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월요일] 비여 용서해다오

허연 기자(praha@mk.co.kr) 2023. 6. 11. 16: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 머리칼에 젖은 비

어깨에서 허리까지 줄달음치는 비

맥없이 늘어진 손바닥에도

억수로 비가 내리지 않느냐,

비여 나를 사랑해 다오.

저녁이라 하긴 어둠 이슥한

심야라 하긴 무슨 빛 감도는

이 한밤의 골목 어귀를

온몸에 비를 맞으며 내가 가지 않느냐.

비여 나를 용서해 다오.

- 천상병 作 '장마'

비는 모든 것을 멈추게 하는 힘이 있다. 비가 오면 우리는 가던 길을 멈추고 물끄러미 비를 바라본다. 혹은 하던 일을 멈추고 하염없이 생각에 잠긴다.

그러다 보면 가끔 빗줄기에게 뭔가 고백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더 나아가 비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바로 이런 감정을 잘 표현한 시다. 여름이다. 올해는 비가 많이 올 것이라고 한다. 비에게 용서를 구해야겠다.

[허연 문화선임기자(시인)]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