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이 ‘어린이집’을 만든다?…이들이 공동 육아 나선 사연 [생색(生色)]

강영운 기자(penkang@mk.co.kr) 2023. 6. 11.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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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색-5]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

아프리카 우간다의 과거 왕조였던 부뇨로 왕국에서 유래한 속담입니다. 힐러리 클린턴이 동명의 책을 출간하면서 미국에서도 유명해진 격언이지요. 그만큼 양육에 있어서 공동체의 힘이 필수적이라는 의미입니다. 육아가 부모 두 사람으로는 온전히 감당하기 힘든 일이라는 함의도 품고 있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협력관계를 이용해 육아를 공동으로 하는 존재다. 최근에는 동물들도 다른 개체들과 공동육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은 1984년 촬영된 독일 베를린의 어린이집.
아기를 키우는 데 고단함을 느끼는 건 인간만의 일은 아닌가 봅니다. 동물 세계에서도 ‘공동 육아’를 하는 경우를 왕왕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친인척 간의 육아 품앗이는 물론이고, 전혀 혈연관계가 없는데도 아이를 함께 키웁니다. 자신이 배 아파 낳은 게 아닌데도 남의 아이를 돌보는 열정은 흡사 인간 세계의 어린이집을 보는 듯합니다.

육아 품앗이를 하는 동물은 극히 일부 개체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리(생색 3화 주인공), 사자(4화 주인공), 펭귄을 비롯해 다양한 동물에서 공동 육아가 목격되기 때문입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만이 서로 협력한다”는 명제를 반증하지요. 인간만큼이나 눈물겨운 이들의 육아법을 소개합니다.

바다오리 어미들이 한 데 뭉친 이유
오리는 집단 육아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바다오리의 일종인 커먼 아이더가 그렇습니다.

커먼 아이더 암컷은 알을 낳고 부화할 때까지 정성스레 품고 있지요. 새끼가 부화하면 본격 육아가 시작됩니다. 육아를 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닙니다. 모든 새끼가 그렇겠지만, 어린 새의 경우 둥지에서 지저귀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지요. 어미는 부지런히 먹이를 구해 아이들의 주린 배를 채워야 합니다.

“얘들아, ‘오린이집’ 갈 시간이란다” 커먼 아이더 어미와 그 새끼들. <저작권자=Andreas Trepte>
암컷 오리가 둥지를 비운 사이 새끼들은 위험에 노출됩니다. 천적이 잡으러 올 수도 있고, 어미가 죽기라도 하면 아이들은 꼼짝없이 굶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커먼 아이더는 사회적인 동물입니다. 오랜 기간 진화를 거쳐 이 같은 위험에서 벗어날 해결책을 도출해냈지요. 서식지에 모인 수 많은 암컷들이 ‘집단육아’를 하는 것입니다. 탁아소나, 어린이집처럼 새끼를 모아놓고 함께 돌보는 개념입니다.

새끼를 기르고, 함께 목욕하고, 휴식을 취하면서 또 먹이를 찾지요. 과학자들이 “아주 정교한 지적 능력이 있어야 가능한 행위”라고 했던 일들을 뇌가 조그마한 새들도 해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커먼 아이더는 집단이 모여 살면서 사회성을 발전시켰다. 공동육아는 그 결과물이다. <저작권자=Richard Crossley>
커먼 아이더에서 집단 육아를 하는 비율은 46%에 달한다고 연구자들은 말합니다. 오스트레일리아에 서식하는 조류 중 약 10%는 합동 육아를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었지요. 이들은 최소 며칠에서 길게는 몇년까지 ‘어린이집’을 운영합니다. 아이를 봐 줄 사람 아니 새들이 있기에 어미들은 안심하고 먹이를 구하러 갑니다. 집단육아를 하는 개체들이 번식은 누구보다 안정적일 수 있는 것이지요.

나머지는 어떻게 키우냐고요. 홀로 새끼를 기르거나, 아니면 둥지에서 지저귀는 자식을 외면하고 떠나버리지요. 나쁜 부모는 어디나 있는 법입니다. 인간이나 동물이나요.

수사자의 영아살해 암사자들이 뭉쳤다
맹수라고 늘 고독한 존재인 것만은 아닙니다. 밀림의 왕 사자 역시 집단 육아를 하는 대표적 종이기 때문입니다. 암사자는 새끼를 낳고 6주간은 혼자 키우다가, 다른 무리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곳에서는 다른 암사자들이 여럿이지요. 평균적으로 4~5마리가 짝을 짓고 함께 새끼들을 양육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아가야, 엄마가 사랑한단다, 널 꼭 지켜줄게.” 암사자와 새끼 사자. <사진 출처=위키피디아>
암사자의 공동육아 목표는 하나입니다. 새끼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수사자들은 암사자를 임신시키기 위해 자신의 씨가 아닌 새끼 사자를 죽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색 4화 참고)

새끼 중 4분의 1이 이렇게 다른 수사자에 의해 살해당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른 수컷 사자 외에도 또 다른 맹수들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지요. 암사자들이 공동육아를 하는 이유입니다. 일부 암컷 사자들이 새끼를 방어하는 사이 다른 암사자들은 사냥을 나가 그룹이 함께 먹을 먹이를 구해오지요. 때론 많은 개체를 먹여야 하는 탓에 먹이가 부족한 경우도 있지만, 새끼의 생명을 살려야 하는 어미의 입장에서 ‘공동 육아’는 버릴 수 없는 카드입니다.

“우리 아가들 건드리면, 너 죽고 나 산다.” <사진 출처=위키피디아>
“춥지? 아기펭귄아, 이 아랫목으로 들어오거라”
펭귄도 함께 모여 아이를 키우는 대표 종입니다. ‘펭귄 어린이집’에는 성인보다 더 많은 새끼가 모여 살지요. 이들의 공동 육아의 목표는 오리나 사자처럼 새끼들을 다른 포식자로부터 보호하는 것입니다. 거기에 또 다른 목적을 추가해야 하지요. 바로 ‘체온의 공유’입니다.
“엄마, 이 파카 거위털이에요? 아니 펭귄털이야.” 남극의 황제펭귄과 그 새끼. <저작권자= Ian Duffy>
특히 남극에서 서식하는 펭귄 종들이 그렇지요. 이들은 아주 혹독한 추위를 견뎌야 하기에 무엇보다 서로 돕고 살아야 합니다. 신체적으로 약한 새끼는 더 큰 보호가 필요하지요. 펭귄들은 떼를 지어 강추위 속에 서로 체온을 교환합니다. 어른 펭귄들은 새끼들을 둘러싸고 칼바람을 막아주지요. 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엄동설한에 포대기로 아기를 폭 감싼 어머니가 떠오릅니다. ‘금지옥엽’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닌 셈입니다.
제 자식을 먹이는 어미의 행위는 숭고하다. 그게 인간이든, 동물이든.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황제팽귄. <저작권자=Mtpaley>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이제는 ‘온 국가’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육아를 오로지 부모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나라에서 출산율 제고는 요원합니다. 여러 동물에게도 육아는 공동체의 몫입니다. 하물며 인간이야 말할 것도 없겠지요.

<세줄 요약>

ㅇ다른 이들과 함께 집단 육아를 하는 건 사람만은 아니다. 오리·사자·펭귄도 암컷들이 모여 아이를 함께 아이를 키운다.

ㅇ천적으로부터의 보호·먹이·체온 보존 등 다양한 이유에서다. 그만큼 육아가 힘들다는 방증이다. 사람도 동물도 마찬가지다.

ㅇ엄마 사랑해

<참고자료>

ㅇ제니퍼 애커먼, 새들의 방식, 까치글방, 2017년

ㅇ이원영, 물 속을 나는 새, 사이언스북스, 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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