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받고 잠적…탈모약 해외직구 주의보

김정석 기자(jsk@mk.co.kr) 2023. 6. 1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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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인도산 무허가 탈모약
위해의약품 판정돼 통관 막혀
상품 배송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쇼핑몰 폐쇄하고 '먹튀'
명의 대여자만 검찰 송치되고
해외도피한 주범은 수사 멈춰

값비싼 탈모약 비용을 아끼기 위해 해외 직구로 무허가 탈모약을 덜컥 구매했다가 사기 피해를 보는 소비자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관세청이 의약품 등 불법 수입 집중 단속에 나서면서 탈모약 통관이 어려워지자 대금을 받고 물품을 보내지 않는 형태의 사기가 횡행하는 것이다. 특히 해외에서 탈모약을 유통하던 업주가 잠적해버리면 국내에서는 검거할 도리가 없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11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인도산 탈모약을 수입하는 A업체에 대가를 받고 명의를 빌려준 김 모씨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지난 4월 검찰에 송치됐다. A업체는 지난해 12월까지 피해자들로부터 구매대금을 받은 뒤 세관 통과가 어렵다는 이유로 상품 배송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쇼핑몰을 폐쇄하고 잠적한 상태다. 명의를 대여해준 김씨는 검거됐지만 정작 해외에 잠적한 주범들에 대한 수사는 소재지를 파악하지 못해 중지됐다.

경찰은 접수된 관련 신고가 18건이지만 실제 피해자는 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당 탈모약이 2021년부터 관세청의 통관 보류 대상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세청에 2021년 전달한 위해의약품 명단 가운데 A업체가 유통하던 인도산 탈모약이 포함됐다. 이후 관세청은 해당 인도산 탈모약의 통관을 제한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인도산 P 탈모약은 해외 직구를 통해 과도하게 불법 유통되고 있어 2021년 위해의약품 명단에 포함해 관세청에 전했다"고 설명했다.

안전한 국산 탈모약 대신 사기 위험성이 높음에도 무허가 해외 직구 탈모약에 대한 수요가 끊이지 않는 것은 가격 때문이다. A업체가 판매하는 탈모약은 1정당 200원꼴로 1정당 2000원꼴인 같은 성분의 국산 정품 탈모약에 비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의약품인 국산 탈모약을 구매하려면 2만원가량을 들여 처방전도 받아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장기간 복용하는 탈모약의 특성상 가격이 저렴한 해외 직구로 눈을 돌리기 쉽다.

한편 탈모약뿐만 아니라 비아그라, 스테로이드 등 의약품 전반의 불법 수입도 최근 늘어나는 추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한 해만 하더라도 4월까지 적발된 의약품 불법 수입 적발 금액은 15억3300만원에 달한다. 2019년 56억9900만원 수준이었던 관세법 위반 불법 수입 의약품 총액은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힌 2020년 29억3800만원으로 소폭 감소한 뒤, 2021년 84억6900만원, 2022년에는 83억5400만원으로 최근 2년간 80억원대로 올라선 상황이다. 타이레놀과 미녹시딜 등의 국내 통관을 강화하는 시스템을 시행하는 등 정부가 적극 단속에 나선 영향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관세청은 지난 4월 18일부터 100일간 식·의약품 등의 불법 수입 집중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해외 직구 간이 통관제도'의 이점을 악용해 수입 요건을 회피하는 등 불법 수입 시도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식약처에서 통보받은 내용에 따라 탈모약 등 위해 물품의 불법 수입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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