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 마음속의 MVP 임찬규 “내 걸 지키려는 마음을 버렸어요”

김하진 기자 2023. 6. 1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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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임찬규. 정지윤 선임기자



5월 월간 MVP를 두고 벌어진 LG내 집안 싸움의 최종 승자는 포수 박동원이었다. 함께 경쟁을 했던 임찬규는 2위에 머물렀다. 염경엽 LG 감독은 “내 마음 속 MVP는 임찬규”라고 했다.

임찬규는 지난 5월 4경기에서 4승 무패 평균자책 1.13을 기록하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사령탑의 발언을 전해들은 임찬규는 손을 내저었다. 그는 “동원이 형이 받아야 된다”라며 “동원이 형의 역할이 내가 좋은 투구를 하는데 70% 이상을 차지한 것 같다. 나머지 30%는 내가 원하 는 곳에 던져야하는게 내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시즌을 개막할 때에는 전천후 투수의 역할을 맡았던 임찬규는 어느새 팀의 3선발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임찬규는 현재 자리가 자신의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내가 이 자리를 지켜야된다라는 생각 때문에 지난해 많이 망가졌다”며 “‘지켜야한다’, ‘팀을 이끌어야한다’라는 생각이 나에게는 독이 되더라. 나는 나에게 입혀주신 색깔대로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게 선수로서 할 일”이라고 했다.

2011년 입단해 프로 데뷔 13년차를 보내고 있는 임찬규는 이제야 비로소 멘털적인 부분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나는 언제나 ‘전천후 투수’라는 생각을 하고 집중했는데 어느 순간 내가 잘 던졌던 경기만 생각하고 나가더라. 어떤 투수든 다 막을 수 있는 투수는 없고 나도 줄 점수는 주면 되는데 순간적으로 ‘왜 그렇게 했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임찬규는 올시즌 말 그대로 도를 닦고 있다. 그는 “특히 올해에는 더 도를 닦는 것 같다”라며 “지킬 게 자꾸 생기니까 지키려고 하다보면 슬럼프가 한 순간에 오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게 된다”며 돌이켜봤다.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 더이상 ‘내 것’은 없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임찬규는 “내가 홈런을 칠 수도 없고, 점수를 낼 수도 없다.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지킬 게 많아지면 ‘잘 해야지, 6이닝 던져야지’라는 생각만 하게 된다. 그런데 6이닝을 던지는건 야수들의 수비와 공격도 필요하다. 결국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공을 던지는 것과 베이스 커버 등의 수비나 사인을 확인하는 것 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잘 던진 경기도 이내 기억 속에서 지우려고 애썼다. 임찬규는 “2017년에도 잘 하다가 한 번에 무너졌다”라며 “경기 후에도 내가 무슨 생각으로 공을 던졌는지 돌이켜 보는 시간을 오랫동안 가지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지난 3일 NC전에서 5이닝 7안타 2홈런 3볼넷 7실점을 한 뒤에도 “여러가지 생각을 안 하려고 했지만 한 것 같았다”라며 반성했다.

하지만 임찬규는 이내 털고 일어섰다. 9일 한화전에서는 다시 5.1이닝 2실점(1자책)으로 호투했다. 그러면서 “6월에는 (월간 MVP가능성이) 이미 끝났다. 7점을 시작했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그게 더 좋다”라며 웃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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