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그 우사인볼트’ 엘리 데라크루스 그라운드를 휘젓다
만약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이름을 날렸던 우사인 볼트가 육상 대신 야구 방망이를 잡고 재능을 발휘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신시내티 레즈의 21세 신인 내야수 엘리 데라크루스가 폭발적인 스피드로 메이저리그 데뷔 5경기 만에 팬들과 야구 관계자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11일 레즈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 레즈가 5-0으로 앞선 7회 스펜서 스티어의 중견수 쪽 2루타 때 1루 주자 데라크루스가 스퍼트를 했고, 3루 주루코치의 만류에도 질주하면서 멋진 슬라이딩으로 포수의 태그를 피해 홈플레이트를 찍었다. MLB 닷컴에 따르면 데라크루스가 1루에서 홈까지 쇄도한 시간은 11.48초, 3루에서 홈까지는 불과 3.17초 만에 주파했다. 당시 2루 주자였던 조너선 인디아는 “홈을 밟고 뒤로 돌아서니 데라크루스가 이미 슬라이딩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내가 야구장에서 본 가장 빠른 인간”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데라크루스는 8일 다저스전에선 빅리그 첫 3루타를 때렸는데, 이때 홈에서 3루까지 도달한 시간이 10.83초로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빠른 3루타’였다.
메이저리그 공식 통계 사이트인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데라크루스의 초당 스프린트 거리는 30.8피트(9.387m)다. 현재 이 부문 1위인 바비 위트 주니어(캔자스시티 로열스)의 30.4피트(9.266 m)를 앞선다.
데라크루스의 스피드는 발뿐만 아니라 팔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 그는 빅리그 두 번째 경기였던 8일 다저스전에는 1회 첫 홈런을 터뜨렸는데 당시 타구 속도가 114.8마일, 약 시속 185㎞였고, 비거리가 140m에 이르렀다. MLB닷컴이 스탯캐스트 기술을 도입한 2015년 이후 21세 이하 타자 중 둘째로 강했던 타구였다.
이런 점 때문에 MLB닷컴은 데라크루스를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2022년 홈런왕)처럼 치고, 트레이 터너(필라델피아 필리스·2021년 도루왕)처럼 달린다”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데라크루스는 11일 카디널스전까지 빅리그 5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뽑아내는 등 타율 0.316(19타수 6안타) 1홈런 3볼넷 2도루, 3타점 5득점으로 순항 중이다. 삼진을 10개나 당했지만, 그런 허점을 지적하는 게 무의미할 만큼 탁월한 재능을 뽐내며 단숨에 신인왕 후보로 떠올랐다.
/강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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