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꼭 주축으로"…'태극마크'만 달면 펄펄, 안경에이스의 '마지막 도전'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나라를 대표하는 것 자체가 자부심"
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연맹(KBSA)는 지난 9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오는 9월 열리는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출전하게 될 선수 엔트리를 발표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만 25세 이하 또는 입단 4년차 이하 선수, 연령과 입단 연차 제한이 없는 와일드카드 3명(구단별 최대 1명)을 포함해 총 24명으로 구성됐다.
류중일 감독과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와일드카드로 박세웅(롯데 자이언츠), 구창모(NC), 곧 상무에서 전역을 앞두고 있는 최원준(상무-KIA)를 뽑았다. 구창모는 현재 전완근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해 있지만,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9월까지 회복이 가능하다는 판단, 최원준 내·외야 가능한 자원으로 공·수·주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박세웅은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당연히 대표팀에 합류하게 됐다.
박세웅이 '태극마크'를 달게 된 것은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총 네 번째다. 박세웅은 지난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처음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좀처럼 대표팀으로 발탁되지 못했으나, 2021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했고, 올해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도 승선했다. 앞선 세 번의 대회에서 가장 강한 임팩트를 남겼던 것은 WBC였다.
박세웅의 WBC 첫 등판은 불펜이었다. 박세웅은 B조 조별리그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 맞대결에서 4-13으로 크게 뒤진 7회말 2사 만루의 큰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라 이닝을 매듭지으며 '콜드게임'의 수모를 막아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8회에도 등판해 무실점의 투구를 펼쳤고, 이후 체코전에 나설 선발 투수로 낙점됐다.
박세웅이 선발로 등판한 상대는 체코.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체코였지만 호주에도 무릎을 꿇었던 대표팀은 박세웅을 앞세워 '경우의 수'를 노렸다. 체코전의 퍼포먼스는 절정에 달했다. 박세웅은 4⅔이닝 동안 단 59구 만에 8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는 등 1피안타 무실점의 투구를 선보였다. WBC 3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 속에서 박세웅은 홀로 팬들의 '극찬'을 받았다.
WBC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만큼 아직 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박세웅의 아시안게임 승선은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WBC 후유증 때문일까. 박세웅은 지난 4월 4번의 등판에서 단 한 번도 6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는 등 1패 평균자책점 5.12로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그렇게 아시안게임 대표팀 합류의 꿈도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5월부터 제 모습을 되찾았다.
박세웅은 5월 첫 등판에서 4⅔이닝 3실점(3자책)으로 아쉬움을 남겼으나, 두 번째 등판인 KT 위즈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이후 세 번의 등판에서 개인 3연승을 질주하는 등 5월 5번의 등판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88을 기록했다. 그리고 패전 투수가 됐지만, 지난 6일 KT전에서도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끝에 다시 한번 대표팀의 영광을 손에 넣었다.
대표팀 발탁 이후 '마이데일리'와 연락이 닿은 박세웅은 "올해 두 번째 대표팀으로 국제대회에 나가는 것이다 보니 준비를 잘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크다"며 "어린 선수들과 함께 가기 때문에 가서 내가 잘해야 될 부분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좋은 성적을 거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기쁜 소감을 밝혔다.
'시즌 초반 부진에 불안하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 "물론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라고 솔직하게 답하며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원래의 투구 밸런스와 페이스를 되찾아서 다행"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WBC에서는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KBO리그 복귀 이후 시즌 초반에는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박세웅이다. 그는 "WBC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었던 부분도 없지 않았다"며 "나와 (나)균안이가 빠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남아 있는 동안 최대한 많은 승수를 쌓아놓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박세웅의 야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수 있다. 금메달을 목에 걸 경우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까닭. 박세웅은 "병역 혜택을 생각하기보다는 나라를 대표해서 나간다는 것 자체가 자부심이다. 국가대표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것은 결국 한정적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박세웅은 "대표팀에서 개인적으로 좋은 결과들이 있었다. 이번에도 꼭 주축으로 좋은 활약을 하고 싶다"며 "동료들과 함께 좋은 성적을 거두고 한국 야구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대표팀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이 부담을 갖지 않게 도와주고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세웅은 올 시즌에 앞서 롯데 '최초' 5년 총액 90억원의 비FA 다년계약을 맺었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온다면, 2027시즌이 종료된 후 FA 자격을 얻는다. 나이를 고려했을 때 병역 혜택의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 국제대회 때마다 펄펄 날았던 박세웅이 이번에는 최고의 결과와 함께 돌아올 수 있을까.
[WBC 대표팀 시절의 박세웅,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 사진 = 마이데일리 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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