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와 만난 로봇[테크트렌드]

입력 2023. 6. 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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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로봇 사용 편의성 높여주기도 하고 인간처럼 만들기도


자연어 인공지능(AI)은 문자나 음성으로 표현되는 사람의 언어로 된 명령을 알아듣고 글·말·이미지·코드 등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결과를 제공하는 기술을 뜻한다. 

자연어 AI는 언어 데이터를 통해 객체별 속성이나 객체 간 다양한 관계, 전후 맥락 등을 파악해 결과에 반영할 수 있어 다방면으로 사용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자연어 AI의 최대 강점은 누구든지 AI에 작업을 지시하거나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작성할 줄 모르는 비전문가라도 사람의 언어로 지시하고 필요한 결과를 받을 수 있다.

로봇 개발에 동원된 자연어 AI

폭발적인 관심을 받는 챗GPT는 자연어 AI의 다양한 사용 사례를 잘 보여준다. 문자로 된 명령을 받는 챗GPT는 컴퓨터 프로그램용 코딩을 작성하는가 하면 각종 판례나 논문 등 필요한 정보를 검색해 요약, 정리할 수 있다. 

언론 기사부터 시·소설 등 다양한 종류의 글을 쓰기도 하고 음악을 작곡하거나 그림도 그릴 수 있다. 때로는 사람을 상대로 자연스러운 대화도 가능하다. 

이처럼 챗GPT의 편리하고 다양한 기능을 십분 활용하고 AI 생태계의 확장을 도모하기 위해 구글·오픈AI 등 선도적인 기업이나 연구소들은 챗GPT를 탑재한 로봇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챗GPT를 통해 사람들이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이면서도 다방면으로 로봇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로봇의 편리한 사용을 돕는 챗GPT

로봇에 작업을 지시하는 전통적인 방식은 로봇 제어용 프로그램을 작성하거나 수정하는 것이다. 비전문가가 프로그래밍하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일반 사용자들이 로봇에 새로운 작업을 지시하거나 로봇의 작동 방식을 바꾸도록 조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챗GPT를 이용하면 로봇 제어용 프로그램을 작성하지 못하는 사람도 로봇을 원하는 대로 조종할 수 있다. 사람은 로봇이 아니라 챗GPT에 문자로 된 명령만 하면 된다. 명령에 부합하는 로봇 제어 프로그램의 코드를 수정 작성하는 작업은 챗GPT가 대행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3월 챗GPT로 로봇과 드론을 조종하는 실험을 추진했다. 실험은 일반적으로 챗GPT를 사용하듯이 진행됐다. 개발팀은 챗GPT에 로봇 팔이 나무 블록에 회사 로고를 그리도록 조종하라는 명령을 문자로 입력했다. 문자 명령을 접수한 챗GPT는 로봇 제어용 프로그램을 수정하는 코드를 작성했고 해당 코드가 입력된 로봇 팔은 나무 블록에 로고를 그리는 작업을 수행했다. 

드론이 장애물을 피해 이동하라는 명령을 문자로 챗GPT에 전달하자 챗GPT가 조종 프로그램의 해당 코드를 수정해 드론의 비행을 제어하는 실험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한다. 아직 현실에서 실제 업무에 필요한 복잡다단한 코딩 작업을 챗GPT에 전담할 수준은 아니더라도 챗GPT의 코딩 작업으로 로봇을 제어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은 입증됐다.

로봇을 업그레이드하는 상황 이해 기능

언어 데이터를 통해 객체별 속성이나 객체 간 다양한 관계 및 전후 맥락 등을 파악하는 챗GPT의 기능을 아마존에서는 상황 이해(contextual understanding)라고도 부른다. 상황 이해 기능은 로봇의 수준을 몇 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이 근본적인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다면 사용자의 선호도나 작동 환경의 분위기 등 주어진 상황에 최적화된 작업을 한다.

구글은 프린스턴대·스탠퍼드대 연구진과 공동으로 사람의 말로 된 명령을 알아듣고 집안을 청소하는 타이디봇(Tidybot)을 개발했다. 타이디봇에는 챗GPT의 기반인 자연어 처리 모델 GPT-3가 탑재돼 있다. 타이디봇은 GPT-3의 객체 간 속성·규칙, 관계 파악 기능을 활용해 개별 사용자의 선호도에 맞춰 작업하도록 만들어졌다. 세탁물 분류, 쓰레기 청소, 장난감 정리 등을 할 때 사용자가 원하는 분류 기준이나 작업 방식에 따라 작동한다. 

예를 들어 특정 사용자가 밝은색 옷은 서랍에, 어두운색의 옷은 옷장에 넣는다는 기본 규칙을 제시하면 타이디봇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어떤 색상의 옷을 어디에 넣을 것인지 학습하고 학습 결과를 실제 작업에 반영하게 된다. 개발팀에 따르면 사용자별 선호도에 맞춰 물체를 정리하는 실험에서 타이디봇은 물체의 85%를 성공적으로 정리했다고 한다.

글로벌 유통 기업인 아마존은 챗GPT와 유사한 종류의 자연어 AI를 이용해 가정용 로봇 아스트로(Astro)를 대폭 업그레이드하는 번햄(Burnham)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정보기술(IT) 전문 기관들에 따르면 자연어 AI를 탑재해 근본적인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상황 이해 기능을 갖춘 새로운 로봇은 수시로 변하는 집안 분위기의 맥락을 파악하고 상황에 맞춰 대응 방식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가령 난로가 계속 켜져 있거나 수도꼭지에서 계속 물이 나온다면 로봇은 위험하거나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인식하고 사용자를 찾아 이상 상황을 알리고 경고한다. 

만일 집 안에서 누군가가 넘어져 있으면 긴급 상황으로 인식하고 로봇이 외부의 명령 없이 119 신고를 직접 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바닥에 흩어진 물체들이 깨진 유리 등 위험한 것이라고 인식하면 사용자의 명령이 없어도 누가 밟아 다치기 전에 먼저 치우는 식으로 선제 대응할 수도 있다. 이렇게 상황을 이해하는 가정용 로봇의 개발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연어 AI가 계속 발달하고 있어 상황을 이해하는 로봇의 등장 가능성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로봇을 인간처럼 만드는 챗GPT

영국 엔지니어드 아츠(Engineered Arts)의 휴머노이드 아메카(Ameca)는 다양한 얼굴 표정을 짓는 로봇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아메카는 사람을 닮은 얼굴을 가진 데다 사람처럼 눈을 껌벅이거나 윙크하고 눈동자를 굴리거나 미간을 찌푸리기도 해 사람과의 소통 기능 개발에 초점을 둔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엔지니어드 아츠는 챗GPT의 기반이기도 한 GPT-3, GPT-4를 이용해 아메카의 소통 기능을 대폭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유튜브 등에서 회사가 공개한 영상 정보를 보면 아메카는 영어·프랑스어·독일어·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일상적인 인사를 하기도 하고 행복·슬픔 등 감정을 주제로 사람과 대화하기도 한다. 

인공 피부로 덮여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얼굴과 함께 사람과 유사한 팔·다리를 갖춰 외형상 사람과 흡사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가 GPT-3·4 등 자연어 AI를 기반으로 진일보한 소통 기능까지 갖추게 된다면 더욱 사람과 유사해질 것이다. 너무 유사해진 나머지 사람들이 로봇에 대해 오히려 거부감마저 갖게 되는 이른바 불쾌함의 계곡(uncanny valley)에 가까워진 로봇으로 인식될 가능성도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도 자연어 AI를 탑재한 로봇 개발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오픈AI는 지난 3월 챗GPT를 탑재한 로봇을 개발하고 챗GPT를 보안용 휴머노이드 로봇에 적용하는 작업도 진행하기 위해 노르웨이의 휴머노이드 개발 기업 1X 테크놀로지에 약 235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러한 오픈AI의 행보는 자연어 AI의 생태계를 단순 서비스에서 로봇 분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테슬라와 함께 휴머노이드 로봇의 생태계를 한층 확장하는 주축으로도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는 우수한 자율 주행 기능과 로봇의 양산성, 기구부의 효율성 등 휴머노이드의 물리적 기능 향상을 촉진한다면 오픈AI는 소통 수준과 상황 이해를 통한 대응 능력의 고도화로 휴머노이드의 사용성과 작업 수준 향상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진석용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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