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맥주는 캔맥주보다 맛있다?
동일한 맥주지만 마시는 환경이 달라
거품 유무, 보관성 차이 등으로 맛 갈려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어느덧 한낮 기온이 30도를 오가는 초여름입니다. 맥주의 계절이 왔다는 뜻입니다. 여름이 오면 자연스레 생각나는 게 차가운 맥주 한 잔이죠. 냉장고에서 갓 꺼낸 맥주를 한 잔 들이켜면 그 날의 스트레스가 잠시나마 잊혀집니다.
그런데 지금 꺼낸 그 맥주, 병맥주인가요 캔맥주인가요? 그게 그거 아니냐구요? 어떤 사람들은 똑같은 브랜드의 똑같은 맥주라 해도 병맥주가 더 맛있다고 합니다. 더 맛이 풍부하다나요. 또 다른 사람들은 캔맥주가 더 신선한 맛이 난다고 합니다.
케그에서 바로 뽑아내는 생맥주야 딱 보기에도 맛이 다를 수 있다 싶지만, 진짜 병맥주와 캔맥주도 맛이 다를까요. 이번 [생활의 발견]에서는 병맥주와 캔맥주, 생맥주 간 맛의 차이에 대해 알아보기로 합니다.
'병맥'이 더 맛있는데?
우선, 병맥주와 캔맥주에 들어가는 맥주의 성분은 완전히 동일합니다. 같은 공장에서 같은 공정을 거쳐 만든 맥주를 담는 용기만 다를 뿐입니다. 그럼 맛도 완전히 동일할까요?
이렇게 끝난다면 이야기를 꺼낸 보람이 없겠죠. 인간은 생각보다 감수성이 풍부한 동물이라 맥주의 맛을 화학 성분만으로만 평가하지 않습니다. 후각, 촉각, 시각, 청각 등 다양한 조건들이 합쳐져 '맛'을 구성하죠.
병맥주는 대체로 유리잔에 부어 마시는 상황이 많죠. 아예 "우리 맥주는 전용잔에 마셔야 더 맛있다"고 말하는 브랜드들도 많습니다. 어떤 브랜드들은 따르는 방법까지 세세하게 알려주며 거품과 맥주의 비율을 맞추라는 조언까지 던집니다.
맥주를 따르며 생기는 풍부한 거품이 맥주에 부드러운 맛을 더해주기 때문입니다. 또 거품은 맥주의 탄산이 날아가는 것을 막아주고 시각적으로도 맛있어 보이는 효과를 주죠. 똑같은 맥주라 하더라도 병째 마실 때와 잔에 따라 마실 때 맛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물론 캔맥주도 잔에 따르면 똑같이 거품이 생기죠. 하지만 캔맥주는 상대적으로 잔에 따르지 않고 그냥 마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병맥주처럼 무겁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좀 더 가볍고 편한 자리에서 마시는 경향이 있는 것도 영향이 있을 겁니다.
캔맥주에선 '쇠맛'이 나서 싫다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맥주 회사들은 입을 모아 "착각"이라고 합니다. 초창기 캔맥주라면 모를까 최근의 알루미늄 재질의 캔맥주는 내부 부식을 막기 위한 코팅이 돼 있어 맛이 배어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캔맥'이 더 맛있는데?
캔맥주 선호파도 만만치 않은 숫자를 자랑합니다. 이 쪽은 나름대로 과학적인 근거가 있습니다. 캔맥주는 산소와 햇빛을 100% 차단해 생산할 당시의 맥주 맛이 그대로 지켜지는 반면 병맥주는 어두운 색의 병을 쓰더라도 햇빛이 투과되고 병뚜껑 역시 100% 산소를 막아주지 못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같은 날 생산한 맥주라 해도 캔맥주가 병맥주보다 탄산이 강하다고 합니다. 병맥주의 경우 미세하게 탄산이 빠져나가지만 캔맥주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죠.
같은 온도에 보관하더라도 열전도율이 높은 알루미늄캔을 쓰는 캔맥주가 손에 쥐었을 때 더 차가워서 좋다는 소비자들도 있습니다. 이 역시 혀 외의 다른 '오감'이 맛에 작용하는 케이스입니다.
캔맥주를 잔에 따르지 않고도 거품을 즐길 수 있게 하려는 아이디어도 계속 나오고 있죠.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아사히가 대표적입니다. 마치 참치 통조림처럼 상단 전체를 개봉하면 생맥주마냥 거품이 넘쳐흐르죠. 캔맥주의 단점을 해결하려는 노력의 산물입니다.
맥주는 '생맥'이지
그럼 생맥주는 캔맥주, 병맥주와 뭔가 다를까요. 일반적으로 생맥주라고 하면 살균처리를 하지 않아 효모가 살아있는 맥주라고 정의하는데요. 우리가 '호프집'에서 흔히 먹는 생맥주와는 완전히 다른 설명입니다. 일부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들어 즉시 판매하는 맥주가 이런 정의에 부합하죠.
우리가 술집에서 주로 보게 되는 카스·테라·클라우드 생맥주는 맥주가 전용 용기인 '케그'에 들어있을 뿐 기존 병·캔맥주와 똑같은 맥주입니다. 다만 잔에 따르면서 이산화탄소를 주입, 더 풍부한 탄산감과 함께 조밀한 거품을 만들어 냅니다. 생맥주가 더 맛있는 이유입니다.
생맥주가 맛있는 또 하나의 이유를 들자면 회전율입니다. 술집에서 사용하는 생맥주 케그는 보통 10~30리터(ℓ) 용량인데요. 20리터가 가장 일반적입니다. 500㎖ 생맥주잔 기준으로 40잔 정도 나오죠.
편의점이나 마트에 진열된 맥주들에 비해 빨리 소진됩니다. 맥주를 보관하기 위한 용도로 만든 전용 케그는 병이나 캔보다 맥주를 더 잘 보호해 주기도 합니다. 그만큼 갓 만든 맥주의 맛을 지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한 줄 요약을 해 볼까요. 병맥주와 캔맥주, 생맥주는 모두 똑같은 맥주다. 다만 잔에 따르느냐, 그냥 마시느냐, 전용 노즐로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느냐 등 환경의 차이가 있다 정도면 어떨까 싶습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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