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또 ‘가짜술’로 집단중독·사망…“정부 창고 메탄올 훔쳐 제조” [세계엔]

조빛나 2023. 6. 1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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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중독을 일으킨 ‘미스터 사이다’ 제품. 동네 맥주 전문점에서 판매됐다 (사진 출처:러시아 내무부)


'보드카의 나라'로 알려진 러시아지만 요즘은 무알콜 음료나 저알콜칵테일도 많이들 마십니다. 맥주 소비도 늘면서 곳곳에 맥주 전문점도 생겼습니다.

그런데 동네 맥주 전문점에서 판매하던 한 저알콜칵테일이 러시아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 4.7% 저알콜주 마시고 102명 집단 중독...32명 사망

'미스터 사이다'라는 브랜드에서 생산한 사과주를 마신 사람들이 심각한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는데 피해자가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지난 3일 서부 울랴노브스크주에서 최초 피해 신고가 접수된 이후 펜자, 니즈니노브고로드, 추바시, 우드무르트 등 인근 지역에서도 똑같은 피해가 드러났습니다.

러시아 보건부와 지역 당국 집계에 따르면 9일 현재까지 102명이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32명이 숨졌습니다. 피해자 가운데는 미성년자 5명과 임산부 1명도 있었습니다.

가장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울랴노브스크주 보건 당국은 "피해자들이 전날 '미스터 사이다' 제품을 마신 후 시력 저하와 복통, 가쁜 호흡 등의 증세를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문제의 제품은 30리터짜리 큰 통에 담겨 유통됐다. 맥주 전문점은 일반 플라스틱병에 담아 소비자들에게 판매했다.(사진출처 :러시아 내무부)


문제가 된 제품은 사마라 지역의 한 업체에서 제조했습니다. 알코올 도수는 4.7%로, 사과나 배 향이 첨가된 일종의 칵테일 술이었습니다.

제조사는 병에 술을 담지 않고 30리터짜리 큰 통에 담아 맥주 전문점에 유통했습니다. 맥주 전문점은 소비자들이 원하는만큼 일반 플라스틱병에 담아 팔았습니다. 제품에는 상표나 생산 일자, 품질보증 표시도 없었습니다.

당국은 불법 제조 제품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경찰이 제조업체를 압수 수색을 했더니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들로 가득했습니다.

‘미스터 사이다’ 제조시설에서 발견된 정체 불명의 액체들 (사진 출처:러시아 내무부)


제조업체 대표는 구속됐습니다. 2021년 가을에 이 업체를 설립했는데 그 이듬해 무자료 주류 판매 혐의로 행정 처분을 받은 전력이 조사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러시아 연방 소비자 권리보호 감독청은 러시아 서부지역에서 '미스터 사이다' 6만 5천 리터를 압수하고 판매 중지 명령을 내리렸습니다.
수도 모스크바에서도 대대적인 점검이 이뤄졌는데, 미스터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도 불법 주류 제조와 유통과 관련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 "치사량의 메탄올 검출"..."정부 창고에 압수된 메탄올 훔쳐서 술 제조"

집단 중독의 원인은 메탄올로 확인됐습니다.
압수된 제품을 분석한 결과 치사량의 메탄올을 비롯한 여러 불순물이 검출된 것입니다.

에탄올은 술의 원료가 되지만 메탄올은 공업용으로 사용되는 유독 물질입니다. 보건 당국은 "에탄올과 메탄올은 색깔이나 맛, 냄새가 거의 동일해서 구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제조 업체는 메탄올을 어디서 구했을까요?
알고 보니 정부 창고에서 보관 중이던 압수제품이었던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러시아 내무부는 "연방 국가 기관의 창고에서 압수품으로 보관 중이던 메탄올 6톤을 사마라 주민 2명이 훔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사마라 주민 2명이 경찰의 도움을 받아 국가 창고에 들어가 메탄올을 훔쳤고, 이를 '미스터 사이다'에 원료를 납품하는 업자에게 전달했다는 것입니다.

정부 창고 관리책임을 물어 내무부 사마라 지역 부국장과 경제 및 서비스 지원부장이 해임됐고, 메탄올을 훔친 주민과 경찰, 공급업자가 줄줄이 구속됐습니다.

■'가짜술' 피해 계속되는 러시아

러시아에서는 '가짜술'로 인한 집단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대 피해는 2016년 말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지역에서 일어났습니다. '산사나무주'라고 판매된 술을 마시고 76명이 숨졌는데, 메탄올이 들어있었습니다. 당시 제조업자는 자동차 유리 세척액을 물로 희석한 후 플라스틱병에 담아 '산사나무주'라고 쓰고 지인의 가게에서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성분 분석 결과 메탄올 함량이 36%~57%까지 나왔습니다.

2021년 또다시 두 건의 대형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메탄올이 든 술을 마시고 오렌부르크 지역에서 36명 예카테린부르크 지역에서 44명이 목숨을 잃은 것입니다.

2년 만에 발생한 '가짜술' 파동에 러시아 사회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주류 생산과 판매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지만 막지 못했습니다.

전통 사과주 생산자 협회는 '사이다(사과주)'라는 명칭 사용 기준을 엄격히 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고 러시아 의회도 관련 법 규정 정비에 나섰습니다. 이번에는 '가짜술' 문제를 뿌리 뽑을 수 있을까요.

[연관 기사] 러시아서 사과주 마시고 18명 숨져…“메탄올 함유” (뉴스광장)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9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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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빛나 기자 (hym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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