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동유럽 ‘가속페달’…폴란드 장갑차 공동생산·체코 K2전차 노크[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정충신 기자 2023. 6. 1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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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2027∼2030년 전차 50여대 구매 추진…한국·독일·미국산 검토
K-방산 ‘큰손’ 폴란드, 장갑차 구매→공동개발로 선회 기류
안제이 두다(왼쪽) 폴란드 대통령이 지난 3월 31일(현지 시각) 폴란드 동북부 오르지스 훈련장에서 마리우시 브와슈차크(오른쪽) 폴란드 국방장관과 함께 K2 흑표전차에 올라 장비를 살피고 있다.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동유럽 국가들의 안보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이들 국가의 K-방산 명품무기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K-방산 큰손으로 동유럽의 맹주이자 K-방산 동유럽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자리 잡고 있는 폴란드가 대규모 2차 구매사업을 추진 중인 가운데 K808 장갑차 공동개발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또 K2 흑표전차도 체코의 차기전차 도입 사업에 진출, 독일 미국과 함께 3파전을 전개하고 있다.

노후한 주력전차 교체를 추진 중인 체코는 한국의 ‘명품무기’ K2 흑표전차에 대해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11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방산물자교역지원센터(KODITS)에 따르면 체코 국방부는 전력 보강을 위해 2027∼2030년 신형 전차 50∼70여 대를 구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야나 체르노초바 체코 국방장관은 후보 모델로 한국의 K2 흑표전차와 독일 신형 레오파르트 2A7+, 미국의 에이브럼스 등을 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경쟁에서 선두에 선 것은 독일이다. 독일은 체코와 국경을 맞대 정치·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인 데다, 일찌감치 체코에 자국의 구형 레오파르트 전차 14대를 무상 지원한다고 예고했다. 이미 3대가 체코에 도착해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나머지 11대는 올해 말 인도될 예정이다.

일각에선 체코와 미국이 지난달 23일 국방협력협정(DCA)에 최종 서명한 점이 미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인 점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핵심 회원국인 독일, 미국과의 관계 등 외적인 요인이 체코 정부의 선택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 7일 경기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2023 연합·화동 화력 격멸훈련에서 마리우스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부 장관과 K808 차륜형 장갑차 등 신형 장갑차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의 경쟁력도 만만치 않다. 폴란드가 지난해 K2전차, K9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 국산 무기를 대거 도입하면서 유럽 국가들에 한국이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올해 2월 노르웨이 사업 수주에서 K2가 독일 레오파르트와 경쟁 끝에 아깝게 고배를 마셨지만, 노르웨이 정부로부터 한국과 독일 전차의 성능이 대동소이하다는 평가를 끌어냈다.

당시 국방부는 "기술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독일 전차와 동등 이상임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향후 한국 전차의 수출 전망은 더욱 밝아졌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체코 군사전문가인 밀란 미쿨레스키도 지난달 현지매체 인터뷰에서 "레오파르트 2A4S는 1980년대 중반 생산된 구소련 T-72와 유사한 구형 모델"이라며 "레오파르트 2A7+ 또는 2A8 모델은 구매에서 인도까지 장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폴란드가 한국 K2나 미국 에이브럼스를 신속히 인도받는 것과 대조된다"고 지적했다.

방산물자교역지원센터는 "체코 현지언론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노르웨이 전차 구매 비교 테스트 시 일부 K2 성능이 레오파르트보다 앞섰던 점이 보도되고 있다"며 "체코 국방부의 신형 전차구매 프로젝트와 관련해 미국, 독일, 한국기업 간 경쟁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K2전차, K9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 국산 무기를 대거 도입한 폴란드가 한국과 ‘차륜형 장갑차’ 공동연구개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의 차륜형 장갑차. 차륜형장갑차는 6X6 기본형(K806), 8X8 보병전투용(K808) 등 두 가지 모델로, 3년 간의 연구개발을 거쳐 2016년 5월 개발 완료돼 전력화됐다. 현대로템 제공

차륜형 장갑차는 무한궤도를 장착한 전차와 달리 일반 자동차처럼 바퀴로 움직이는 보병전투차량(IFV)을 말한다. 10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지난달 말 방사청 관계자가 폴란드를 방문해 국영 방산 그룹 PGZ 관계자와 면담한 결과 PGZ 측은 한국산 K808 ‘백호’ 차륜형 장갑차의 신규 공동연구개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지난해 7월 폴란드와 K2 전차 1000대를 수출하는 총괄계약을 체결할 당시 K808도 폴란드 측 구매 품목에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 K808 직도입에서 한국과 새로운 장갑차를 공동으로 연구·개발하는 쪽으로 선회하려는 기류가 감지된 것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총괄계약은 구매 의사가 있다는 수준이고, 이행계약을 체결해야 실제 계약이 됐다고 볼 수 있다"며 "K808은 총괄계약에 포함된 것이고 이행계약은 아직 협의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부 장관은 이달 초 방한 해 경기도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연합·합동화력격멸훈련을 참관한 후 전시된 K808에 관심을 보이며 세부제원을 질문하기도 했다. 당시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이 브와슈차크 장관의 K808 관련 질문에 "400㎞"라고 답하는 장면이 취재진에게 포착됐다.

우리 군도 K808의 성능개량 사업을 추진 중이다. 방사청은 이달 초 차륜형 장갑차 성능개량을 위한 사업 비용분석 용역을 공고했다. 이 사업은 ‘K808의 감시 및 타격 능력을 증대하고, 전투원의 생존성 보장 및 지휘통제 능력 향상을 위해 원격사격통제체계(RCWS)를 신규 설치하고 지휘통제체계를 성능개량하는 사업’이다. 기존에는 승무원이 기관총을 발사하기 위해 장갑차 외부로 나가야 했으나, RCWS가 장착되면 장갑차 내부에서 안전하게 기관총을 발사할 수 있다.

여기에 지휘통제체계 개선을 위해 차세대 다기능 무전기인 ‘전술 다밴드 다목적 무전기’(TMMR)와 ‘대대급이하 전투지휘체계’(B2CS)를 탑재하고, 전장단말기와 측면 카메라를 추가하는 방안이 연구 중이다.

K808은 2018년부터 우리 군에 실전 배치됐으며, 승무원 2명과 보병 10명을 태우고 K4 고속유탄기관총 또는 K6 중기관총으로 무장하고 있다. 최고 속도는 시속 100㎞이며, 전술 타이어를 장착해 타이어가 파손되더라도 시속 48㎞ 이상으로 주행할 수 있다.

앞으로 한국 무기 도입 시 동구권의 맹주인 폴란드 측의 절충교역 요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 측은 방사청 관계자에게 지난해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위협 증대 탓에 절충교역 없이 한국 무기체계를 구매했지만, 앞으로는 본격적으로 절충교역을 진행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절충교역은 외국에서 물자나 용역을 구매할 때 일정한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조건부 교역으로, 구매국의 물자·용역 구매나 기술이전, 현지생산 등의 형태가 있다. 여기에 독일·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유럽연합(EU) 국가들은 EU 내에서만 무기체계를 획득하도록 추진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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