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범-최원준 돌아오는데, 이우성은 웃었다… 같은 선수지만, 다른 사람이 만든 것

김태우 기자 2023. 6. 1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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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타를 이어 가며 KIA 타선에 동력을 제공하고 있는 이우성 ⓒ곽혜미 기자
▲ 이우성은 좋아진 장타력을 바탕으로 팀 타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이우성(29‧KIA)은 항상 걱정이 많은 선수였다. 매년 걱정의 시작은, 팀 선수 명단과 포지션 경쟁자들의 이름을 보며 “내가 1군에 들어갈 수 있을까”였다. 고민은 고민을 불렀고, 걱정은 걱정을 불렀다. 이내 “당연히 못 들어가겠지”는 한숨 섞인 결론과 함께 움츠러들었다. 이우성은 스스로를 두고 “진짜 부정적인 사람 중 하나였다”고 떠올렸다.

아마추어 시절 잘 나가던 타자였다. 지명 순위(2013년 두산 2라운드 전체 15순위)가 이를 증명했다. 꿈도 희망도 컸다. 그러나 어느 순간보다 희망이라는 긍정적인 단어보다는, 걱정이라는 부정적인 단어와 더 친숙한 선수가 됐다. 군 복무 이전까지 1군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남기지 못하자 조바심은 더 커졌다. 더 많이 보여주려고 할수록, 늪이 깊어지는 것 같았다.

연달아 이뤄진 두 번의 트레이드(2018년 두산→NC, 2019년 NC→KIA)는 어쩌면 이우성의 ‘걱정 버튼’을 더 세게 눌렀을지 모른다. 자신을 선택한 이유를 뭔가 보여줘야 했지만, 좀처럼 기회가 찾아오지 않거나 혹은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렇게 한 시즌이 끝나면 또 다음 시즌 캠프 명단에 포함될 수 있을지, 1군 엔트리에 들어갈 수 있을지,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그런데 전기가 찾아왔다. 지난해부터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우성은 “10년 동안 (1군 엔트리에) 내가 들어갈 수 있을까, 당연히 못 들어가겠지 이런 생각을 솔직하게 많이 했다”면서 “그런데 작년부터는 ‘그것은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해봤자 쓸데없는 생각이더라”고 담담하게 떠올렸다.

오랜 기간 걱정하고, 고민했던 선수라 더 값지게 얻은 교훈이었다. 이우성은 “진짜 야구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 그냥 어차피 하루하루 야구를 하는 건 똑같았다”고 이야기했다. 걱정을 하든 안 하든 매일 같은 일상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하게 나누고 전자에 집중했다. 그랬더니 경기장에 나가는 것도 즐거워지고 그 과정에서 뭔가도 보이기 시작했다.

이우성은 지난해 80경기에서 타율 0.292를 기록하며 프로 데뷔 후 최고 성적을 거뒀다. 확고부동한 주전은 아니었지만 팀이 필요할 때 나가 쏠쏠한 활약을 했다. 역시 불필요한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것에 확신을 가졌다. 올해를 앞두고는 1군 엔트리에 대해 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만 착실히 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그것은 자신이 제어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 이우성은 좋아진 타격의 비결로 자신과 약속과 달라진 멘탈을 뽑았다 ⓒKIA타이거즈

대신 자신과 약속은 지키려고 했다. 아침 일찍 나가 운동을 했다. 타협한 적이 없었다. 이우성은 “성적은 엄청 안 좋았는데 2020년부터 계속 아침에 나와 꾸준히 훈련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면서 “지금도 어리지만 어렸을 때는 루틴이라는 자체를 잘 몰랐다. ‘항상 아침에 나와서 이것만큼은 꼭 하자’, 2020~2021년부터 그것만큼은 지키고 있다. 실내에 먼저 가서 타격 훈련을 하고 몸을 푼다”고 설명했다.

남모를 노력과 달라진 멘탈이 만난 결과는 올 시즌 맹활약이다. 이우성은 10일까지 시즌 43경기에서 133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0.319, 4홈런, 1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59의 대활약을 펼치고 있다. 규정 타석에 조금 못 미치지만 100타석 이상의 적지 않은 표본이 쌓였으니 간과하기 어렵다. 특히 결정적인 순간 장타를 터뜨리며 주전 외야수 나성범이 빠진 공백을 잘 메워주고 있다. KIA가 올 시즌 원하는 성과를 낸다면 이우성의 시즌 초‧중반 활약은 반드시 기억되어야 한다.

타격 포인트를 앞으로 당긴다든지, 어떠한 타격 메커니즘의 수정이 달라진 타격 성적으로 이어졌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우성의 대답은 우리 상식을 깨뜨린다. 이우성은 “똑같이 친다”고 되풀이해 말했다. 타율 2할에 허덕이던 이우성과, 지금 이우성의 야구 메커니즘은 같다는 것이다. 물론 코칭스태프나 전력 분석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잊지 않고 고마워했지만, 생각의 변화가 선수 하나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을 KIA는 실감하고 있을지 모른다.

KIA는 외야에 추가될 전력이 있다. 팀 최고 기대주 중 하나인 최원준이 제대한다. 13일 곧바로 1군 엔트리에 등록된다. 확고부동한 주전 선수인 나성범은 이르면 6월 말에서 늦어도 7월 초 복귀를 잡고 있다. 갑자기 외야가 또 북적인다. 지금 애써 잡은 자리가 또 날아갈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 가면 예민해지고, 걱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람인 이상 그렇다. 그러나 이우성은 그것 또한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걱정하지 않는다고 웃어보였다.

이우성은 “물론 솔직히 말해 자리는 지키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하루하루 이렇게 야구장에 나오는 게 솔직히 행복하다. 그 다음에 이겼을 때 또 행복하다”면서 “진짜 높은 곳에서 가을야구를 꼭 해보고 싶다. 정말 많은 팬분들이 오시는 그 무대의 경기장에 한번 나가보는 게 소원이다. 그래서 쓸데없는 걱정보다는 좋은 생각을 많이 하려고 한다. 이기는 것, 그리고 감사한 것만 생각한다”고 했다. 같은 선수지만, 다른 사람이 만들어낸 성적과 자세를 보며 팬들도 이우성에 대한 걱정을 덜어내고 있다.

▲ 이우성의 최근 활약이라면 나성범-최원준의 복귀 이후에도 자신의 영역을 다질 수 있을 전망이다 ⓒKIA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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