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환’ 시동 건 美… ‘차이나 배터리’ 추격 가속페달 [세계는 지금]

서필웅 입력 2023. 6. 1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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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주도권 장악
전기차 부품 중 배터리 원가비중이 40%
美 3년간 수입 물량 40% 이상 ‘중국산’
美 기업 차 팔수록 中기업 배불리는 꼴
美, IRA 도입 등 공급망 확충 ‘안간힘’
포드, 中 CATL과 협업 美에 공장 설립
핵심 소재 리튬·희토류도 中과 쟁탈전
美 기업들 광물채굴 사업 전방위 가세
미국은 ‘자동차의 나라’라고 불리지만 실상은 ‘자동차 없이는 삶이 불가능한 나라’에 가깝다. 드넓은 땅덩어리를 가진 미국 사회에서 자동차는 필수품이다. 이는 엄청난 자동차 수요가 항상 존재하는 나라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2020년대 이후 미국은 마음이 바쁘다. 자동차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급속히 대체되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환경 규제가 덜한 미국은 유럽에 비해 전기차의 일반화가 조금 더뎠는데 이제 대체가 본격화하고 있다. 자칫하면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이행하는 시기의 엄청난 수요를 외국에 빼앗길 수 있다. 게다가 이런 전기차 생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국가가 미국의 라이벌로 꼽히는 중국이다. 미국이 전기차 관련 자체 공급망을 빠르게 확충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이를 중국을 빼고 해내야만 한다는 게 숙제다.
◆중국 배터리 산업에 뛰어든 미국

중국 없이 전기차 공급망을 미국이 확립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이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산업 영역 대부분을 잠식해서다.

현재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중국이 장악하고 한국이 도전하는 형세다. 2022년 기준으로 중국 기업은 CATL이 37.0%로 점유율 1위, BYD가 13.6%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두 기업만으로 이미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점유율 7∼10위에 포진한 CALB(3.9%), 고션하이테크(2.7%), 선와다(1.8%), 파라시스에너지(1.4%) 등도 모두 중국 기업이다.

한국이 LG에너지솔루션(13.6%·공동 2위), SK온(5.4%·5위), 삼성SDI(4.7%·6위)로 강력한 도전자군을 형성하고 있고, 일본의 파나소닉이 7.3%의 점유율로 중국, 한국 외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기업 이름은 이 명단에서 찾을 수 없다. 그렇다 보니 전기차 기업 테슬라를 포함한 미국 내 완성차 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시장을 장악한 중국 기업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미국은 2019∼2021년 전체 리튬이온 배터리 수입의 40% 이상을 중국에 의존했다.

미국은 배터리 수입 물량 중 중국산 비중을 2019년 49.9%에서 2020년 43.5%로 다소 줄이는 데에 성공했지만 전기차 판매가 본격 확대된 2021년에는 54.5%로 다시 늘었다. 전기차 전체 부품 중 배터리 원가 비중은 40%에 달한다. 미국 기업이 차를 팔수록 중국 배터리 기업들만 배가 부르는 구도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 한국, 일본 등의 배터리 기업이 미국 내에 자체 공장을 설립하도록 유도해 생산과 고용에 따른 효과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꾸준히 추진 중이다. 최근 미국서 발효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이 흐름이다.

미국은 장기적으로 자국 완성차 업체가 자체적으로 배터리 제조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 중이다. 자동차 회사들로서도 향후 상당 기간 이어질 전기차 수요 증가 속 생산라인을 통합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공급 안정성도 보장할 수 있기에 이런 정책 흐름에 적극 부응 중이다.

테슬라는 이미 배터리 일부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테슬라는 자사의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지난 7일간 86만8000개의 4680 배터리 셀을 자체 생산했다”면서 “이는 테슬라 전기차 1000대에 사용할 수 있는 수량”이라고 밝힌 바 있다.

4680 배터리 셀은 향후 테슬라가 주력 수익 모델로 삼을 것으로 보이는 저가형, 소형 전기차에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생산량은 기업 규모로 볼 때 미미한 수준이지만 이를 통해 테슬라가 향후 배터리 자체 생산을 통해 수익성과 공급 안정성을 극대화하려 한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포드는 배터리 분야 선도 기업과 협업해 공장 짓기에 나섰다. 포드는 최근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중국의 CATL과 미국 미시간주 배터리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약 35억달러(4조5400억원)가 투자되는데 포드가 공장 지분을 100% 갖고, CATL은 배터리 기술 및 노하우만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로서는 IRA로 미국 직접 진출 통로가 막힌 CATL에게 우회로를 열어주는 대신 빠르게 배터리 자체 생산 역량을 흡수할 수 있다. 포드는 LG에너지솔루션과 튀르키예에 배터리 합작 공장을 세우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합작 공장을 운영 중인 GM은 최근 여러 차례 배터리 일부 자체 생산 의지를 내비쳤다. 전기차 배터리는 화재 발생 등으로 인한 안전 우려가 존재해 이들 기업들이 제조 노하우를 갖춘 기존 배터리 업체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당분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행보가 거대한 내수 수요 폭발을 앞두고 중국 없이 전기차 생산을 해내겠다는 방향성만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리튬 쟁탈전에 ‘희토류 제로’ 전기차 개발도

배터리는 기술로만 만들 수 없다. 안정적인 원료 공급망 확보가 필수다.

미국은 이런 원료 확보에서도 중국과 힘겨운 경쟁을 치러야 한다. 배터리 생산의 핵심 소재인 리튬과 희토류 등도 중국이 상당 부분 통제하고 있는 탓이다. 이 중 전기차용 배터리의 기본적인 소재인 리튬은 2025년까지 전 세계 생산량의 3분의 1을 중국이 주무르게 된다. 지난 3월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자국과 외국의 광산에서 지난해 19만4000t의 리튬을 생산했으며, 2025년까지 생산량을 70만5000t으로 늘릴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은 리튬 자국 생산 규모로 세계 최대는 아니다. 2021년 기준 생산량으로 3위에 오르긴 했지만 52%를 기록한 호주, 24.5%를 점유한 칠레에 한참 뒤진 13% 점유율만을 가졌다. 매장량도 680만t으로 볼리비아(2100만t), 아르헨티나(2000만t), 칠레(1100만t) 등에 뒤진다. 심지어 미국(1200만t), 호주(790만t)도 매장량에서는 중국을 앞선다.

대신 중국은 호주와 남미·아프리카 등지에서 리튬광산 개발에 적극 뛰어들어 이들 국가에서 생산되는 리튬을 우선 확보해 왔다. 한 발 처진 미국은 자국의 앞마당, 뒷마당 격인 아메리카 대륙을 중심으로 리튬 쟁탈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역시 ‘배터리 내재화’를 노리는 완성차 업체들이 선봉에 섰다. 포드는 세계 1, 2위 리튬 업체인 미국 앨버말, 칠레 SQM을 비롯해 캐나다 네마스카리튬 등 광산기업과 잇달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엘버말과 네마스카리튬에서는 수산화리튬, SQM을 통해서는 탄산·수산화리튬을 공급받게 된다.

GM은 지난 1월 캐나다 리튬광산업체인 리튬아메리카스에 6억5000만달러(약 8600억원)를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6년부터 네바다주 광산에서 리튬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네바다주의 훔볼트 카운티에 인근에서 리튬 개발을 위한 채굴이 계속되고 있다. AP연합뉴스
테슬라는 지난달 미국 텍사스주 코퍼스 크리스티에 미국 완성차 업계 최초로 리튬 정제공장을 착공했다. 3억7500만달러를 투자한 이 공장에서 2025년까지 연간 100만대의 전기차를 제조하기에 충분한 배터리 등급의 리튬을 뽑아낼 예정이다.

전통 석유 기업도 가세 중이다. 지난달 미국 1위 석유기업인 엑손모빌이 미국 아칸소주의 리튬광산 시추권을 1억달러(약 1300억원)에 사들인 데 이어 향후 에너지 기업들의 리튬 등 배터리 광물 채굴 산업 진출이 이어질 전망이다.

리튬 외에 전기차 제조에 필요한 희토류 또한 미국 전기차 산업의 ‘탈중국’ 행보에 큰 걸림돌이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60%, 가공의 87%를 담당한다. 네오디뮴과 세륨, 툴륨 등 희토류는 자연계에 매우 드물게 존재하는 금속 원소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중국 정부가 산업 기술의 수출 규제 품목을 담은 ‘중국 수출규제·수출제한 기술목록’ 개정안에 네오디뮴 등을 추가했다고 4월에 보도한 바 있다. 네오디뮴은 전기차 모터 핵심 부품인 영구자석 원료로 중국이 세계 시장의 84%를 장악했다.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고 만드는 전기차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3월 테슬라는 “향후 희토류 없이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급망 문제와 희토류 자석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 등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희토류 없이 전기차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전망하지만 전기차 분야 미국·글로벌 선두 주자인 테슬라가 만약 힘겨운 도전에 성공한다면 미국 전기차 산업의 중국 탈출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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