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대생 사망사건` vs `구리왕숙천 사건`…닮은듯 다른 두 사건

박양수 2023. 6. 1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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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의대생 사망사건'의 고(故) 손정민씨 추모 및 한강 수색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화면 캡처

지난 2021년 여름 두건의 사망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수십억원의 상속 재산을 독차지하기 위해 지적장애 동생을 물에 빠트려 숨지게 한 혐의로 친형이 기소된 이른바 '구리 왕숙천 사망사건'이다. 또 다른 하나는 친구를 만나러 한강 공원에 나갔다가 술을 마신 뒤 5일 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한강 의대생 사망사건'이다.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점 등 두 개의 사건은 얼핏 비슷한 유형으로 보이지만, 그 결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무엇보다도 범인 검거 등 사건 해결을 위해 전력하는 경찰 등 수사 당국의 의지가 서로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닮은 사건, 다른 결과

지난 2021년 6월 28일 새벽 유산을 가로채려는 목적에서 장애인 동생을 살해한 뒤, 범행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40대 남성 A씨에 대해 대법원이 유기치사 혐의만 인정, 징역 10년형을 확정했다.

A씨는 동생(당시 38세)을 경기 구리 왕숙천 근처로 데려가 술을 못 마시는 동생에게 위스키와 수면제까지 먹인 뒤 물에 빠트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범행 후 "동생이 영화관에 간다며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선 뒤 돌아오지 않는다"고 실종 신고를 하는 등 거짓진술을 했다. 수사기관 조사 결과 2017년 6월 A씨 부모가 사망하면서 A씨와 동생은 34억원 상당의 유산을 상속받았는데, 23억원이 A씨 차지였다.

검찰은 A씨가 동생의 후견인인 사회복지법인으로부터 상속재산분할·부당이득반환 소송을 당하자 동생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봤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스스로 물에 빠져 사망했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며 A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동생을 직접 물에 빠뜨렸다는 사실을 인정할 직접 증거가 없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아무런 보호조치를 하지 않아 동생이 사망했다"면서 살인 혐의를 무죄로 보고 유기치사 혐의,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 같은해 여름 일어난 두 사건은 무엇이 다른가

2021년 4월 25일 친구의 부름을 받고 집 앞 한강으로 나갔던 손정민씨는 5일만에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당시 반포나들목 CCTV에는 26일 새벽 3시 31분 한강변 아래로 손씨가 추락하는 장면, 같이 술을 마셨던 손 씨의 친구 B씨가 손 씨를 곧바로 따라 내려가는 장면, 3분 뒤 B씨가 혼자 올라오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B씨는 동일한 장소에서 가족에게 전화를 거는 모습이 목격자의 카메라에 찍혔다.

그로부터 1시간 가량 뒤인 새벽 4시 27분 동일 장소를 떠나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 40분만에 온가족을 대동해서 다시 사건장소로 돌아온 B씨의 모습도 CCTV에 담겨 있다.

왕숙천 사건의 경우에도 직접적인 살해 증거는 없었지만, CCTV에는 A씨가 동생과 함께 강밑으로 내려가는 장면과 A씨 혼자 올라와 사건장소를 떠나는 장면이 찍혀 있다.

정황만 놓고보면 이 두 개의 사건은 너무나 닮았다. 그런데 결과는 전혀 상이하다.

'한강 의대생 사망사건'은 관할 경찰서인 서울 서초서에서 변사심의위원회를 열어 종결시킨 후 유족이 유기치사, 폭행치사로 고소하자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시켰다.

반면 구리왕숙천 사건을 맡았던 중부서는 실종신고를 접수한 뒤, A씨의 이씨 진술 등에서 수상한 점을 발견 긴급체포했다. A씨는 동생과 연락이 끊겼다고 진술한 시간에 실제로는 동생과 함께 이동하는 모습이 발견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을 했다.

결국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두 사건 중 전자는 피의자의 긴급체포 후 기소, 유기치사 확정 판결이라는 수순을 밟았다. 그와는 달리 행위의 순서와 진술의 불일치라는 점에서 유사한 사건임에도 '한강 의대생 사망사건'은 2년이 지나도록 아무 진전도 일어나지 않았다.

◇ 직접증거없는 유기치사 확정의 판례

두 개의 사건을 둘러싼 서로 다른 법적 판단은 다음의 사실을 시사한다.

경찰의 부실 수사가 사건의 진실 규명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직접 증거가 없는 사망사건의 경우 제반 증거들이 확연할 때 유기치사 확정에 의한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의 정의감, 범인을 잡겠다는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에 따라 사건 해결의 가능성이 달라진다"고 밝혔다.

현재 '한강 의대생 사망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돼 있다. 유족 측은 "오늘도 2년째 진전없는 수사를 기다리며 뼈를 깎는 고통을 오롯이 감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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