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띠부씰 찾느라 숙제 안 해”... ‘희귀 포켓몬’ 찾는 초등생 부모들
희귀 포켓몬은 3만원 호가
초등생이 직접 거래하기도

#9살 자녀를 둔 이모(35)씨는 매일 당근마켓을 떠돈다. 만화 포켓몬스터에 나오는 캐릭터 중 뮤와 뮤츠 모양의 띠부씰(뗐다 붙였다 하는 스티커)을 찾기 위해서다. 두 캐릭터 모두 구하기 어렵기로 유명하다. 이씨는 “딸이 뮤를 구하는 데 온 신경이 가 있어 숙제도 할 일도 전부 뒷전이 된 상태”라며 “뭐라도 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발 벗고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손자를 둔 최모(62)씨의 관심사는 ‘윙크하는 꼬부기’ 띠부씰 찾기. 잘 시간이 넘어서까지 띠부씰을 찾는 손자를 보고 최씨는 팔을 걷어 붙였다. 그는 “같은 포켓몬이 그려진 띠부씰이더라도 어떤 표정인지, 어떤 자세인지가 중요해졌다”며 “손자가 몇 날 며칠째 윙크하는 꼬부기만 찾아 지난 주말엔 온 가족이 대형마트로 총출동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희귀 포켓몬’ 띠부씰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띠부씰은 ‘포켓몬빵’을 사면 함께 주는 스티커다. 작년 재출시 당시에는 판매량이 수요 대비 적어 빵 자체를 구하는 게 인기였다면 이제는 유행도 한 단계 진화했다. 제조사가 물량을 확대하면서 빵 구하기가 수월해지자 띠부씰이 있는지보다는 ‘어떤 띠부씰이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포켓몬 띠부씰에 푹 빠진 자녀들을 위해 부모들은 직접 편의점을 돌아다니거나 중고거래 앱(애플리케이션)을 뒤지기도 한다.

◇ 보상심리 자극하고 성취감 주는 띠부씰 수집... 재테크 이용도
국내에 띠부씰이 동봉된 포켓몬빵이 처음 출시된 건 1999년이다. 당시 국내에 처음 방영된 만화 포켓몬스터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인기였다. 만화 속 포켓몬스터는 휴대용 캡슐에 담긴 가상의 생명체로 수백 마리가 저마다 귀여운 외모와 초능력을 지녔다. 만화 주인공들은 다양한 포켓몬을 수집해 여러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만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포켓몬을 소비자들도 수집할 수 있게 SPC삼립이 스티커를 만들어 빵에 동봉해 팔았다.
이후 판매가 중단됐다가 같은 제조사가 작년에 재출시했다. 1990년대 초등학생이었던 30~40대와 복고에 관심을 갖는 10~20대의 재출시 요구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출시하자마자 편의점에서 오픈런(가게 문이 열리기 전부터 대기했다가 문이 열리면 뛰어 들어가는 것)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포켓몬빵 띠부씰만 빵 값의 10배 가격에 판매하는 글이 올라왔다.
띠부씰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소비자의 보상 심리를 적절히 자극했기 때문이다. 띠부씰은 일종의 보상 상품인데, 빵 포장을 뜯기 전까지는 어떤 띠부씰이 나올지 알 수 없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없는 희귀한 캐릭터 띠부씰이 나올 때마다 쾌감을 느낀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집처럼 오랜 기간 투자가 필요한 거액의 실물 자산을 구입할 수 없는 대신 시간을 투자하면 구할 수 있는 물건을 수집함으로서 뿌듯함과 힐링, 성취감을 동시에 느낀다는 분석도 있다.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선 희귀 포켓몬 띠부씰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가 자랑거리라고 한다. 대구 수성구에 사는 김모(10)군은 “이제는 다들 한 번씩 포켓몬빵을 사 본 경험이 있어서 인기 캐릭터인 피카츄나 뮤를 보여줘야 학급에서 특별해질 수 있다”며 “자기만 있는 특이한 띠부씰을 카톡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하고 자랑하는 친구들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희귀 띠부씰을 잘 구하면 2~3배 가격에 팔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초등학교 3학년생 자녀를 둔 유슬아(42)씨는 현충일 연휴에 아들의 띠부씰 중고거래에 동행했다. 편의점에서 1500원에 산 포켓몬빵 띠부씰 1개를 3000원에 판다는 게시글을 올렸더니 구매자가 나타난 것. 그는 “아들이 직접 모은 용돈으로 빵을 사 돈을 벌었다며 너무 기뻐했다”며 “경제 관념을 아직 가르치지 않았는데 재테크를 스스로 배우고 있는 것 같아 나도 뿌듯했다”고 말했다.
9살 아들을 둔 김모(36)씨는 “아이가 중복으로 나온 띠부씰을 다른 사람과 교환하거나 원하는 포켓몬 띠부씰을 직접 돈을 주고 산 적이 있다”며 “금전 거래 경험을 해보는 건 나쁘지 않을 것 같아 거래 장소에 데려다주고 아이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포켓몬은 학부모들도 어렸을 때 접했던 만화다 보니 구매력이 있는 젊은 부모들 사이에선 본인이 놓쳤던 추억을 보상하고자 아이들의 구매에 동참하는 경우도 많다”고 상황을 전했다.
교실에선 띠부실 거래까지 성행하고 있다. 경기 용인시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김가을(9)양은 “서로 갖고 싶은 포켓몬이 달라서 학교에서 바꿔 갖기도 한다”며 “친구가 원하는 필기구랑 거래하기도 하고 용돈으로 사기도 한다”고 말했다. 중고거래 앱을 통한 거래에도 진심이다. 김양은 “뮤나 뮤츠 같은 인기 띠부씰은 당근마켓에서 2만~3만원에 사거나 다른 띠부씰 여러 장과 교환할 수 있다”며 “띠부씰을 교환하러 갔다가 학교에서 본 친구를 만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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