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로저스급 센세이션, 한화에 승리 보증수표 괴물 투수 떴다···왼손 파이어볼러에 더 젊다[SS스타]

윤세호 2023. 6. 11.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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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선발투수 리카르도 산체스가 10일 대전 LG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제공 | 한화 이글스


[스포츠서울 | 대전=윤세호기자] 빠른 선택이 적중했다. 지난해 악몽을 잊지 않고 외국인투수가 이상 징후를 보이자 곧바로 교체를 단행했다. 그리고 새 외국인투수가 매 경기 승리를 이끈다. 2015년 대체 외국인투수 에스밀 로저스를 떠오르게 하는 특급 활약이다. 한화가 왼손 선발투수 리카르도 산체스(26) 효과를 누리고 있다.

등판마다 승리를 부른다. 산체스는 10일 대전 LG전에서 112개의 공을 던지며 8이닝 2안타 8탈삼진 2볼넷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오지환에게만 안타를 맞았고 득점권 상황도 두 차례만 내주며 경기를 지배했다. 3회초 갑자기 내린 폭우로 경기가 40분 이상 지연됐음에도 흔들림 없이 임무를 완수했다. 마치 베테랑처럼 경기 재개 후 커브 위주로 볼배합을 하면서 상대를 무력화시켰다.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이닝인 8회초였다. 마지막 타자 김민성과 9구 승부를 벌었고 112구째 151㎞ 속구로 김민성을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이날 평균 구속 149㎞ 속구, 그리고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을 조합해 더할 나위 없는 모습을 보였다. 산체스는 3승째를 거뒀고 한화는 산체스가 등판한 6경기 모두 승리했다. 평균자책점 1.39의 산체스가 오면서 어느 팀, 어느 투수와 붙어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한화다.

8년 전 로저스도 그랬다. 데뷔전부터 9이닝 1실점 완투승을 거두더니 꾸준히 괴물 같은 활약을 펼쳤다. 4일 휴식 후 등판에도 괴력을 보였고 당시 선발투수가 부족했던 한화의 구세주가 됐다. 로저스는 이듬해인 2016시즌에도 한화와 재계약을 맺은 바 있다.

한화 이글스 선발 에스밀 로저스가 2015년 8월 16일 포항 구장에서 진행된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투구를 준비하던 중 공을 살피고 있다. 포항 | 스포츠서울DB


둘이 마냥 같지는 않다. 로저스는 처음 한국 무대를 밟았을 당시 만 30세였다. 메이저리그 경력자로 커리어는 뛰어났지만 내구성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실제로 KBO리그 2년차인 2016시즌 부상으로 인해 6경기 출장에 그쳤고 코칭스태프와 트러블도 일으키며 한화를 떠났다.

산체스는 많이 다르다. 20대 중반 투수며 선발투수로서 커리어도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쌓을 가능성이 높다. 태평양을 건너 산체스의 투구를 직접 봤던 김진영 스카우트는 “투구 메커닉과 유연성이 정말 좋다. 무엇보다 산체스는 좌타자 상대로 몸쪽 승부를 했다. KBO리그에서 좌투수가 좌타자 몸쪽에 공을 던지는 경우가 정말 없는데 산체스는 그게 됐다”고 설명했다.

산체스는 이에 대해 “좌투수로서 좌타자 몸쪽에 던지는 게 어려운 것을 안다. 나 또한 꾸준히 훈련했고 배우는 데에도 오래 걸렸다. 그래도 꾸준한 훈련을 통해 터득했다”며 “좌타자 입장에서 몸쪽에 빠른 공을 던지면 강한 타구를 보내기 힘들다. 오늘도 좌타자 몸쪽이 잘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이 내 생애 최고 투구였다. 지금까지 8이닝 무실점을 한 적이 없다. 100개가 넘는 공을 던진 것도 오늘이 처음”이라며 “마지막 112구째 공도 그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 다시 던지라고 하면 못 던질 것 같다. 다음 등판도 있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으면서 던졌는데 그렇게 빠른 공을 던질 줄은 몰랐다”고 미소지었다.

한화 리카르도 산체스가 지난 10일 대전 LG전에서 호투한 후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제공 | 한화 이글스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점은 자신이 등판한 6경기에서 모두 팀이 이겼다는 것이다. 산체스는 “한국에서 내게 정말 많은 선물을 주는 것 같다. 오늘 같은 퍼포먼스도 좋지만 내가 나갈 때마다 승리할 수 있다는 게 정말 기분이 좋다”다“며 “나는 한화가 꾸준히 이길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여기에 왔다. 실제로 계속 이기고 있고 내가 던질 때 우리 동료들이 더 편안한 마음으로 긍정적으로 경기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새 환경에 대한 만족감도 드러냈다. 그는 “오늘부터 투구수 제한이 풀렸다. 새로운 날씨에도 적응이 많이 됐다. 가족들도 한국에서 만족하며 잘 지낸다. 계속 도전하는 마음으로 계속 팀 승리에 기여하고 싶다. 우리 가족들도 그런 모습을 내게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기량이면 한 살이라도 젊은 게 좋다. 그만큼 전성기를 길게 이어갈 수 있다. 이른바 장수 외국인이 됐을 때 성공 확률도 올라간다. 무엇보다 한화는 어느 팀보다 왼손 선발이 필요했다. 산체스가 지속적으로 활약한다면 모처럼 건강한 이닝이터를 얻게 된다.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이고 떠난 버치 스미스 대신 최하위 탈출을 이끌 적임자가 나타났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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