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만드는 형지, 美 FBI 제복 만듭니다"

김효혜 기자(doubleh@mk.co.kr) 2023. 6. 1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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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 까스텔바작 대표
"미국 진출에 그룹 사활 … 모든 역량 투입"
LA 현지 정부조달 납품 공장 인수 '초읽기'
캐런 배스 LA시장 만나 긍정적 반응 얻어
"1000조원 조달시장 0.1% 확보가 목표"

◆ 톡톡! 경영인 ◆

"코로나19 때 이러다 회사가 사라질 수 있겠다는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그만큼 절박한 심정으로 신성장 동력을 찾았고, 그래서 찾은 답이 바로 미국 조달시장입니다."

형지그룹이 변화하고 있다. 지난 41년 동안 이어온 가두점 기반의 3050 여성 패션 브랜드 사업과 교복 사업 대신 '해외 진출'에 그룹의 사활을 걸었다. 기존 사업만으로는 성장은 물론, 생존조차 불투명하다는 절박함을 느낀 까닭이다.

형지그룹이 그리는 새로운 미래는 미국 시장에 있다. 이를 지휘하는 지휘관은 최병오 형지그룹 회장의 장남인 최준호 사장(39)이다. 2011년 형지에 입사한 최 사장은 현장에서 실무를 익힌 뒤 2021년부터 그룹 경영 전반을 이끌고 있다. 그의 이름 석 자 앞에 붙는 직함은 무려 3개. '패션그룹형지 총괄사장' '형지엘리트 사장' '까스텔바작 대표이사'다. 그만큼 그의 어깨에 지워진 무게도 막중하다.

매일경제는 최근 인천 송도에 위치한 형지글로벌패션복합센터에서 최 사장을 만났다. 최 사장은 현재 미국 연방정부 조달 물품을 생산하고 있는 공장의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 연방정부를 대상으로 한 조달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최 사장은 "패션은 코로나19와 같은 대외 변수에 너무 민감하다. 특히 형지의 포트폴리오는 패션에 치중돼 있어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10년 전부터 미국 조달시장에 진출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형지의 미래 핵심 사업이 조달 사업이 될 수 있겠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최준호 사장이 실사를 위해 방문한 LA 생산 공장에서 FBI 납품 제품을 들고 있다.

정부 조달 사업은 대부분 경기 영향을 받지 않아 매우 안정적이다. 단적으로 경기가 나빠졌다고 해서 정부가 군에 물품 지급을 줄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조달 물품은 대체로 납품 수량에 변동이 적고 물가 상승률이 단가에 착실히 반영돼 수익성도 높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중에서도 연 1000조원 규모인 미국 조달시장은 그 규모만큼이나 진입 장벽이 매우 높다. 누구나 진입을 꿈꾸는 막대한 시장이지만 그동안 중국 기업이 꽉 잡고 있어 한국 기업이 쉽게 도전장을 내밀지 못했다.

최 사장은 "미국은 조달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꿈의 시장이지만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지를 모른다"며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다 보니 오랫동안 방법을 고심했고, 그러던 중 현지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답을 찾았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이희광 까스텔바작USA 대표의 현지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로스앤젤레스(LA)시와 접촉했다. 최 사장은 "지난달 LA시 초청으로 관저에서 캐런 배스 LA 시장을 만났는데, 형지의 LA 진출에 매우 우호적이었다"며 "해외 자본이 현지에 투입되는 것이어서 LA시에서도 형지의 진출을 반겼다"고 말했다.

현지 관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한 최 사장은 자신감을 얻었다. 빠른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현지 생산공장을 인수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이미 생산 라인을 갖추고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공장을 인수한 뒤, 형지의 기술력과 자본력을 더해 납품 규모를 점차 확대해 가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이후 조달시장 납품에 적합한 공장을 물색했다. 최종적으로 낙점된 곳은 LA 샌타페이 애비뉴에 위치한 공장으로, 현재 연방수사국(FBI) 및 육군, 해군, 공군은 물론이고 소방서에 공급하는 의류를 생산 중이다.

이번 현지 공장 인수가 완료되면 최 사장의 미국 연방정부 조달시장 진출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다. 이미 연방정부 조달시장 납품을 위한 필수 요건인 SAM(System for Award Management·미 연방조달청 계약관리 시스템) 등록도 마쳤다.

그 덕분에 요즘 최 사장의 업무 시간은 20시간이 됐다. 낮에는 한국시간에 맞춰 일하고 밤에는 미국시간에 맞춰 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 사장은 피곤하지 않다며 웃었다. 그는 "시차가 있어도 졸리지 않더라. 몸을 2개로 만들었다 생각하고 일한다"면서 "골프도 안 치고 술도 안 마신다. 그런 데에 쓸 시간조차 아깝다"고 말했다. 까스텔바작 내부에는 '에어포스1'으로 명명한 미국 연방조달청(GSA) 태스크포스(TF)가 만들어졌다. 물론 TF 팀장은 최 사장이다. 관련 인력도 계속 충원하고 있다.

형지가 추진하고 있는 미국 진출의 또 다른 축은 골프웨어 브랜드 까스텔바작의 진출이다. 올 하반기 LA의 패션 중심지인 멜로즈 거리에 조성하는 'K패션 글로벌타운' 내 까스텔바작 플래그십 스토어와 함께 K패션 홍보관을 오픈한다. 현재 까스텔바작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예고하는 초대형 광고가 건물 외벽에 걸려 있다.

최 사장은 "내년부터는 군납 조달 사업은 물론이고 까스텔바작 브랜드에서도 서서히 성과가 나올 것 같다. 미국 조달시장 전체의 0.1%를 가져오는 게 목표"라며 "회사의 미래가 달려 있으니 형지의 모든 리소스를 여기에 투입할 것이다. 미래에 모든 걸 베팅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열정과 확신에 찬 목소리로 강조했다.

최준호 사장

△1984년 출생 △단국대 행정학 학사 △2011년 패션그룹형지 구매팀 입사 △2017년 형지엘리트 특수 사업본부장 △2018년 패션그룹형지 구매생산본부장 △2021년~ 까스텔바작 대표이사 △2021년~ 형지엘리트 사장 △2022년~ 패션그룹형지 총괄 사장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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