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영-최지민 없이도 뒷문 닫았다… 충분히 강한 나머지 카드, KIA가 기억을 되찾는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10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김종국 KIA 감독은 불펜 운영에 다소간 고민을 드러냈다. 이틀간 던진 좌완 필승조 최지민(20)은 쉰다고 못을 박았다. 또 하나의 필승 카드이자 역시 연투에 걸린 임기영(30)은 정말 근소한 세이브 상황에만 내보내겠다고 했다.
이미 정해영 전상현 김기훈 김대유라는 개막 구상 당시 주축 불펜 투수들이 경기력 조정차 2군에 내려간 KIA다. 그런 상황에서 최지민 임기영은 불펜에서 가장 믿을 만한 카드로 분전하고 있었다. 베테랑 임기영은 올해 21경기에서 무려 37⅓이닝을 던지며 종횡무진했다. 2년차 최지민도 24경기에 나가 평균자책점 1.57을 기록하며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좌완 불펜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10일은 두 선수를 마음껏 활용하기 어려웠다.
다만 김 감독은 경기 전 불펜 운영에 한 가지 힌트를 줬다. 김 감독은 임기영 최지민과 더불어 우완 장현식(28), 사이드암 박준표(31), 그리고 좌완 이준영(31)까지 5명의 선수로 당분간 필승조를 꾸려가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없어서 있는 대로 세 선수를 긁어모은다는 느낌보다는, 최근 성적이 좋으니 믿고 가겠다는 뉘앙스였다.
10일 두산전에서 KIA는 6-3으로 이겼다. 경기 초반부터 점수가 났고, 선발 이의리가 경기 중반 찾아온 위기를 잘 버텼고, 경기 중반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적시타들이 나왔다. 그리고 7회부터는 임기영 최지민을 제외한 나머지 불펜 카드들을 적시적소에 활용하며 3점 차 리드를 지키고 주말 3연전 위닝시리즈를 예약했다.
임기영 최지민 없이도 경기의 뒷문을 닫았다는 건 이날 KIA에 승리 이상의 울림을 줬다. KIA는 5-3으로 앞선 7회 좌완 김유신을 시작으로 불펜 운영에 돌입했다. 김유신이 마운드에 올라가자마자 박준표 이준영 장현식이 순차적으로 몸을 풀며 다음을 대비했다. 김유신이 7회 아웃카운트 두 개를 책임지자, 김 감독은 박준표를 올려 버티기에 들어갔다.
박준표의 활약이 이날 승리의 밑거름이었다. 이날 3연투였던 박준표의 체력도 멀쩡할 리는 없었지만, 1⅓이닝을 깔끔하게 잡아내며 두산의 추격 흐름을 완벽하게 꺾어놨다. 6-3으로 앞선 9회에는 장현식이 나와 세 타자를 가볍게 요리하고 승리를 확정지음과 동시에 세이브를 거뒀다. 안정감이 있었다.
세 선수는 올해 KIA의 불펜 구상에서 예전만한 위치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장현식은 지난해 시즌 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아 아예 합류가 늦었다. 박준표는 보강이 된 팀 불펜 경쟁에서 밀려 아예 개막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다. 김기훈의 본격적인 가세, 김대유의 합류, 그리고 최지민의 놀라운 성장 속에 이준영은 지난해 독보적이었던 좌완 셋업맨의 위상이 잠시 잊혔다.
하지만 묵묵하게 준비하고 공을 던진 세 선수는 주축 불펜 투수들이 2군에 내려간 와중에서 분전하며 조용하고 또 화려하게 팀 마운드를 지탱하고 있다. 2군에 내려간 불펜 투수들을 조금 더 여유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원동력도 바로 여기서 나온다.
주로 좌타자를 상대하는 이준영은 올해 2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17의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 피안타율은 0.207로 안정적이다. 5월 26일 뒤늦게 1군에 등록된 박준표는 8경기에서 상황을 가리지 않고 등판해 평균자책점 1.29의 좋은 성적으로 팀 불펜을 밀고 있다. 장현식은 합류 초기 다소 불안했으나 최근 10경기에서는 9⅔이닝 동안 자책점이 하나밖에 없을 정도다. 이날 ‘트랙맨’ 데이터상으로 최고 구속 시속 149.5㎞를 찍으며 올라온 컨디션을 과시했다.
올해 주목을 덜 받아서 그렇지 사실 원래 팀의 필승조였던 선수들이다. 장현식이야 정해영 전상현과 함께 ‘트리플J’의 일원이었고, 이준영은 지난해 팀 좌완 셋업맨이었다. 박준표도 2019년 15홀드, 2020년 11홀드를 기록한 필승조 출신이다. 새롭게 합류한 코치들은 모를 수도 있지만, 선수는 물론 지도자 경력을 모두 KIA에 바친 김 감독은 그 능력들을 잘 아는 선수들이다. KIA의 기억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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