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韓에 건넨 키워드는 `규제`와 `반도체`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두 공동창업자가 한국을 찾았다. 이들이 한국에 건넨 키워드는 '규제'와 '반도체'로 요약된다.
지난 9일 오픈AI의 샘 알트만 CEO(최고경영자)와 그렉 브록만 사장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소프트뱅크벤처스가 각각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개최한 대담 행사에 연이어 참석했다. 이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도 만남을 가졌다.
오픈AI의 이번 방한은 이 회사가 각국 정책입안자들과 대화하기 위해 진행 중인 '오픈AI 투어 2023'의 일환이다. 지난 4월 일본 방문에 이어 5월부터 본격적으로 투어를 시작, 스페인·프랑스·영국·독일 등 주요 유럽국과 EU(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수장, 이스라엘·인도 등의 정부 수반을 만난 뒤 한국을 찾았다.
◇"글로벌 협력 통한 '사례 기반 규제' 필요"= 알트만 CEO는 지난달 미국 의회 사상 처음으로 AI를 주제로 열린 청문회에서 AI모델 위험성 완화를 위한 적정 규제 필요성에 동의한 바 있다. "샌프란시스코라는 버블을 벗어나 전세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며 진행 중인 이번 투어는 사용자 의견 수렴 및 협업 모색도 그 목적에 포함되나 각국 규제 동향 파악과 자사 입장 전달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도 '활용사례 기반 규제' 필요성을 내내 강조했다. 브록만 사장은 "AI 기술 자체는 계속 발전하면서 규제를 우회할 수도 있지만, 기술이 실제 활용되는 곳은 그리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영역별 특성에 따라 규제가 다르게 적용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AI 기반모델이 아니라 사용자와 닿아있는 AI 서비스에 규제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일각에선 EU AI법과 향후 G20 정상회의를 고려한 발언으로 보기도 한다. 유럽의회 주요 위원회 승인을 거쳐 이달 본회의 상정을 앞둔 EU AI법안에는 생성형AI의 기반인 GPT 등 기반모델에 대한 규제를 담고 있다. AI모델 공개 전 안전점검, 데이터 거버넌스, 위험 완화 등 조치와 학습데이터의 저작권법 위반 여부 확인을 요구한다.
이에 대해 일견 타당한 주장이지만 오픈AI의 관점에 치우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경진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가천대 법학교수)은 "칼은 식당에 필요하지만 범죄에 쓰이기도 하듯이 결국 칼 만든 사람은 책임 없다는 얘기인데, 그런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칼집에 넣어 파는 노력은 할 수 있다"면서 "오픈AI가 최근 규제 이슈에 적극 나서는 배경에는 후발주자들에 대한 '사다리 걷어차기' 의도도 내포됐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짚었다.
오픈AI는 AI 규제 관련 글로벌 협력도 촉구했다. 알트만 CEO는 "이번 여행에서 각국 정부들이 되도록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 놀라고 있다. 전세계에 AI규제가 공유돼야 한다는 데도 공감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을 만나서도 "한국이 선도적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 AI반도체 관심= 챗GPT의 하루 운영비는 70만달러(약 9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막대한 소모 전력을 포함해 비용 문제는 LLM(거대언어모델) 보유 기업들의 과제로 꼽힌다. AI학습에 쓰이는 인프라도 마찬가지다. 엔비디아가 A100·H100 등으로 시장을 장악한 GPU(그래픽처리장치)에 드는 돈도 부담이다.
브록만 사장은 "AI 기술이 진보하려면 충분한 컴퓨팅 성능, 질 좋은 데이터, 엔지니어링 기술 등이 모두 요구된다. 이 중 하나에 편중됐다면 다른 것을 키워줘야 한다"며 "미래 AI모델에 적합한 반도체 개발에 대한 안목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알트만 CEO도 "슈퍼 AI어시스턴트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며, 이를 담는 개인 IT기기도 고성능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전력이 더욱 많이 들 것인 만큼 효율적인 에너지 활용은 중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에 한국 반도체에도 높은 기대를 보였다. GPU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는 NPU(신경망처리장치)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어떤 분야에 집중하면 좋겠냐는 윤 대통령의 질문에 "반도체"라고 답했다. 한국인과 한국 기업에 전하는 메시지로 "AI를 활성하기 위한 시스템반도체 생산능력을 늘릴 것"을 첫째로 꼽았다.
알트만 CEO는 "AI 시대에는 비메모리 반도체도 필요하지만 막대한 데이터 때문에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오픈AI는 현재 대만 반도체도 많이 쓰지만 수요를 맞추려면 한국의 반도체가 필요하다. 그래서 한국과의 협력을 여러 나라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중기부는 국내 AI반도체 스타트업이 오픈AI 전용 칩을 제작하는 협력방안을 오픈AI에 제안했다. 중기부에 따르면 오픈AI 측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한국 AI반도체 스타트업에 대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오픈AI는 MS(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를 받고 MS 애저 클라우드 인프라를 이용하는 만큼, 진전을 이룬다면 MS도 논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기부는 국내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구글과 5년째 진행 중인 글로벌 컴퍼니 협력 프로그램을 오픈AI와도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오픈AI가 이례적으로 스타트업들과의 만남 시간을 할애해준 것에 감사를 표한다"며 "AI 기반 첨단산업 발전과 의미 있는 역할을 함께 하기 위해, 오픈AI와 한국 스타트업들의 얼라이언스도 잘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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