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희극에 더한 해학적 맛…창극 '베니스의 상인들'[강진아의 이 공연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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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가득 덮는 12m 높이의 커다란 돛대 위에 올라앉은 선원이 반갑게 손을 흔들고, 갈매기가 끼룩대며 울어댄다.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인 '베니스의 상인'이 창극의 옷을 새롭게 입었다.
'리어', '트로이의 여인들' 등 고전 비극에서 한의 정서를 깊숙이 풀어낸 국립창극단이 이번엔 고전 희극에 우리 소리의 해학적인 맛을 더했다.
현대적으로 각색한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은 독점적 대자본에 대항하는 젊은 소상인들의 이야기로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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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무대를 가득 덮는 12m 높이의 커다란 돛대 위에 올라앉은 선원이 반갑게 손을 흔들고, 갈매기가 끼룩대며 울어댄다. 막이 오르며 공연장은 베니스 항구로 변신하고, 지중해의 넘실거리는 파도를 타고 우리 소리가 뻗어나간다.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인 '베니스의 상인'이 창극의 옷을 새롭게 입었다. '리어', '트로이의 여인들' 등 고전 비극에서 한의 정서를 깊숙이 풀어낸 국립창극단이 이번엔 고전 희극에 우리 소리의 해학적인 맛을 더했다.
현대적으로 각색한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은 독점적 대자본에 대항하는 젊은 소상인들의 이야기로 탈바꿈했다. 원작의 큰 틀을 따르면서 지금 시대에 맞게 이야기의 구조와 인물 관계를 손봤다.
극은 베니스 상권을 지배하는 대자본가 샤일록과 젊은 소상인 조합의 리더 안토니오가 대립하는 내용이 중심을 이룬다. 안토니오는 의형제인 바사니오의 사랑을 위해 자신의 가슴살 1파운드를 담보로 샤일록에게 돈을 빌리게 된다. 샤일록은 이를 빌미로 눈엣가시였던 소상인 조합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으려 계략을 꾸민다.
베니스를 배경으로 한 이국적인 무대에 우리 고유의 판소리가 펼쳐지는 점이 이색적이다. 하지만 그 내용은 보편적이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소수의 독점 자본가와 이를 바꾸고 개척하려는 다수 소상인의 대결 구도로 현대 자본주의의 모습이 겹쳐진다. 젊은 상인들의 연대와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의 활약으로 결국 정의와 진실이 승리한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소상인들이 어깨춤을 들썩이며 새로운 항해에 대한 기대감을 뿜어내듯 극은 활기찬 분위기를 이어간다. 희극의 맛을 톡톡히 살리는 건 극의 또다른 축인 환상의 섬 벨몬트 이야기다. 벨몬트의 상속자인 포샤와 그녀에게 반해 사랑을 쟁취하는 바사니오 그리고 이들의 친구인 네리사와 그라치아노의 익살맞은 연기가 윤활유 역할을 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역대 창극단 작품 중 최다인 62곡이 쓰였다. 전통 판소리의 장단과 선율에 바탕한 작창에 국악기·서양악기가 어우러진 16인조 음악과 전자음악을 조합했다. 특히 록 사운드를 비롯한 전자음악으로 카리스마 있고 권위적인 샤일록의 특성을 표현했는데, 법정에서 그의 죄가 밝혀지며 마지막으로 발악하고 절규하는 장면에서 김준수의 폭발적인 소리가 더해져 절정을 이뤘다. 다만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전자음악이 판소리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도 들었다.
3만여 송이의 분홍 꽃이 공중에 매달려 있는 벨몬트 섬과 희망찬 미래를 상징하는 6m 높이의 거대한 범선 등 규모 있는 대극장 무대의 볼거리를 자랑한다. 권선징악이라는 결론으로 달려가는 이야기의 흐름에서 긴장감을 주는 요소가 약하고, 서사가 길어지는 면은 아쉽다.
올곧은 안토니오와 간교한 샤일록은 각각 유태평양과 김준수가 맡아 극의 중심을 이끈다. 바사니오는 최근 '팬텀싱어4'에 출연한 김수인, 지혜로운 여성인 포샤 역은 민은경이 맡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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