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우기 40년, 소중한 성과"… 말레이시아의 동방정책 [박종현의 아세안 코너]

박종현 2023. 6. 1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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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티르 전 총리 “한국 사례 훌륭”
1980년대 초부터 40년 넘게 지속
3400명 한국 유학… 동문회 결성
박진 장관 방문·여승배 대사 축하

“한국에서 공부한 유학생들이 한국과 말레이시아 우호 증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동방정책(Look East Policy) 채택 40주년을 맞이해  ‘한국 유학생 동문회’(AGIKO, THE Alumni Graduate of Institution of Korea)가 이를 기념했다. 동방정책은 마하티르 모하메드 말레이시아 전 총리가 동북아시아의 한국과 일본의 경제발전 경험을 본받자며 도입한 정책이다. 1983년 첫 유학생이 한국에서 공부한 이래 40년 동안 이어진 정책이다. 동방정책은 대상국인 한국과 일본이 말레이시아의 동쪽에 있는 나라여서 불리게 된 명칭이다. 

삼성물산이 참여해 건설한 말레이시아 쿠알라품푸르 소재 페트로나스 트윈타워의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유학생…한·말레이시아 우호 상징 

최근 더스타 등 말레이시아 언론에 따르면 한국 유학생 동문들은 슬랑오르주 방이 소재 한 호텔에서 모임을 가졌다. 모임엔 1983년 1회 파견자들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전역에서 350여명이 참가했다. 유학생 동문회원이 3371명인 것을 고려하면 전체 동문의 10% 이상이 참석한 것이다. 유학생들은 서울대, 연세대를 포함한 여러 대학에서 주로 기계, 토목, 전기공학 등을 전공했다.

이날 모임에는 여승배 말레이시아 주재 한국대사를 비롯해 한국 기업인과 교육계 인사도 다수 참석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투자통상산업부 바흐리아 모하메드 타밀 실장 등 통상 부문 인사들이 참석해 관심을 드러냈다.

한국 유학생 동문회의 잠브리 압바스 회장은 이날 “동문회는 친목 모임은 물론, 양국의 산업·경제 분야와도 연결돼 졸업생 개개인의 경력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학생 동문회가 그동안 말레이시아 소재 한국 기업체에서 직무기술 인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잠브리 회장은 “우리 동문회는 동방정책의 성공적인 구현과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결성된 것”며 “한국상공회의소와 협력해 도입된 인턴 과정 프로그램도 이런 목적에 따라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인턴 과정을 마친 청년들은 한국어를 구사하며 선진적인 노하우를 현장에서 접목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말레이시아 청년들이 한국기업체에서 연수를 받고 있는 것을 양국 경제교류의 성공적인 사례로 언급한 셈이다. 그는 또 “많은 졸업생들 공공 부문의 고위직에서 있거나 민간 부문에서 기업인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이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여승배 말레이시아 주재 한국대사(가운데)가 슬랑오르주 방이 소재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 유학생 동문회’에 참석해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 “넷플릭스 상위 10개 중 한국 드라마 7개”

여 대사도 축사에서 한국 유학생 동문회가 양국 관계 강화에 큰 역할을 해 왔다고 평가했다. 양국관계는 1960년 수교 이래 오랫동안 우호의 역사를 써오고 있다고 여 대사는 강조했다. 가령 1966년 경기도에는 말레이시아의 지원으로 말레이시아교가 건설됐다. 한국 기업들의 말레이시아 건설 현장 참여도 활발했다. 1980년대 페낭대교를 시작으로 1990년대 쿠알라룸푸르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최근 쿠알라룸푸르 메르데카118 건설 등이 대표적인 실적이다. 

여 대사는 말레이시아 현지의 한류 인기를 설명한 뒤, “며칠 전 확인해 보니 말레이시아 넷플릭스 드라마 상위 10편 중 7개가 한국 드라마인 것을 보고 새삼 놀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엔 할랄 인증을 받은 한국 음식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할랄 인증 라면에 이어 한우도 인증을 받고 수출 계약이 체결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설명처럼 동방정책은 한·말레이시아 우호관계의 초석으로 작용했다. 1980년대 초반이라면 마하티르 전 총리가 막 집권해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지던 시기다. 아시아에서는 한국·대만·홍콩·싱가포르 등이 경제발전 속도를 높이며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불리던 때다. 이런 상황에서 마하티르 전 총리가 동방정책 대상국으로 한국을 일본과 묶은 이유가 있었던 듯하다.

1998년 당시 마하티르 모하메드 말레이시아 총리(오른쪽)과 안와르 이브라힘 당시 부총리의 모습가 웃고 있다. 쿠알라룸푸르=AP·연합뉴스
말레이시아 ‘한국 유학생 동문회’(AGIKO) 회원들이 슬랑오르주 방이 소재 한 호텔에서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AGIKO 제공
◆ 마하티르의 선도적 정책…향후 과제도 많아

필자는 마하티르 전 총리와 몇 차례 인터뷰를 가졌는데,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ㅁ마하티르 전 총리는 분명히 한국에 호감을 지니고 있었다. 무엇보다 건설 분야 등에서 한국의 발전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자국 청년들이 말레이시아보다 많이 앞서 있던 일본의 사례에서 배우는 것도 좋았지만, 경제성장 속도를 높이고 있던 한국의 경험을 공유하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가 동방정책을 도입했을 때는 말레이시아가 독립한 지 4반세기를 막 지나던 무렵이었다. 25세 청년 국가 말레이시아 자국 청년을 한국과 일본에 보냈던 정책은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몇 년 사이에 진행됐다가 폐기된 정책이 아닌, 지속성을 지닌 것이었기에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외교부도 말레이시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부의 ‘한·아세안 연대구상’(KASI)이 발표된 이후 박진 외교부 장관이 처음 방문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이 말레이시아였다. 박 장관은 지난 5월 초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를 접견하고, 양국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여러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방산과 정무, 경제 부문의 논의가 이뤄졌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었다. 

말레이시아 언론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버르나마통신 등인 한·말레이시아 양국이 동방정책 도입 40주년 동안 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고 전했다. 지난해 한국은 말레이시아의 8번째 교역국이었으며, 한국은 또한 말레시이아의 7번째 외국인투자국(FDI)이었다. 

긍정적인 평가 속에 과제도 적지 않다. 양국 모두 경제발전의 성과를 보이면서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이전과 같지는 않다. 그렇기에 향후에도 말레이시아가 동방정책을 지속할지도 관심사다. 한국의 아세안 정책이 일관성을 바탕으로 지속성을 담보할지 여부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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