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의료현장 혼란 부른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즉시 재검토해야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 2023. 6. 1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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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이용자의 후기처럼 그 수혜는 평소 의료 이용이 쉽지 않았던 우리 국민들에게 온전히 돌아갔다.

환자들은 평소대로 비대면진료를 받고자 했지만 의료진들이 재진 여부를 판단할 수 없어 이를 거부하는 사례가 5배 이상 증가했다.

오히려 시범사업으로 비대면진료의 범위를 제한하자 의료현장은 더 혼란스러워졌고 국민의 불편은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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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비대면진료 플랫폼 이용자가 앱스토어에 남긴 후기다. 비록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한 한시적 허용이었지만 지난 3년 간 3661만건의 비대면진료가 이뤄졌으며, 이용자도 1379만명에 달한다. 별다른 규제가 없는 전면 허용 방식이 유지되면서 비대면진료는 이미 우리에게 새롭고 편리한 의료이용 방법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이용자의 후기처럼 그 수혜는 평소 의료 이용이 쉽지 않았던 우리 국민들에게 온전히 돌아갔다. 도서산간지역 거주자, 장애인, 노인 등 의료 취약계층의 물리적 의료사각지대는 물론 업무, 육아 등으로 의료 이용이 어려웠던 현대인들의 '일상 속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하며 국민들의 의료접근성을 혁신적으로 개선했다.

이용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지난해 11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2.3%가 비대면진료 이용에 만족한다고 응답했으며, 87.9%의 응답자는 향후에도 비대면진료를 활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비대면진료에 직접 참여한 의료진들도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플랫폼들이 행정절차를 대신 처리해 준 덕분에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고 환자가 적은 동네 병·의원이나 약국을 운영하는 경우 비대면이라는 새로운 창구가 생겨 직역(職域)의 전문성을 발휘할 기회가 늘었다는 의견도 부지기수다.

이에 국회도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위한 여러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계류 중인 상태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시범사업을 통해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비대면진료 대상을 동일 상병, 동일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 재진 환자로 한정했다. 비대면진료 가능 기간도 30일로 제한했다. 계류 중인 입법안을 토대로 이번 시범사업을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국회의 의료법 개정안 중 진료 대상을 이렇게 폐쇄적으로 규제한 법안은 없다. 한시적 허용과 계류 중인 법안들보다 훨씬 후퇴한 시범사업이 시행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재진환자가 비대면진료를 받으려 해도 재진여부를 증명하기 어려워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환자 본인이 직접 심평원에 청구 완료된 진료 이력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심평원 청구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누락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수가를 청구하지 않는 비급여 진료는 재진 여부를 확인할 여지조차 없다. 이런 복잡한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플랫폼을 이용하려 해도 법률적 문제로 플랫폼에서는 재진 여부 확인이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시범사업이 시행된 첫 날, 의료현장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탓에 환자들과 의료진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환자들은 평소대로 비대면진료를 받고자 했지만 의료진들이 재진 여부를 판단할 수 없어 이를 거부하는 사례가 5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시범사업의 한계는 명확했지만 복지부는 졸속행정의 책임을 지지 않고 있으며 모든 불편과 부작용은 환자와 의료진이 떠안고 있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3년 간 전면 허용된 비대면진료에서 소비자 피해사례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범사업으로 비대면진료의 범위를 제한하자 의료현장은 더 혼란스러워졌고 국민의 불편은 증가했다. 정부가 강조한 국민건강 증진과 의료 접근성 개선이라는 비대면진료의 목적을 살리기 위해서는 일선 의료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비대면진료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환자의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새겨들어 시범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보다 많은 사람의 편의와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비대면진료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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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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