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Zoom] 살아있는 물이라 불린 용천수를 아시나요

제주방송 정용기 2023. 6. 1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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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Zoom'은 제주에 대해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지만, 알고 있다고 하기엔 애매한 '그 무언가'를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박식한 수준까진 아니지만 애매한 '그 무언가'를 조금이나마 긁어줄 수 있도록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땅에서 솟아나는 지하수인 용천수


하루에 물 얼마나 쓰시나요. 환경부가 조사했더니 국민 1명이 하루에 쓰는 물은 평균 295ℓ라고 합니다.

1인당 물 소비량은 독일, 덴마크 등 주요 유럽 국가들보다 2배 이상 높다고 합니다. 99%에 달하는 상수도 보급률 덕택이겠죠.

상수도가 보급되기 전 사람들은 물이 나고 흐르는 곳으로 모였습니다. 물 없이 못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물을 중심으로 마을이 만들어졌습니다.

제주에선 지하수가 땅위로 솟는 용천수(湧泉水)를 중심으로 마을이 들어설 정도로 삶의 근간이었습니다.

상수도가 보급되면서 안타깝게도 용천수를 향한 대접이 현재는 많이 달라졌답니다.

제주시에 위치한 용천수 모습


땅에서 솟는 지하수.. 지금은 마실 수 있어?

우선 용천수는 지하수입니다. 빗물이 지하로 스며든 후 큰 물줄기를 따라 흐르다 암석이나 지층의 틈새를 통해 솟아납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내놓은 제주 용천수 이야기를 보면 과거 도민들은 용천수를 ‘산물’이라고 불렀습니다.

여기서 산물은 살아있는 물을 의미합니다. 이 단어 하나에서 도민들이 용천수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식수로 쓰일 정도로 맑았습니다. 현재는 높은 해발 고도의 일부 지점을 제외하곤 먹는 물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제주자치도가 용천수 보완 관리계획 수립을 위해 2020년 수질을 조사했더니 상당수가 먹는 물 기준(질산성질소 1ℓ당 10㎎)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시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엉알물에서 질산성질소가 1ℓ당 30.9㎎이 검출돼 기준치의 3배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서귀포시에 있는 용천수 물놀공간인 논짓물


멀지 않은 곳에서 용천수를 확인할 수 있어?

그렇습니다. 여름 물놀이 공간이나 목욕탕, 물이 흐르는 생태공원으로 조성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쓰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서귀포시 하예동의 논짓물, 제주시 삼양동 셋다리물, 제주시 도두동에 있는 도두오래물을 들 수 있습니다.

현재는 예년만 못하지만 제주시 외도동 월대천 역시 용천수가 풍부하게 흐르는 곳으로 유명했습니다.

또 학교에서는 용천수에 직접 찾아가 지하수가 왜 제주의 생명수이고,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수업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주소지가 나오지 않아서 찾아가기 힘들 뿐이지 용천수는 우리 주변 가까이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삶의 터전 깃든 용천수 이젠 푸대접

다만 모든 용천수가 물놀이 공간, 목욕탕으로 활용되고 있지 않습니다. 방치되거나 관리되지 않은 용천수가 훨씬 많습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등에 따르면 도내 용천수는 1,025곳에 달합니다. 이 중 661곳은 위치 확인이 되지만 70%에 가까운 448곳이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쓰이지 않는 이유는 방치되거나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용출지점이 훼손되거나 수질오염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270곳은 개발 등의 여파로 매립되거나 사라졌습니다. 94곳은 위치가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전수조사.. 용천수 가치 주목한 환경단체

제주도민의 지하수 의존도는 절대적입니다. 현재 용천수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용천수는 결국 지하수이기에 삶과 무관하다 볼 수 없습니다.

이에 2018년부터 용천수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는 환경운동연합은 매년 용천수 100곳 정도를 직접 찾아가 현재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제주시 애월읍, 한림읍 구석구석에 있는 용천수 조사가 이뤄졌고, 올해는 제주시 한경면과 서귀포시 대정읍, 안덕면 소재 용천수 조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용천수 가치에 주목하는 건 여전히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용천수가 있고, 체계적 관리를 위한 제도가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과거 공사현장에서 용천수가 나오는 모습


용천수 보전 조례 있는데 유명무실하다고?

2014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제주자치도 용천수 활용 및 보전에 관한 조례가 있습니다. 10년마다 관리계획을, 필요 시 5년마다 보완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2017년 용천수관리계획이 수립됐습니다. 계획을 토대로 용천수 실태조사, 정비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나 용천수 주변 개발을 규제할 수 있는 근거는 없습니다.

관련법이라 할 수 있는 지하수법에도 용천수 관련 내용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에 제주특별법 8단계 제도개선 과제로 용천수 이용 제한, 규제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용천수는 지하수가 말 그대로 용천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하수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며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용천수를 적극 활용해 농업에도 활용하면 지하수의 지속가능성도 확보할 수 있다. 무엇보다 도민들의 관심이 용천수 보전의 관건”이라고 밝혔습니다.

JIBS 제주방송 정용기 (brave@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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