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DSR 완화하면 그 다음 세입자는?

김유신 기자(trust@mk.co.kr) 2023. 6. 1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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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의 대출에 대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체 전세 가구의 52.4%인 102만6000가구가 지난 4월 기준 역전세 위험 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는 세입자들의 보증금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부의 이런 정책 방향이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염려된다.

DSR 규제는 소득에 비례해 대출 한도를 내주는 것을 의미한다. 대출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불러온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가계부채 질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2019년부터 도입돼 현재는 제도가 안착하는 과정에 있다. 정부는 이미 DSR 규제 영향에서 자유로운 특례보금자리론을 올해 초에 출시해 우회로를 열어준 바 있다. 이번에 다시 보증금 반환 목적으로 예외를 인정한다면 규제에 대한 신뢰는 허물어지고, 형평성 논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1분기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2%로 세계 34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임대인이 규제 완화로 대출을 받은 이후에 발생한다. 이번 전세사기 피해 중 상당수는 근저당이 설정된 주택에 전세로 들어가 세입자의 권리가 후순위로 밀리며 발생했다. DSR 규제 완화로 기존 세입자가 보증금을 받고 나가면, 다음에 들어오는 세입자는 대출을 낀 집에 더 큰 리스크를 안고 들어가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DSR 규제 완화는 정부 부처 간 정책 엇박자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발표한 '전세사기 특별단속' 중간 결과에서 전세사기로 검거된 2895명 중 514명(17.7%)의 범죄 유형은 '무자본 갭투자'로 분류됐다. 검찰 관계자는 "보증금 반환 계획 없이 무분별한 갭투자에 나서는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수사당국은 무리한 갭투자에 대한 엄벌 의지를 드러낸 반면 오히려 경제·금융당국이 갭투자에 대해 규제를 완화해주는 모습을 취하는 건 부처 간 정책 혼선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김유신 부동산부 kim.yoush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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