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급락에…서학개미 또 배짱 베팅
이달 들어서만 대규모 순매수
증권가에선 "투자 주의" 경고
작년처럼 가스값 반등 미지수
천연가스 가격이 2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이달 들어 국내 미국 주식 투자자들이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매수하고 있다. 여름 냉방 성수기를 앞두고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저점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천연가스 가격 상승폭이 예년만큼 크지 않을 수 있고 변동성 또한 높을 것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또 이들 상품 중 대부분이 PTP(공개거래파트너십) 대상이란 점도 주의가 필요하다. PTP란 미국 정부가 올해 초부터 원자재 관련 상품에 대해서 매각대금의 10%를 원천징수하는 제도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9일까지 '프로셰어즈 울트라 블룸버그 천연가스 ETF'(BOIL)는 국내 미국 주식 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순매수 금액은 2848만8103달러(약 368억2600만원)다. 해당 ETF는 블룸버그 천연가스 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지난달에는 순매수 상위 50위 안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고 지난 4월에는 39위(순매 금액 414만152달러)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드러지는 매수세다.
BOIL이 다시 순매수 상위 종목에 진입한 것은 천연가스 가격이 바닥을 찍었다는 심리와 아시아를 중심으로 여름철 냉방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김광래 삼성선물 연구원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국들의 고온 현상으로 여름철 냉방 관련 수요가 천연가스 가격을 지지하는 역할을 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지난해 8월 MMBtu(100만Btu)당 9달러를 넘기며 고점을 형성한 뒤 지난 9일 2.3달러를 기록하며 수직 하강했다. 3월 이후로는 2달러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달 들어 천연가스 가격이 소폭 상승한 것도 매수세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9일 보고서를 통해 "주간 천연가스 가격은 9% 상승했다"며 "미국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고온 예보가 확산되면서 전력 생산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 연구원은 "미국 천연가스 생산량 추정치가 감소한 것도 초과 공급 우려를 완화시키며 가격을 견인했다"면서 "전체 수출의 약 35%를 차지하는 서빈패스항의 유지보수로 LNG 수출이 감소하며 상승폭이 제한됐는데 이후 유지보수가 완료되면 수출이 회복되면서 가격 상승의 재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천연가스 가격이 지난해처럼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란 점에선 의견이 갈린다. 계절적으로도 천연가스 가격은 여름철 상승폭이 겨울철에 비해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고,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이달 초 보고서를 통해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지만 동시에 천연가스 가격 수준을 2달러대 중반으로 예상했다. 상승폭이 크지 않은 셈이다.
엘니뇨가 오히려 천연가스 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배런스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엘니뇨가 태평양 지역의 허리케인을 강하게 하는 반면 대서양에서는 약하게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멕시코 걸프만의 운영 일수를 늘림으로써 천연가스 공급을 원활하게 할 뿐만 아니라 향후 수개월 동안 미국의 기온을 예년보다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어 천연가스 관련주 투자자들은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BOIL은 PTP 대상이다. 다만 미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적용을 유예하면서 현재 국내 증권사들은 8월 14일까지 유예 대상이라고 공지하고 있다. 만약 유예가 연장되지 않으면 8월 15일 이후에는 매각대금의 10%가 원천징수되는 셈이다. 매매차익이 아닌 매각대금의 10%란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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