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와의 ‘행복한 동행’ 페디 “체스 다음 수 준비 중”
12경기 만에 10승. 1993년 당시 빙그레 정민철 이후 30년 만에 나온 최소경기 10승 타이 기록이다. NC와 에릭 페디의 ‘행복한 동행’이 이어지고 있다.
페디는 11일 현재까지 10승(2패)에 평균자책점 1.74로 각각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4월 기록은 특히 압도적이었다. 6경기에 선발 등판해 38이닝 동안 삼진 48개를 잡으며 평균자책점 0.47을 찍으며 4승(1패)을 올렸다.
5월 이후로는 다소 주춤하다. 여전히 준수하지만 4월이 워낙 압도적이라 조금은 차이가 보인다. 5월 이후 페디는 6경기 선발 등판에서 34.1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3.15를 기록 중이다. 규정이닝 기준 이 구간 한정으로 리그 17위다.
그러나 문제는 없다. 5월부터 페디가 선발 등판한 6경기에서 NC는 모두 이겼다. 페디가 나오는 날마다 화끈하게 타선이 터진다. 5월 들어 페디가 등판한 4경기 중 NC는 3차례 10득점 이상을 올렸다. 9이닝당 득점 지원이 평균 9.33점으로 KT 웨스 벤자민(9.96점) 바로 다음이다.
페디도 타자들의 도움을 알고 있다. 삼성전을 앞두고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그는 “등판할 때마다 워낙 지원을 많이 받으니까, 나도 타자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공을 던진다”며 “출루든 득점이든 허용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4월 이후로 조금은 페이스가 떨어졌다는 말에 페디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라는 얘기다. 페디는 “4월은 꿈과 같은 시간이었다. 이제는 투구 데이터도 축적이 되고, 상대 타선도 새로운 작전으로 나서고 있다”며 “마치 체스처럼 나도 또 다른 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두는 역시 스위퍼다. 페디가 구사한 전에 없던 이 구종에 개막 첫 달 KBO 타자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그러나 이제는 그 스위퍼가 조금씩 맞아 나가고 있다. 타자들이 스위퍼에 노림수를 가지고 접근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페디는 싱커와 커터, 체인지업을 주로 구사하는 투수다. 스위퍼는 올 봄 NC 전지훈련때 새로 장착한 무기다. 스위퍼 빈도를 줄이더라도 쓸 수 있는 다른 무기가 많다. 페디는 “스위퍼에 대한 데이터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더 잘 먹힌 면이 있다”면서 “앞으로는 가진 구종을 좀 더 다양하게 섞어서 던질 생각”이라고 말했다.
KBO 1군 무대에 선을 보인지 이제 2개월 남짓이지만, 페디는 인상 깊은 장면을 여럿 연출했다. 4월7일 키움 안우진과 펼친 선발 맞대결은 근래 보기 드물었던 최고의 투수전으로 손꼽힌다. 페디는 “안우진이 한국 최고의 투수란 걸 알고 있었다”며 “서로를 의식했기 때문에 좀 더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박세혁의) 홈런으로 경기장이 달아올랐고, 경기에서 이겼기 때문에 KBO 무대에서 좀 더 순조롭게 출발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페디는 생애 처음으로 방문한 KBO리그에서 최대한 많은 추억을 쌓고 싶다고 했다. 얼마 전 사비로 즉석 사진기를 사서 팀 동료가 홈런을 치면 사진을 찍는 것도 ‘추억 만들기’의 일환이다.
페디는 얼마나 오래도록 한국에서 추억을 쌓을 수 있을까. ‘페디 여권 어디 있느냐’는 팬들의 목소리가 계속 나온다는 말에 그는 “야구는 미래를 점칠 수 없는 스포츠 아니냐. 일단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웃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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