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과 민주당의 ‘부적자 공생’ [노원명 에세이]

노원명 기자(wmnoh@mk.co.kr) 2023. 6. 1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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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일으킨 가장 최근의 말썽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려면 시간이 한참 걸린다. 물론 말썽이 너무 잦은 탓이다.

심지어 하루도 못 돼 하나의 말썽이 새로운 말썽으로 전이되는 경우도 있다. 가령 민주당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이래경이라는 인물의 ‘천안함 자폭’ 발언이 문제가 되자 이를 해명하러 나온 권칠승 수석대변인이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에게 “부하들 다 죽이고~” 같은 악담을 해서 사고 치는 식이다. 그게 지난 5일이었는데 8일에는 주한 중국대사가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주제넘은 내정간섭 발언을 하는 무대 멍석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깔아주고 말았다.

‘돈 봉투’ 송영길과 ‘코인 게이트’ 김남국은 벌써 관심권에서 멀어졌다. 민주당에선 큰 사고를 쳐도 며칠 만에 후발 주자에게 뉴스의 중심 자리를 물려주고 뒤로 빠진다. 오늘의 민주당이 어제의 민주당을 덮어버린다.

국민의힘의 유일한 문제는 그런 더불어민주당에도 진다는 것이다. 한국갤럽 최근(6월2일 발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년 총선에서 여당 승리를 전망한 응답은 37%로 야당 승리 49%보다 12%P 낮았다. 이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35%로 더불어민주당 32%보다 높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더 높게 나오는 여론조사도 많다.

중간층이 얇아진 양극의 정치에서는 상대 실수에서 반사이익을 얻기가 예전만큼 쉽지 않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개딸은 개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힘이 지금보다 0.1%만 더 매력이 있었다면 더불어민주당에 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의 유이한 문제는 너무너무 매력이 없다는 것이다.

다윈의 세계에선 적자 자리를 놓고 경쟁이 벌어진다. 그 세계에선 더 나은 쪽으로 진화한 개체가 변화에 뒤처진 개체를 괴멸시킨다. 이 냉엄한 법칙이 한국 정치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대신 ‘부적자 공생체제’가 튼튼하게 뿌리를 내렸다. 참 못났지만 자신만큼이나 못난 상대를 의지하며 자책도, 회한도 없이 못난 대로 살아가는 세계다.

부적자들이 공생하는 세계에선 한 개체의 무능과 타락이 이 개체의 소멸이 아니라 전체 생태계의 수준 하락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더불어민주당이 타락하면 더불어민주당이 망해야 정상이다. 국민의힘이 무능하면 국민의힘이 망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부적자 공생 체제에선 더불어민주당이 더 타락하면 국민의힘은 더 무능해지는 식으로 서로 수준을 맞춰 나간다. 하향평준화다. 이 나라 좌파의 문제가 뭔 줄 아는가. 우파까지 함께 망친다는 것이다. 이 나라 우파의 문제가 뭔 줄 아는가. 좌파에게 위기감을 못 느끼게 한다는 것, 그래서 계속 저 꼴로 살아가게 한다는 것이다.

부적자 공생 체제를 결딴내지 않으면 이 수준 낮은 플레이를 언제까지나 보고 있어야 한다. 정치는 재미없으면 안 보면 그만인 프로야구가 아니다. 저질의 정치가 어느 임계점에 이르면 우리 공동체 자체를 저질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답은 하나다. 정치에 적자생존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적자 경쟁을 하는 개체가 출현해서 경쟁 회피의 생태계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내년 총선이 그 변화의 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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