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의석 감독 “한국형 디스토피아 ‘택배기사’, 영화 두 편 찍은듯”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ksy70111@mkinternet.com) 2023. 6. 11. 07: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의석 감독이 “기사, 댓글도 못 볼 만큼 떨린다”며 공개 소감을 밝혔다. 제공| 넷플릭스
조의석 감독이 냇풀릭스 ‘택배기사’로 국내에 흔치 않은 디스토피아 장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택배기사’는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 전설의 택배기사 ‘5-8(김우빈 분)’과 난민 ‘사월(강유석 분)’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6부작 드라마. 이윤균 작가의 동명 웹툰을 바탕으로 조의석 감독이 극본과 연출을 맡았다.

조의석 감독은 “기사도 못보고 댓글도 못보겠더라. 잘 보셨나 하는 조바심이 들었다. 영화를 만드는 것 보다 떨리더라”라고 공개 소감을 밝혔다.

지난달 12일 공개된 ‘택배기사’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다수 시청했다.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넷플릭스가 집계하는 주간 ‘넷플릭스 톱10’에 따르면, ‘택배기사’는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7일간 총 3511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비영어) 부문 2주 연속 1위에 올랐다. 공개 셋째주에도 5위 자리를 지키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조 감독은 “친구들은 재미있게 봤다고 하더라. 친구가 순위를 캡처해서 보내줬는데 깜짝 놀랐다. 올라 가더라도 10위권에서 천천히 올라갈 줄 알았다. 영화와 너무 다르다”고 얼떨떨해하며 “‘택배기사’는 한국적인 느낌이 나는 디스토피아 작품이다. 그래서 전세계 관객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조 감독은 “영화 두 편을 찍은 느낌이다. 그 정도로 힘들더라. 에피소드마다 기승전결을 만들어야 하고, 작품 전체의 기승전결이 있어야 한다. 그걸 두고 작가님들과 고민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사월이의 성별이 원작에서는 여성이었으나 드라마에서는 남성으로 바뀌면서 ‘여성 서사를 지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조 감독은 “원작에서는 소녀 사월이가 택배기사 5-8을 만나는 이야기였지만, 제가 기획 단계에서 스토리 구성하는데 수정했다. 사월이를 여자로 만들면 멜로 라인이 생길 것 같더라. 제가 자신 없는 장르가 멜로, 에로, 호러다. 심사숙고 하다가 남자로 가자고 결정했고 원작 작가님이 ‘마음대로 각색해도 된다’고 허락해주셔서 그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작 팬들이 아쉬워할 것 같다는 생각은 했다. 그래서 원작에 없던 설아라는 인물을 만들고, 대통령을 통해 강한 여성 캐릭터를 보여주는 등 보완을 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디스토피아’ 라는 장르는 미개척지다. 소위 말해 ‘잘 팔리는’ 장르가 아닌만큼 작품 자체가 적다. 또 CG(컴퓨터그래픽)를 통해 배경을 구현해야해 제작비도 많이 든다. 그럼에도 조 감독은 “해볼만한 도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황폐화, 사막화된 서울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미술팀이랑 CG팀이 콘셉트 아트 레퍼런스를 많이 보여줬습니다.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과감하게 도전했어요. 블루 매트에서 촬영한다는 게 저나 배우나 힘들어요. CG, 미술팀이 만드 스케치 장면을 보여주면서 어떤 배경이 들어가는지 일일이 설명해야 하고요. 그렇지만 결과물은 만족스러웠습니다. 배경 뿐 아니라 지하로 간 코어층에는 마스크가 필요없고 특별층엔 단순한 마스크, 일반층에는 밖에서 특수 마스크가 필요하다는 설정을 하고, 군인, 택배기사 등 직업별로 마스크를 다 달리 만들기도 했어요.”

조의석 감독이 김우빈의 인성에 감탄했다. 제공| 넷플릭스
캐스팅은 어떻게 했을까. 조 감독은 먼저 택배기사 5-8 역의 김우빈에 대해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접촉했다. 김우빈이 ‘우리들의 블루스’를 찍을 때였다. 미팅했는데 (함께) ‘한 작품 더 하고 싶었다’고 하더라. 과거 영화 ‘마스터’ 촬영할 때 서로 너무 좋았기 때문에 다시 한번 잘 해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스터’ 때 까불까불한 역할이었지만 굉장히 젠틀하고 속이 깊은 친구더라. 스태프들을 다 챙기고 예의있었다. (비인두암 투병이라는) 큰 일을 겪고 나서 눈을 보니 눈빛이 더 깊어졌더라. 목소리에도 울림이 생겼다. 5-8과 같은 전사를 가진 사람이 아닌가 했다”며 싱크로율이 높았다고 했다.

조 감독은 “김우빈이 촬영에서 특별히 배려하는 건 싫어한다. 그래서 원래 액션은 무리한 것은 대역을 써야 하지 않나 했는데 본인도 현장서 촬영할 때 ‘내가 해야겠다’고 욕심을 내면서 액션을 많이 소화하더라. 5-8이 원작에서 항상 담배를 물고 있다. 그게 인상적이라 넣고 싶은데 담배를 피우면 절대 안되는 상황이라 CG로 넣었다. 자연스럽게 잘했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촬영하면서는 서로 배려해주고 스스로도 관리를 잘했다. 스태프들 보듬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나보다 어른이다’ 싶더라”고 김우빈의 인성을 칭찬했다.

절친한 친구인 배우 송승헌에 대해서는 “계속 작업을 같이 하고 싶었다. 송승헌도 ‘아무 역할이나 좋다’고 했다. 그래서 맡겼다”며 “잘생긴 얼굴에서 악인의 면모가 풍겨나오는 변신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악역인 류석 역을 제안한 이유를 밝혔다.

송승헌과 김우빈. 두 사람 모두 조의석 감독과 다시 작품을 하고 싶다는 강한 의사를 밝혔다. 배우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조 감독은 “다른 감독님들과 비교해서 특별한 차이점은 없는 것 같다. 배우들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이다. 자기 캐릭터는 본인이 제일 잘 알지 않나.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상은 배우들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면서 “큰 소리 안내고 조용히 있어서 그런가?”라며 장난스레 덧붙이기도 했다.

최근 시즌을 이어가는 OTT 작품들이 많다. ‘택배기사’도 시즌을 이어갈까. 조 감독은 “스핀오프도 가능하고 시즌2도 생각해 둔 이야기가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제작사와 이야기한 바는 없지만 시청자들의 호응이 중요하지 않겠나”라며 관심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성공한 K 콘텐츠, 한국 시리즈물, OTT 영화 작품들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제 작품을 보고 한국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또 다른 감독님의 작품을 기대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 재미있게 봐주길 바란다. 대사나 상황도 계급이 나눠진 세계관, 환경 등에 대해 생각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조 감독은 “에피소드 1과 2는 세계관 소개와 캐릭터 빌드업을 하는 편이어서 루즈하게 볼 수 있는데 3부 부터는 시원한 액션과 본격적인 드라마가 펼쳐진다. 조금만 참으면 3부 부터는 더 재미있어진다”고 관전 포인트를 들려주며 시청을 당부했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Copyright © 스타투데이.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