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환’ 시동 건 美… ‘차이나 배터리’ 추격 가속페달 [세계는 지금]
전기차 부품 중 배터리 원가비중이 40%
美 3년간 수입 물량 40% 이상 ‘중국산’
美 기업 차 팔수록 中기업 배불리는 꼴
美, IRA 도입 등 공급망 확충 ‘안간힘’
포드, 中 CATL과 협업 美에 공장 설립
핵심 소재 리튬·희토류도 中과 쟁탈전
美 기업들 광물채굴 사업 전방위 가세
중국 없이 전기차 공급망을 미국이 확립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이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산업 영역 대부분을 잠식해서다.
현재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중국이 장악하고 한국이 도전하는 형세다. 2022년 기준으로 중국 기업은 CATL이 37.0%로 점유율 1위, BYD가 13.6%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두 기업만으로 이미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점유율 7∼10위에 포진한 CALB(3.9%), 고션하이테크(2.7%), 선와다(1.8%), 파라시스에너지(1.4%) 등도 모두 중국 기업이다.
한국이 LG에너지솔루션(13.6%·공동 2위), SK온(5.4%·5위), 삼성SDI(4.7%·6위)로 강력한 도전자군을 형성하고 있고, 일본의 파나소닉이 7.3%의 점유율로 중국, 한국 외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기업 이름은 이 명단에서 찾을 수 없다. 그렇다 보니 전기차 기업 테슬라를 포함한 미국 내 완성차 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시장을 장악한 중국 기업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미국은 2019∼2021년 전체 리튬이온 배터리 수입의 40% 이상을 중국에 의존했다.
미국은 장기적으로 자국 완성차 업체가 자체적으로 배터리 제조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 중이다. 자동차 회사들로서도 향후 상당 기간 이어질 전기차 수요 증가 속 생산라인을 통합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공급 안정성도 보장할 수 있기에 이런 정책 흐름에 적극 부응 중이다.
테슬라는 이미 배터리 일부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테슬라는 자사의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지난 7일간 86만8000개의 4680 배터리 셀을 자체 생산했다”면서 “이는 테슬라 전기차 1000대에 사용할 수 있는 수량”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포드로서는 IRA로 미국 직접 진출 통로가 막힌 CATL에게 우회로를 열어주는 대신 빠르게 배터리 자체 생산 역량을 흡수할 수 있다. 포드는 LG에너지솔루션과 튀르키예에 배터리 합작 공장을 세우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배터리는 기술로만 만들 수 없다. 안정적인 원료 공급망 확보가 필수다.
미국은 이런 원료 확보에서도 중국과 힘겨운 경쟁을 치러야 한다. 배터리 생산의 핵심 소재인 리튬과 희토류 등도 중국이 상당 부분 통제하고 있는 탓이다. 이 중 전기차용 배터리의 기본적인 소재인 리튬은 2025년까지 전 세계 생산량의 3분의 1을 중국이 주무르게 된다. 지난 3월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자국과 외국의 광산에서 지난해 19만4000t의 리튬을 생산했으며, 2025년까지 생산량을 70만5000t으로 늘릴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은 리튬 자국 생산 규모로 세계 최대는 아니다. 2021년 기준 생산량으로 3위에 오르긴 했지만 52%를 기록한 호주, 24.5%를 점유한 칠레에 한참 뒤진 13% 점유율만을 가졌다. 매장량도 680만t으로 볼리비아(2100만t), 아르헨티나(2000만t), 칠레(1100만t) 등에 뒤진다. 심지어 미국(1200만t), 호주(790만t)도 매장량에서는 중국을 앞선다.
대신 중국은 호주와 남미·아프리카 등지에서 리튬광산 개발에 적극 뛰어들어 이들 국가에서 생산되는 리튬을 우선 확보해 왔다. 한 발 처진 미국은 자국의 앞마당, 뒷마당 격인 아메리카 대륙을 중심으로 리튬 쟁탈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역시 ‘배터리 내재화’를 노리는 완성차 업체들이 선봉에 섰다. 포드는 세계 1, 2위 리튬 업체인 미국 앨버말, 칠레 SQM을 비롯해 캐나다 네마스카리튬 등 광산기업과 잇달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엘버말과 네마스카리튬에서는 수산화리튬, SQM을 통해서는 탄산·수산화리튬을 공급받게 된다.
전통 석유 기업도 가세 중이다. 지난달 미국 1위 석유기업인 엑손모빌이 미국 아칸소주의 리튬광산 시추권을 1억달러(약 1300억원)에 사들인 데 이어 향후 에너지 기업들의 리튬 등 배터리 광물 채굴 산업 진출이 이어질 전망이다.
리튬 외에 전기차 제조에 필요한 희토류 또한 미국 전기차 산업의 ‘탈중국’ 행보에 큰 걸림돌이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60%, 가공의 87%를 담당한다. 네오디뮴과 세륨, 툴륨 등 희토류는 자연계에 매우 드물게 존재하는 금속 원소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중국 정부가 산업 기술의 수출 규제 품목을 담은 ‘중국 수출규제·수출제한 기술목록’ 개정안에 네오디뮴 등을 추가했다고 4월에 보도한 바 있다. 네오디뮴은 전기차 모터 핵심 부품인 영구자석 원료로 중국이 세계 시장의 84%를 장악했다.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고 만드는 전기차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3월 테슬라는 “향후 희토류 없이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급망 문제와 희토류 자석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 등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희토류 없이 전기차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전망하지만 전기차 분야 미국·글로벌 선두 주자인 테슬라가 만약 힘겨운 도전에 성공한다면 미국 전기차 산업의 중국 탈출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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