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기후위기] 캐나다 최악 산불 두고…Blame Canada vs Don't

정종오 입력 2023. 6. 1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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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두고 ‘네 탓' 여전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도 캐나다 산불 관련 소식을 전했다. 자유의 여신상이 희뿌연 오렌지빛 연기로 휩싸여 있다. [사진=Heated]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캐나다 퀘벡을 중심으로 발생한 수백 건의 동시다발적 산불을 두고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분위기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최근 수백 건의 산불이 캐나다에서 발생하면서 그 영향으로 미국 동부 도시 여러 곳이 희뿌연 연기로 뒤덮였다.

미국 언론들은 앞 다퉈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뉴욕시 등이 최악의 공기질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화로 사라졌던 마스크가 다시 등장했다고 아우성을 쳤다. 아이들은 학교를 가지 못하고 외출도 제한받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고 호소했다.

이중 보수매체로 잘 알려진 미국 뉴욕포스트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캐나다로 돌렸다. 뉴욕포스트는 ‘Canuck wildfires plunge NYC into eerie, smoky hell, Blame Canada!’라는 제목을 달았다. 번역하자면 “캐나다인 산불은 뉴욕시를 으스스하고 연기가 자욱한 지옥으로 빠트렸다. 캐나다를 탓하자!”로 읽힌다. 조롱섞인 문구로 캐나다에 책임을 묻고 있는 모습이다.

캐나다 퀘벡 등에서 발생한 산불의 영향으로 미국 동부 도시들이 오렌지 빛으로 물들었다. 최악의 공기질 상태를 나타냈다. [사진=NOAA]

‘Blame Canada’는 1999년 극장판 ‘사우스 파크’ OST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가상의 공간인 ‘사우스 파크’ 부모들이 그들의 아이들이 캐나다에서 만들어진 영화를 보고 말썽을 피우자 캐나다를 비난하는 모습을 그렸다.

당시 이 곡을 썼던 미국 음악감독 마크 샤이먼(Marc Shaiman)이 또 한 번 불을 지폈다. 샤이먼은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2023년 판 ‘Blame Canada’를 다시 썼다”고 언급한 뒤 “숨을 쉴 수 없어! 지금 내 폐는 괴로워하고 있어! 나는 알아! 캐나다 탓이야! 맨해튼을 악취 나는 난파선으로 만들었어!”라고 비디오를 통해 공개했다.

뉴욕포스트가 이 같은 헤드라인을 내보내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관련 해시태그를 불이면서 이를 따라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예컨대 “ 흐릿한 하늘이 보이나? 캐나다를 탓하라(#blamecanada)”, “희뿌연 연기 냄새는? 캐나다를 탓하라” “오늘은 외출을 못한다! 캐나다를 탓하라” 등이다.

반면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의 다른 매체는 “기후 변화는 현실이고 (캐나다 산불로) 직접 체험하고 있는 것”이라며 “수천 마일 떨어진 산불은 물론 극심한 날씨와 재난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휩쓸면서 우리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도했다.

'네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 마련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여전한 기후변화 둘러싼 ‘내로남불’=뉴욕포스트는 이번 산불로 미국의 여러 도시가 최악의 공기질을 보였고 그 책임은 캐나다에 있다는 것을 넌지시 적시한 셈이다. ‘캐나다를 탓하자(Blame Canada)’는 제목까지 끌어다 놓았다.

뉴욕포스트는 이어 관련 오피니언 기사를 통해 ‘Smoky New York isn’t climate change—it’s bad forest management(희뿌연 뉴욕은 기후변화가 원인이 아니라 잘못된 숲 관리에 있다)’고 보도하면서 이번 산불에 대한 대비책과 대응을 제대로 못한 캐나다 정부를 지목했다.

이 같은 기사를 뉴욕포스트가 보도하자 미국인과 캐나다인들을 중심으로 ‘Blame Canada’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몇몇 미국인들은 “공감한다”며 기후변화는 과장된 측면이 있으며 언제나 지구의 기후는 천천히 변해왔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심지어 캐나다가 야생동물을 보호하느라 숲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 이번 대형 산불 확산의 한 원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6월 8일자 뉴욕포스트 헤드라인.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이 뉴욕을 최악의 공기질 상태로 빠트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Heated]

반면 캐나다인이라고 밝힌 한 독자는 “‘Blame Canada’라는 최근 (뉴욕포스트의) 헤드라인을 읽고 모욕감을 느꼈다”며 “(밴쿠버에 살고 있는데)지난 8~10년 동안 이곳의 공기 질은 매우 안 좋았는데 그 원인은 미국의 캘리포니아, 오리곤, 워싱턴의 산불 때문이었다”고 운을 뗐다.

그럼에도 캐나다는 ‘미국 탓’을 하지 않았다며 기후변화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고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과 대응을 무시하는 이들이 이번 사태에서 ‘비난받을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희생양을 만들 게 아니라 궁극적 문제 접근과 해결책을 고민하자는 주문이었다.

미국의 ‘Blame Canada!’ 해시태그에 대해 캐나다인들은 “Sorry!(미안!)”란 말로 쿨(?)하게, 짧게 대응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뉴스레터를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뉴스레터 매체 ‘Heated’는 최근 이 같은 일련의 사태를 언급하면서 ‘Don’t blame Canada(캐나다 탓이 아니다)’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Heated 측은 관련 기사를 통해 “이번 산불로 미국이 최악의 공기질을 보인 것은 캐나다 잘못이 아니다”라고 지적한 뒤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키고 그 악화에 원인이 있는 화석 연료 회사를 비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캐나다는 미국 동부에서 계속되는 산불 연기의 건강 위기에 대해 책임이 없다”며 “(탓을 하려면) 기후 오염자, 기후변화 대응 방해자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기후변화를 늦추고 지구온도 1.5도 상승을 방어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나서고 있는데 이를 방해하는 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Heated 측은 “온실가스 증가로 지구가 가열되고 가뭄과 건조한 날씨가 북극권에 이어지면서 이번 산불이 발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구 가열화에 따른 기후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기후변화, 북극권 아킬레스건=북극은 지구촌에서 다른 지역보다 2~3배 빠르게 가열되고 있다는 게 지금까지 과학적 관측 결론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북극은 땅이 없다.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2022년 9월 북극 바다얼음 규모. 북극은 9월에 연중 바다얼음 면적이 최소 규모를 보인다. 북극 바다얼음 면적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노란색 선은 1981~2010년 평균값. [사진=NASA]

얼음으로 뒤덮였던 곳에서 해빙(바다얼음)이 녹으면 얼음면적보다 바닷물 면적이 더 넓어진다. 바닷물은 얼음보다 햇볕을 더 많이 흡수한다. 바닷물은 흡수한 햇볕으로 다시 온도를 높인다. 이 때문에 또 다시 얼음이 더 빠르게 녹는 악순환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북극뿐 아니라 북극권(약 북위 66도33분 이상지역)의 이상현상도 눈여겨봐야 한다. 시베리아 등 영구동토층이 녹고 있다. 이런 일련의 북극권 상황에 건조한 날씨가 더해지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만들기에 충분하다. 기존 시스템으로서는 방어가 불가능하다.

영구동토층이 녹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커진다. 영구동토층 등 북극권의 대부분은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 더 많다. 이런 여건에서 산불이 발생하면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이번 캐나다 산불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수백 곳에서 산불이 발생했는데 접근이 쉽지 않은 곳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극(권)의 지구 가열화 가속화는 지구촌 전체의 ‘기후변화 아킬레스건’에 다름 아니다.

캐나다 산불과 미국 최악의 공기질을 두고 ‘네 탓’하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기후변화에 대한 현 상황과 이를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할 시간에 ‘내로남불’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기후변화 논의는 그 역사가 깊다. UN을 중심으로 1987년 몬트리올의정서, 198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설립, 1997년 교토의정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등을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고 전 세계가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국제적 목소리를 낼 때마다 역사적 사진 속에 담겼는데 정작 현실 속으로 들어갔을 때는 ‘빛바랜 사진’처럼 희미해지고 현실적 이익만을 좇는 것은 여전하다. 당장의 이익을 위해 기후변화 대응보다는 화석 연료를 여전히 태우고 대량생산에 나서고 있는 곳이 지구촌이다.

이 상황에서 지구촌이 기후변화의 지금을 과학적으로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방어하기 위한 ‘연합 전선’을 만들 수 있을지…. 현 상황으로서는 어불성설이란 지적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6월 7일(현지시간) 미 뉴저지주 포트리에서 한 남성이 캐나다 산불로 오염된 대기 속 조지 워싱턴 다리를 바라보며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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