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충전할 시간이 부족한 최지민… 정상화된 김기훈이 반드시 필요하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올 시즌 KIA 불펜의 최고 히트작인 단연 2년 차 좌완 최지민(20)이다. 지난해 1군에서 한계에 맞부딪힌 최지민은 길게 보면 반년 이상의 조정 프로그램을 거쳐 시속 150㎞ 이르는 강력한 구위를 장착했다. 선수의 선천적인 재능과 그 이상의 노력, 그리고 KIA 육성 시스템이 만나 이룬 쾌거로 평가된다.
다만 아직 ‘요령 있게’ 던질 수 있는 단계까지는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한 투수 출신 해설위원은 “아직은 힘으로 던지는 스타일이다. 전체적인 투구폼과 공을 던지는 과정 모두에서 에너지 소모가 크다”고 평가했다. 역시 잦은 등판을 하고 있는 임기영은 그나마 완급 조절도 능하고, 크게 힘을 들이지 않고 밸런스로도 던질 수 있는 선수다. 같은 공 개수를 던져도 체력 소모가 적다.
최지민은 힘 있는 패스트볼과 역시 빠른 변화구인 슬라이더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완급 조절보다는 상대 타자들을 윽박지르며 거칠게 몰아붙인다. 이는 최지민이 타자들을 누를 수 있는 하나의 결정적인 무기지만, 던지는 최지민 또한 힘이 들 수밖에 없다.
젊은 선수인데다 아직은 시즌 중반이니 지금은 힘이 남아있을 때다. 하지만 결국 선수가 가진 배터리의 총량은 캠프 때 이미 완성되어 있기 마련이다. 비시즌 때 만든 그 한도를 잘 관리하며 시즌을 치러야 한다. 그런데 최지민은 질롱코리아부터 시작해 이미 많은 공을 던졌고, 적지 않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요령을 한 번에 터득하기는 어려우니 결국 답은 관리와 적절한 충전일 수밖에 없다.
KIA 불펜의 사정은 그 충전을 어렵게 하고 있다. 접전이 나오는 경우가 많고, 그렇다고 경기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 필승조들이 자주 호출되고 있다. 보통 이런 경우 잘 던지고 성적 좋은 투수들이 빡빡한 등판 일정을 소화하는 경우가 많다. KIA에서는 최지민이 그런 선수다. 특히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는 장점이 있어 더 많은 타자를 상대한다. 3연투는 없었지만, 실제 최지민의 최근 6경기 중 3경기가 포아웃 이상의 등판이었고, 6경기 중 5경기에서 5타자 이상을 상대했다.
힘이 떨어지면 밸런스가 흔들린다. 그러면 투구 메커니즘이 흔들리고, 그런 상황에서 예전의 강한 공을 던지려면 그만큼 더 힘을 억지로 써야 한다. 이는 부상 위험도를 높인다. KIA 코칭스태프가 면밀하게 체크를 하고 있지만,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 찾아오고 있거나 혹은 이미 그 시간대를 통과하고 있다.
그런 최지민을 관리하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전략적으로 등판 간격과 투구 수를 조절하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최지민의 몫을 나눠 들 선수가 나타나는 것이다. KIA 코칭스태프의 논의에서 전자의 흔적이 묻어나는 가운데 후자로는 역시 김기훈(23)에 걸리는 기대가 크다. 같은 좌완에다 구위파라는 점,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는 모습까지 최지민과 겹치는 장점들이 제법 많은 까닭이다.
올해 KIA 마운드의 가장 큰 기대주 중 하나였던 김기훈은 시즌 1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08을 기록한 채 지난 5월 26일 2군으로 내려갔다. 구위는 리그 좌완 불펜 중 손에 꼽을 정도로 강력하지만, 역시 제구가 문제였다. 9이닝당 볼넷 개수가 무려 10.19개였다. 버티기 어려운 수치였다. KIA는 전략적인 관점에서 지금 김기훈을 수정하며 후반기를 도모하고자 했다.
김기훈은 퓨처스리그에서 2경기에 나갔다. 5월 31일 삼성 2군과 경기에서는 2이닝 1피안타 3볼넷 1실점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성과였지만, 6월 7일 상무전에서는 3이닝 2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한결 나은 성적을 거뒀다. 김기훈과 함께, 혹은 비슷한 시점에 내려간 네 명의 불펜 투수(김기훈 전상현 정해영 김대유) 중에서는 그래도 가장 1군 복귀와 가까운 선수라는 게 김종국 KIA 감독의 평가다.
김 감독은 10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퓨처스에서 계속 경기를 하고 있는데 김기훈은 조금씩 좋아지는 느낌이다. 전상현은 아직 컨디션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보고가 들어왔다”면서 “김기훈이 밸런스 쪽으로 조금 더 잡아가고 있다는 (퓨처스팀에서의) 보고가 있었다. 기록지를 봐도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기대했다.
김기훈은 KIA 불펜 구상의 핵심적인 비중을 차지했던 선수다. 등판 시점과 이닝, 그리고 상대 타자 유형을 가리지 않고 던질 수 있기 때문에 호출 1순위였다. 어쩌면 당초 김기훈의 몫을 지금 최지민이 홀로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냥 돌아와서는 안 된다. 반드시 정상화되어 가장 좋을 때의 폼을 찾아야 한다. 올라왔다가 문제를 드러내며 다시 2군에 가면 그때가 진짜 낭패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인 이유다.
김기훈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면 KIA는 수가 많아진다. 박준표 장현식 이준영 등 최근 좋은 불펜 투수들과 합쳐 제2의 필승조 라인을 꾸릴 수도 있다. 그래야 임기영 최지민에게 주어지는 부담감을 줄여줄 수 있다. 김기훈이 건재하다면 아무래도 취소가 잦은 장마철을 이용, 최지민을 말소해 아예 푹 쉴 시간을 주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래나 저래나 KIA 불펜의 명운을 쥐고 있는 선수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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