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야, 가을야구가 하고싶니? 패배보다 더 아픈 '디테일' 부족→1992 우승멤버의 좌절 [대구초점]

김영록 2023. 6. 1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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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가 더 단단해지고 강해지려면 이런 실수가 나오면 안된다."

"주자가 '(짧은)안타니까 2루까지만 가야지' 예상만 하고 우익수의 포구를 확인하지 않았다. 우익수의 저글이 나왔는데도 3루까지 못 갔다. 롯데가 오늘 승패를 떠나서 더 단단해지고 강해지려면, 아까 김민석처럼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를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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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와 삼성의 경기. 2회초 2사1, 3루 김민수가 1타점 안타를 치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6.10/

[대구=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더 단단해지고 강해지려면 이런 실수가 나오면 안된다."

야구 선배의 탄식이 터져나왔다. 31년전 팀의 마지막 우승을 이끌었던 코치는 고개를 떨궜다. 상대의 뒷목을 서늘케 한 공격력 만큼이나 불거진 집중력 부족이 아쉬웠다.

롯데는 1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7대9로 패했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팬들이 쉽게 원정응원석을 떠나지 못하도록 열정을 불살랐다.

3-9로 뒤진채 시작한 9회초, 롯데는 4안타 2볼넷을 묶어 타자 일순하며 4득점 빅이닝을 만들었다. 특히 전날 쐐기포를 쏘아올렸던 전준우는 이날 몸살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대타로 출격, 적시타를 치며 롯데 야구의 낭만을 과시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강하게 맞선 훌륭한 마무리였다. 하지만 '디테일'은 부족했다.

롯데의 3루 주루코치는 KBO 통산 최다 도루(549개)에 빛나는 '대도' 전준호다. 1992년 롯데의 마지막 우승을 이끈 주축 멤버이기도 하다.

1사 1,2루에서 렉스의 적시타가 삼성 1루수 오재일의 글러브를 꿰뚫었다. 정보근을 홈으로 보낸 전 코치는 1루 주자 김민수를 바라보며 계속해서 힘차게 팔을 돌렸다. 마음이 급했던 삼성 우익수가 공을 한차례 떨어뜨렸기 때문.

김민수가 2루에 머무르자 팔을 돌리던 전준호 3루 코치가 안타까워하고 있다. KBSN스포츠 캡쳐

하지만 1루주자 김민수의 시선은 엉뚱한 곳을 향했다. 공을 잡는 우익수도, 3루의 전 코치도 보고 있지 않았다. 김민수가 그대로 2루에 머무르자 전준호 코치가 고개를 숙이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현역 시절 '재간둥이'로 유명했던 류지현 해설위원도 "지금 롯데에서 주루 실수가 나왔다"며 날카롭게 지적했다.

"주자가 '(짧은)안타니까 2루까지만 가야지' 예상만 하고 우익수의 포구를 확인하지 않았다. 우익수의 저글이 나왔는데도 3루까지 못 갔다. 롯데가 오늘 승패를 떠나서 더 단단해지고 강해지려면, 아까 김민석처럼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를 해야한다."

류 위원이 설명한 '김민석의 플레이'는 이날 5회 나왔다. 1사 2,3루 상황에서 윤동희의 짧은 중견수 뜬공이 나왔을 때 김민석은 과감하게 홈으로 파고들었다. 포수 김재성이 홈에서 공을 잡고 기다릴 만큼 완벽한 아웃타이밍. 하지만 김민석은 홈플레이트 바깥쪽으로 미끄러지며 왼팔을 뻗어 홈을 노렸다.

비디오 판독 결과 주심은 "포수의 홈충돌 방해로 인해 세이프"라는 판정을 내렸다. 김재성의 왼발이 홈플레이트 앞을 막음에 따라 김민석의 주로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 멋진 판단력과 절묘한 슬라이딩이 만든 1점이었다.

롯데가 1-3에서 1점 따라붙는 순간이었다. 비록 롯데가 5~7회 6점을 내주며 무너지긴 했지만, 흐름을 바꿀 수 있었던 중요한 센스플레이였다.

5회초 1사 2, 3루 윤동희의 짧은 중견수 플라이 때 3루주자 김민석이 득점하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6.10/

9회초의 실수 역시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진 않았다. 다음타자 이학주가 볼넷을 얻어내 만루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류 위원은 "롯데는 지금 상위권에 있는 팀이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더 치열한 경기를 해야한다. 또 가을에 단기전을 치르려면 이런 부분(디테일)에서 밀리면 안된다"고 진심어린 충고를 남겼다.

류 위원은 전날 4연패를 끊어낸 롯데를 두고 "다운 사이클이 오래가긴 하는데, 뎁스 자체가 예전과는 다르다. 쉽게 떨어지진 않을 거다. 어떤 강팀도 50패는 할 수밖에 없다. 잘 버티고 있고, 쓸수 있는 카드가 많다. 한동희를 2군에 내릴 수 있는 팀 아니냐"며 격려를 건네기도 했다.

한동희의 빈 자리를 메우고 있는 선수가 바로 김민수다. 군필에 한방 장타력까지 갖춘, 타팀도 탐내는 유망주다. 이날도 3타수 2안타 2타점을 올리며 팀 타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5회말 홈송구 실책에 이어 9회초 집중력 부족까지 노출한 점이 아쉽다.

대구=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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