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尹정부 대사 첫 초치 … 한미일은 베이징서 밀착 과시

한예경 기자(yeaky@mk.co.kr), 손일선 특파원(isson@mk.co.kr) 2023. 6. 1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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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싱하이밍 초치'에 中 맞불
한미일 주중대사 6일 첫 회동
"인태지역 평화·안정에 최선"
3인 모두 中에 초치 공통점
"한중관계 당분간 경색 불가피
진지한 외교통로 탐색나설것"
與신원식 "싱하이밍 추방해야"
2일 중국 베이징 시내 주중 미국대사관저에서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가운데)가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오른쪽), 다루미 히데오 주중 일본대사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번스 SNS

한·미·일 주중 대사가 중국 베이징에서 첫 회동을 하고 인도·태평양 지역 정세에 대해 논의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는 지난 2일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 다루미 히데오 주중 일본대사를 베이징 시내 주중 미국대사관저로 불러 오찬을 함께했다. 정 대사는 평소 번스 대사, 다루미 대사 등과 각기 친분을 가지고 교류해왔으나 한·미·일 3국 주중 대사가 한자리에서 회동한 것은 이날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번스 대사는 회동 이후 지난 7일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 대사·다루미 대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동맹국으로서 우리는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평화와 안정을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주중 미국대사가 이런 내용을 공개한 것을 두고 중국의 '전랑외교'에 맞서 3국이 밀착하고 있는 모양새로 해석했다. 주재국에 파견 기간이 겹치는 대사들이 친교 모임을 갖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주중 미국대사가 3국 대사 회동을 제안하고 사진과 함께 모임 내용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 대사가 지난 10일 초치되면서 이들은 한·미·일 3국 대사가 모두 중국 외교부에 초치되는 전례를 남기게 됐다. 번스 대사는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것을 놓고 중국 외교부에 초치된 바 있고, 다루미 대사도 지난달 일본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대만 문제를 거론한 것을 놓고 중국 외교부에 초치됐다.

주중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정 대사는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중국 농업농촌부의 초청으로 닝샤후이족 자치구에 출장 중인 상태였다. 정 대사는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 중국 외교부에 초치돼 눙룽 부장조리(차관보급)와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눙 부장조리는 지난 2월 주일 중국대사로 부임한 우장하오 전 부장조리의 후임으로 지난 3월 부임 이후 정 대사와 사실상 첫 만남이었다. 지난 4월 장호진 외부교 차관이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해 서울 외교부에서 만났을 때도 이들은 첫 만남을 초치로 시작했는데 양국 대사들과의 불편한 관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중국 외교부는 정 대사를 부르면서 '자오젠(召見·불러서 만나다)' 대신 '웨젠(約見·약속하고 만나다)'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웨젠은 자오젠에 비해 수위가 낮지만 한국 외교 용어로는 모두 초치에 해당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눙 부장조리는 한국에서 제기되는 싱 대사 논란을 의식한 듯 "한국 각계 인사들과 접촉하고 교류하는 것은 싱 대사의 업무"라면서 "한국 측이 현재 중한 관계의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 되돌아보고 진지하게 대하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가 정 대사 초치 사실을 공개하자 주중 한국대사관도 입장문을 내고 "정 대사는 싱하이밍 대사가 우리나라 야당 대표와 회동한 계기,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비상식적이고 도발적이며 사실과 다른 언행을 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엄중한 항의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서울과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대사 초치에 대해 심각성을 언급하면서도 향후 양국이 대화로 풀어갈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그동안 한미 워싱턴선언 등 각종 논란에도 대사 초치 카드는 꺼내 들지 않았던 중국 외교당국이 결국 정재호 대사를 불러 맞불 항의에 나선 만큼 당분간 양국 관계가 경색 국면을 맞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미국, 일본 등도 대사 초치를 계기로 고위급 대화를 시도하는 등 양국 간 진지한 외교 통로를 탐색해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최근 논란을 빚은 싱 대사를 겨냥해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하고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신 의원은 이날 오전 본인 페이스북에 "싱 대사에게 우리 국민 앞에서 진심 어린 공개 사과를 하라는 최후통첩을 하고 거부할 경우 지체 없이 지정해서 추방해야 한다"고 적었다.

[한예경 기자 / 베이징 손일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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