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人] (22) 디지털 시대 연구하는 인문학자 이용욱 교수

나보배 2023. 6.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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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가 가져올 미래 연구해 '매혹적인 메타버스와 챗GPT' 공동 집필
"기술 발달로 사회 재구성될 것…그 어느 때보다 인문학 필요한 시기"

[※ 편집자 주 =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 대학들은 존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학과 통폐합, 산학협력, 연구 특성화 등으로 위기에 맞서고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지방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학 구성원들을 캠퍼스에서 종종 만나곤 합니다. 연합뉴스는 도내 대학들과 함께 훌륭한 연구와 성과를 보여준 교수와 연구자 또 학생들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하려고 합니다.]

전주대 한국어문학과 이용욱 교수 [촬영 나보배]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결국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인간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가장 이롭게 사용할 방법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할 때 발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전주대학교 한국어문학과 이용욱 교수가 최근 '불길하면서도 매혹적인 메타버스와 챗GPT'를 편찬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은 같은 대학 게임콘텐츠학과 윤형섭 교수, 영어영문학과 황요한 교수, 한국어문학과 백진우 교수 등 4명이 공동 집필했다.

이 교수는 "저자로 참여한 교수들 전공이 과학 기술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며 "하지만 그 때문에 인공지능이 가져올 변화를 새로운 시선에서 짚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디지털 시대를 연구하는 인문학자다. 발터 벤야민이 과학기술로 모든 것이 복제할 수 있게 된 '기술복제' 사회의 문제를 제기한 것처럼 이 교수는 인공지능이나 디지털 도구가 등장한 현시대를 정의하고 분석한다.

그는 "문자가 처음 발명됐을 때 플라톤은 '이제 인간은 기억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며 비난했지만 문자는 문명의 발전을 가져왔다"며 "이 변화는 문자가 해낸 게 아니라 문자를 도구로 삼아 인간이 이뤄낸 것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챗GPT 역시 과도하게 낙관하거나 비관해선 안 된다"며 "이를 도구 삼아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하는 게 중요한데 이것이 바로 인간과 기계의 '공진화'"라고 덧붙였다.

책 '불길하면서도 매혹적인 메타버스와 챗GPT' [전주대 제공]

이 교수가 요즘 주목하는 건 메타에듀, 즉 대학 강의실이 메타버스로 옮겨가면서 생겨날 교육 환경의 변화다.

이 교수는 "'메타버스 시대는 갔다'고들 하지만 오히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과도하게 몰렸다가 열기가 꺼진 지금이 진짜 메타버스의 활용을 고민할 적기"라며 "메타버스가 대학교육과 만나 교육 환경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구 감소에 따라 지역 간, 학과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과정이 필연적일뿐더러 교육을 받는 학생들도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환경을 더 친숙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학생들에게 대면으로 토론시키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지만 온라인 게시판을 열어놓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라고 하면 논쟁이 활발하게 오간다"며 "이게 학생들이 원하는 방식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4년제, 학과제, 커리큘럼 같은 현재의 대학 교육 방식 역시 인터넷과 디지털이 발달하기 전 근대교육의 산물"이라며 "메타버스 안에서 대학 간, 학과 간의 벽이 허물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속에서 교수는 답을 알려주는 게 아닌 답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다.

이 교수는 "교수는 메타버스 공간 안으로 학생들을 모으고 온라인 공간의 규칙을 만드는 '방장' 같은 역할에 가까워진다"며 "무엇을, 어떻게 교육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전주대 한국어문학과 이용욱 교수 [촬영 나보배]

이 교수는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미국의 마르퀴즈 후즈 후(Marquis Who's Who)가 수여하는 '2018 에디션 오브 마르퀴즈 후즈 후 인더월드(2018 Edition of Marquis Who's Who in The World)'에 등재됐다.

이 배경에도 디지털과 인문학이 있었다. 박사과정을 밟던 2000년대 초반 이 교수는 게임 '디아블로'에 빠졌다. 북유럽 신화를 모티브로 한 게임의 스토리텔링과 플레이어에 따라 다양한 우발적 상황이 생긴다는 점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플레이어가 멀리서 게임을 관망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점 역시 디지털 기술이 가져온 변화였다"며 "여기에 기반해 한국 게임 회사의 글로벌 전략에 대한 논문을 썼는데, 인문학 교수의 새로운 시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봐준 것 같다"고 답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교수는 다시 한번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자연과학이 인간에게 유용한 기술을 만든다면 인문학은 그 기술을 도구 삼아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재구성되는 사회를 바라봐야 하는 태도를 이야기하는 학문"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인문학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관련 연구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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