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삶처럼 … 조각들이 빚은 변주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3. 6. 1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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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 징크 이 개인전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등
17일까지 쾨닉서울 펼쳐
다비드 징크 이 조각 작품 설치 전경. 쾨닉 서울

카누 모양의 조각이 다닥다닥 벽에 붙어 있다. 다채로운 색상의 무늬와 패턴이 아로새겨진 조각들은 유약을 발라 구운 도자다. 실험 삼아 모양을 빚었는데 추상적 형태가 됐고 패턴을 새겼더니 변주가 가능해졌다.

현재 열리고 있는 광주비엔날레 출품작이기도 한 'ALL MY COLOURS' 연작은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라는 광주비엔날레 주제와도 딱 맞아떨어지는 조각들이다. 작가는 "딱딱한 도자를 구울 때 물처럼 유연하게 표현되더라. 구울 때는 어떻게 변형될지도 모르고 색과 형태에 변수가 많다. 나에게는 미술이 무엇이고 삶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는 것 같은 작업이었다. 인생도 변화하지 않나"라고 질문했다.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쾨닉 서울에서 다비드 징크 이(50)의 국내 첫 개인전 'PLAYING UNTIL FAILURE'가 6월 17일까지 열린다. 약 20점의 조각 및 영상 작업을 선보인다.

페루 출신으로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작가가 여러 재료를 구부려뜨리고, 바람을 불어넣고, 꼬아서 만든 비정형의 조각들을 연극무대의 배우처럼 전시장에 도열했고 옥상에도 설치됐다. 세라믹과 철, 돌 등이 다양하게 사용된 조각들은 심해 생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한 작업이 다음 작업으로 연결되고 영상이 오브제로 조각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내 작업은 다른 매체를 사용하며 발전해나간다"고 설명했다.

베를린예술대학에서 로타르 바움가튼 교수의 지도 아래서 민족지학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해온 작가는 자신의 복잡한 혈통을 받아들이고자 스스로를 민족지학적 관점에서 탐구해온 작가다. 페루 원주민과 중국, 이탈리아, 독일 이민자의 후손인 작가는 혈통 자체가 탈식민성의 집합체였다. 이주적 특성은 작품에도 드러난다. 조각의 무늬는 고해상도 이미지로 촬영해 대형 실크천에 인쇄돼 전시장에 나란히 걸리며 변형 가능성이 강조된다.

작가는 오랫동안 쿠바와 자신의 조국 페루의 음악가들에 관한 긴 탐구를 하기도 했다. 함께 전시된 영상 'PNEUMA, 2010'은 작가의 가장 중요한 지난 작업 중 하나다. 친구인 음악가인 율리에스키 곤잘레스 구에라가 트럼펫을 부는 짧은 영상이 반복된다. 작가는 "친구에게 악기를 한 번에 최대한 긴 호흡으로 불어달라고 주문했다. 이것은 삶과 죽음에 대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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