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정숙' 엄정화 "40세에 갑상선암..내 나이가 우스꽝스러운가 생각하기도"[★FULL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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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때문에 받는 타박들이 공감됐어요. '나이가 많다고 해서 실수까지 무능으로 치부되는 게 싫다'는 대사도 좋았고요. 정숙이가 내 시대를 대변해 주는 느낌이었고 나이에 갇히게 되지 않았어요."
가수 겸 배우 엄정화(53)는 많은 면에서 차정숙과 닮아있었다.
-차정숙을 연기하면서 자신의 모습도 떠올리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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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때문에 받는 타박들이 공감됐어요. '나이가 많다고 해서 실수까지 무능으로 치부되는 게 싫다'는 대사도 좋았고요. 정숙이가 내 시대를 대변해 주는 느낌이었고 나이에 갇히게 되지 않았어요."
가수 겸 배우 엄정화(53)는 많은 면에서 차정숙과 닮아있었다. 나이에 한계를 느끼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의 자아를 실현해가는 모습, 투병을 극복한 후 삶을 더 가치있게 대하는 시선이 겹쳐 보였기에 시청자들은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연출 김대진·김정욱, 극본 정여랑, 이하 '차정숙')에 몰입할 수 있었다.
"저도 정숙이처럼 갑상선이 안 좋아서 수술을 한 적이 있어요. 이 모든 시간이 저에게 감사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딱 제가 마흔이었는데, 그때 힘들었어요. 그때 마음을 많이 바꾸려고 노력했어요."
'닥터 차정숙'은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엄정화 분)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 드라마. 엄정화는 극 중 가정의학과 레지던트 1년차 차정숙 역을 연기했다.
정숙은 의대 졸업 후 20년 넘게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아오다가 포기했던 의사의 꿈에 다시 도전했고, 남편 서인호(김병철 분)가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던 최승희(명세빈 분)과 불륜 관계에 혼외자까지 낳았단 사실을 뒤늦게 알고 이혼을 결심했다. 정숙은 자신을 좋아한 로이 킴(민우혁 분)과도 결국 러브라인을 이루지 않고 이혼 후 제2의 인생을 펼쳤다.
-'차정숙'을 마치는 소감은?
▶작품이 공개되기 전에는 너무 많이 긴장을 했다. 촬영할 때 이렇게까지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실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오랜만의 드라마이기도 해서 사실 두려운 마음으로 기다렸다. 이게 안 되면 모든 게 내 탓이 될 것 같더라. 근데 이야기가 따뜻하고 재미있어서 기대하기도 했다.
-'차정숙' 애청자가 많다. 시청률은 어느 정도로 예상했나.
▶10%만 넘어도 감사하겠다고 생각했다. 요즘 시청률을 잘 모르겠더라. 이야기가 잔잔하고 귀엽기도 하고 착해서 어떨까 가늠이 안 됐다.
-18.5%의 최고 시청률도 기록했는데, 엔딩에서 20% 돌파도 기대할 것 같다.
▶제발~ 시청률이 두 배로 오르기도 하지 않았냐. 사람들이 점점 좋아해 주시니 20%를 꼭 넘기고 싶더라.
-시청자들이 '차정숙'의 어떤 점을 좋아한 것 같나.
▶이 작품을 보면서 이렇게까지 웃길 거라곤 기대하지 못했다. 물론 김병철 님이 활약을 잘해주셔서 재미있어졌는데, 정숙이가 성장하는 과정과 진심을 많이 좋아해 주실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많이 즐거워해 주시고 공감해 주실 거라 생각했다.
-차정숙을 연기하면서 자신의 모습도 떠올리게 됐을까.
▶나의 모습에 대해 많이 떠올리게 됐다. 차정숙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너무 좋았고 공감하기도 했고 힘도 받았다.
-'차정숙'의 결말은 만족하는지.
▶정숙이는 정숙이의 길로 가는데 결말이 마음에 든다. 시청자 분들이 그 결말을 응원해 주시더라. 많은 분들이 정숙이의 선택을 응원해 주시더라. 누구의 어떤 사람이 아닌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는 정숙이가 마음에 들었다. 예전 같으면 시청자들이 남자 누구를 선택하라고 할 테지만, 그것보다 정숙이의 독립을 응원하는 분들이 많았다.
-영화 '오케이 마담'에 이어 '차정숙'으로 코미디 장르를 연달아 보여줬는데 코믹 연기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부담은 전혀 안 됐다. 코믹 멜로, 로맨틱 코미디란 장르에 갇힐까 봐 걱정한 적도 있는데, 이걸 내가 같이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도전했다. 이제는 어떤 장르에도 갇히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차정숙'의 인기를 실감했을 때는?
▶얼마 전에 고대 축제를 갔는데 앞에 있는 친구들이 나를 보고 "차정숙"이라 하더라. 내가 엄정화보단 차정숙이라고 보여지는 때가 왔던 거다. 30년 활동했지만 많은 분들이 나에게 친근하게 반응해 주는 건 처음이었다. 가족들도 너무 좋아했다.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의 시청자들도 '차정숙'을 좋아했는데 어떤 이유에서 좋아했을까.
▶일단 재미있고 전개가 빠르다. 다양한 층의 이야기도 있고 진심도 담겨 있었다.
-차정숙과 엄정화의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은?
▶나이 때문에 받는 타박들이 공감됐다. 남편이 '너 의사되면 50이야'라고 했는데, 정숙이가 '100세 시대인데 50이면 청춘이지'라고 하는 게 너무 좋았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실수까지 무능으로 치부되는 게 싫다'는 대사도 좋았다. 정숙이가 내 시대를 대변해 주는 느낌이었다. 나이에 갇히게 되지 않았다. 정숙이의 돌려까기도 좋았다.(웃음)
-촬영하면서 가장 열받았던 장면은?
▶열받았던 장면이 많다. 처음 장면인데 정숙이 인호의 짐을 싸주다가 남편과 동침하고 싶어하는데 남편이 도망가는 신이 기억난다. 또 인호가 정숙이에게 하늘 사진을 보낼 때도 어이가 없었다.(웃음)
-김병철의 '하남자' 연기는 언제 제일 지질해 보였나.
▶모든 장면이 다 지질했다. 이혼 얘기를 할 때도 기절한 게 어이가 없었다. 작가님이 설정을 너무 재미있게 쓰셨다. 인호가 기절하고 정숙이 눈을 관찰했을 때 인호의 눈이 돌아가는 것도 상상치 못했다. 이 드라마가 깊은 감정으로 갔다가 바로 재미있어지기도 해서 그 점이 재미가 있더라.
-김병철과의 연기는 어땠나.
▶너무 좋은 배우다. 이 분이 얼마만큼 연기 고민을 하고 준비했는지가 느껴진다. 같이 있어도 '저 사람 실없다' 이런 느낌이 없고 오로지 연기에 집중돼 있는 느낌이었다. 인간적으로 너무 점잖고 진중한 사람이다. 너무 좋아하는 배우다.
-명세빈과도 연기한 소감은?
▶세빈 배우가 이번에 엄청 결의를 다지고 작품에 임했다. 저희 집, 선배님 집에도 가보면서 병철 배우와도 따로 연기를 해봤다. 서로가 생각하는 역할에 대해 얘기도 많이 나눴다. 이미 관록 있는 배우인데 그렇게 하기 어렵지 않나. 모든 걸 내려놓고 승희를 보여주려고 했다.
-애드리브가 들어간 장면도 많았는지?
▶애드리브가 조금씩은 들어갔다. 정민이가 여자친구와 키스하는 장면을 보고 정숙이가 '미드인 줄 알았네. MZ 같네'라고 했는데 그 장면은 내 애드리브였다.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를 보면 그런 장면이 나오지 않냐.(웃음)
-사이다처럼 속 시원하게 느껴진 장면을 꼽자면?
▶정숙이가 회식 때 남편에 대해 물어보니까 '죽었어요'라고 말한 장면이었다. 그 장면이 나오자 마자 'ㅋㅋㅋㅋ' 반응이 많더라. 정숙이가 뺨 때리는 장면도 좋아하시더라. 너무 즐겁게 봐주셔서 행복했다.
-정숙이 엄마 오덕례(김미경 분)의 투병에 많이 울었던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나는 김미경 선배님을 꼭 만나보고 싶었다. 선배님에게도 그 말을 몇 번이나 하면서 '너무 행복하다'고 한 적도 있다. 모든 딸이 엄마에게 가지는 마음을 공감하면서 연기했다. 엄마가 내가 없는 데서 혼자 아픈 게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 짧은 시간 안에 감정을 다 담는 게 어려웠는데 다들 슬프다고 하더라.
-촬영장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어땠나.
▶이번 작품에선 배우들이 너무 좋아서 내가 노래를 불러도 진짜처럼 호응해 주시더라. 천사 같은 분들만 모여있다고 생각했다.
-온라인 반응도 많이 찾아봤을 텐데.
▶유튜브 반응이 엄청 많더라. 각자 해석한 반응도 찾아보면서 이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싶었다. '차정숙' 성씨가 차씨인 이유에 대해서는 '서인호를 차버려서다'라고 하더라. '서인호' 성씨도 '거기 서! STOP!'이란 뜻이라고 하더라. 너무 웃겼는데 내가 아재개그를 좋아한다.(웃음)
-차정숙이 인생캐릭터라고 생각하는지?
▶차정숙이 인생캐가 된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요즘엔 '엄정화다'라고 하시면서 '차정숙이다'라고 해주시더라. 캐릭터 이름으로 불리는 게 놀라운 경험이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 이상형이 바뀌기도 했는지?
▶나는 늘 정직한 사람이 좋더라. 남자들은 왜 그러는 거냐 도대체!(웃음)
-세상의 모든 정숙이들에게 엄정화가 해주고 싶은 말은?
▶많은 정숙이 분들이 공감하신 것 같은데 이제 늦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내가 해봤자', '이제 와서 내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러지 말고 스스로 자기를 더 들여다보고 사랑하면 좋겠다. 그러면 운동, 취미 등 뭐 하나라도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스스로에게 선물 같은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겠다.
-'차정숙' 시즌2도 나올까.
▶그 다음은 의사가 된 정숙이를 보여줘야 할까. 탁재훈 씨가 '낭만닥터 차정숙'이라고 말씀하셨던데 그렇게 나와도 재미있겠다.(웃음)
-데뷔 30년 차다. 엄정화를 힘 나게 하는 원동력은?
▶내가 얼마나 이 일을 좋아하느냐가 원동력인 것 같다. 이게 아직까지 멈춰지지 않는 것 같다.
-'엄정화'란 브랜드가 언제까지 지속될까 하는 고민을 해본 적도 있는지.
▶지금까지는 나 엄정화로서 잘 지내온 것 같다. 앞으로의 시간은 모르겠지만 이 열정이 식지만 않는다면 내가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앞에 계신 멋진 선배님들도 계시지 않냐. 예전엔 어느 누구의 엄마 역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연예계에선 어떤 선배가 되고 싶은지?
▶가수와 배우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것도 가능하더라. 법칙처럼 하나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두 가지의 꿈을 가지면 다 해도 된다 생각한다. 연령을 내가 넓혔다고도 생각한다. 막막하기도 하고 혼자 울기도 했던 시간이 있었는데, 내가 하고 싶은 열망이 커서 뭐든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조만간 가수 활동 계획도 있는지?
▶앨범 준비를 몇 년 전부터 하고 있었는데 올해 안에나 내년에는 앨범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새 앨범을 낼 때 항상 프로듀서를 선정하는 것부터 하는 편인데 이번에 많은 세대가 즐기는 앨범이었으면 좋겠다. 처음 들었을 때 '좋다'는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
-'차정숙'이 방영된 동시기에 tvN 예능프로그램 '댄스가수 유랑단'도 공개됐다. '유랑단' 출연진 김완선, 엄정화, 이효리, 보아, 화사와 김태호PD가 응원도 많이 해주지 않았나.
▶여러 대화가 많았다. 지금 그룹으로 활동하지 않냐. 솔로 가수로서 지내온 시간과 지금 공감하는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 나아가자'는 말을 많이 했다. 내가 너무 많이 마음에 들어했던 이야기다. 우리가 예전 노래를 하지만 그게 과거에 남아있는 게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복기가 되길 바랐다.
-엄정화에게 특히 김완선, 이효리의 존재가 소중할 것 같다.
▶너무 고맙고 서로에게 고맙다. 응원하고 싶고 서로가 잘됐으면 좋겠다. 효리도 다시 앨범을 내서 예전처럼 다시 큰 인기를 얻고 싶어하더라.(웃음) 효리를 보면 효리 같은 사람이 없다. 완선 씨도 너무 멋있다.
-'댄스가수 유랑단'으로 무대에 서보니 어떤 느낌이 들던가.
▶예전에 무대에서 잘했던 노래들인데 효리랑 나랑 리허설 때 새삼 떨리더라. 그래도 무대에 올라가니 어제 했던 것처럼 익숙해졌다. 서로 노래 바꿔부르기가 있었는데, 나는 그 노래를 고른 걸 후회했다. 안무가 잘 외워지지 않았다.(웃음) 다들 자기들만의 색깔로 재해석을 잘했다. 보아가 '초대'를 하는 걸 보면서도 너무 놀랐다.
-가수와 배우로서 개척자의 입장인 것 같다.
▶돌아보니 내가 해온 것들이 이제 조금씩 보이는 것 같다. 내 나이에 뭘 못 하는 것보다 내가 하고 싶은 걸 더 크게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걸 꼭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돌아보니 많이 도전해왔던 것 같다.
-어려운 시기도 있었을 텐데, 그때는 어떻게 극복했는지?
▶나는 항상 무엇을 할 때 두려움에 떨면서 한 것 같다. 기사에서 나이가 앞에 나와있을 때 나이가 실감이 나고 내 나이가 우스꽝스러운가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나이가 자랑스러워', '나는 여태까지 열심히 잘 해왔다'고 스스로 응원해왔다. 나도 정숙이처럼 갑상선이 안 좋아서 수술을 한 적이 있다. 이 모든 시간이 나에게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그때가 딱 내가 마흔이었는데, 그때 힘들었다. 그때 마음을 많이 바꾸려고 노력했다. 그런 마음이 들면 거기에 잠식되지 말고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사람, 친구를 보면 좋겠다. 여행을 가든지.
-엄정화의 요즘 행복지수는?
▶99.9%?(웃음) 이런 순간을 만나기 어렵다. 매일 아침에 '아 기분 좋다'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자신만의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비법이 있는지?
▶자존감은 잘 없다. 나는 스스로에게 사실 야박하다. 스스로를 칭찬할 줄 모르고 지내왔던 것 같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내가 나에게 너무 박했구나 싶다. 요즘엔 나에게 '잘했어', '좋다'라고 해준다. 마흔이 지나선 '자존감'에 대한 책도 많이 보고 많이 찾아보기도 했다. 자기에게 주는 비타민처럼 많이 접하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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