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유럽인에게 진짜배기 김치맛을

김기정 전문기자(kim.kijung@mk.co.kr) 2023. 6. 1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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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프랑스 파리에서 장문의 이메일이 왔다.

발신자는 프랑스에서 18년 동안 한식 관련 사업을 했고 현재 파리에서 한식 케이터링 업체 '미소'를 운영하는 이용경 대표다.

이 대표가 전한 프랑스의 한식당 창업 열기는 더 놀라운 수준이었다.

그는 "프랑스에서 하루 2개씩 한국 식당이 생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면서 "올해 1000개 이상의 한식당이 파리를 비롯해 프랑스 전역에 생길 것이란 예측도 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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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프랑스 파리에서 장문의 이메일이 왔다. 발신자는 프랑스에서 18년 동안 한식 관련 사업을 했고 현재 파리에서 한식 케이터링 업체 '미소'를 운영하는 이용경 대표다.

지난달 파리에서 열린 '2023 코리아 엑스포' 현장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올해 처음으로 열린 '코리아 엑스포'는 K푸드, K패션, K뷰티 등 한국의 수출상품을 보러 온 참관객 1만5000여 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이 대표의 부스에도 한식을 맛보려는 관람객이 길게 줄을 서 있어 도저히 인터뷰할 시간조차 나질 않았다. 이 대표는 인터뷰 대신 프랑스 현지 상황을 이메일로 적어 보내주겠다고 약속했고 그 이메일이 도착한 것이다.

이 대표는 한식에 대한 유럽인들의 관심이 매년 '수직 상승'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예전에는 아시아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들만 K푸드를 찾았다면 지금은 일반 소비자 전체로 층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프랑스인들도 식도락의 나라 국민답게 한식의 내용물과 'K소스'라 불리는 양념에 관심이 높다고 한다.

이 대표가 전한 프랑스의 한식당 창업 열기는 더 놀라운 수준이었다. 그는 "프랑스에서 하루 2개씩 한국 식당이 생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면서 "올해 1000개 이상의 한식당이 파리를 비롯해 프랑스 전역에 생길 것이란 예측도 있다"고 적었다.

수요에 비해 식자재 공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우후죽순 한식당이 생겨나면서 맛과 품질 저하가 우려된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 대표는 "자본력이 있는 중국 식당이 기존 한식당을 인수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대형마트를 가보면 이 대표가 한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모노프리나 카르푸의 아시안 푸드 섹션에서 가장 잘 눈에 띄는 곳에는 '좋' 브랜드가 자리 잡고 있다. 좋 김치, 좋 잡채 소스, 좋 불고기 소스, 좋 라면 등 종류도 다양하다. '좋'은 타노시(Tanoshi)라는 프랑스 회사의 한식 브랜드다. 타노시는 일본어로 '즐겁다' 또는 '좋다'라는 뜻이다. '좋'이란 브랜드도 '좋다'라는 뜻에서 따왔을 것으로 추측된다.

프랑스 대형마트의 아시안 푸드 매대엔 한국, 일본, 중국, 태국, 베트남 등 각 나라의 국기도 함께 그려 넣는다. 타노시는 프랑스 회사지만 '좋' 브랜드의 제품에는 태극기가 가격표 옆에 붙어 있다. 현지에서 만들었다는 '좋' 김치의 맛이 궁금해 한 병을 사서 시식해 봤는데 맛과 식감이 쌍팔년도 군대에서 나왔을 것 같은 '양배추 김치' 같았다.

중국 자본이 프랑스의 한식당을 점령하고 프랑스 마트 매대에 '좋' 김치와 '좋' 라면이 상단을 차지한 것을 나쁘게 볼 이유는 없다. 그만큼 K푸드에 대한 현지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진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쉬움이 큰 것도 사실이다. 해외 소비자들이 '진짜' K푸드를 맛보기도 전에 우리 기업이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 수출이 '답'인 나라에 살면서 한국 기업들이 해외 시장 진출에 너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답은 '현장'에 있다고 한다. 기업의 CEO들이 직접 나서 해외 현장을 방문해 보고 현지 소비자들과도 소통해 보는 기회를 자주 가졌으면 한다.

[김기정 컨슈머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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