시에서는 2021년 바나나 재배를 시작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망고, 파파야 등 아열대 과수 시험재배를 시작할 예정이다. 동해안 어획량 1위가 오징어에서 방어로 바뀌는 등 수산물 지도도 달라지고 있다.

기후변화가 바꾸고 있는 것은 밥상뿐만이 아니다. 한반도가 점차 아열대 기후로 바뀌면서 외래 흰개미·바나나뿌리썩이선충 등 해충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박나은 기자 /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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