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는게 이렇게 복잡해?...내 입에 착 붙으면 ‘최고의 와인’ 입니다 [전형민의 와인프릭]
기호품, 사람 몸에 필요한 영양소가 들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독특한 향기나 맛 따위가 있어 즐기고 좋아하는 식품(고려대한국어대사전)
와인 교육 프로그램이나 세미나에 참석하면 와인은 기호품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곤 합니다. 보통 이론 강의 뒤 테마에 맞는 여러 종류의 와인을 따라놓고 향과 맛을 보며 이론으로 접한 내용을 실습하는데요. 어느 정도 와인 경험자들이 참석하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각자 ‘좋다’고 느끼는 와인과 그 이유가 천차만별인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같은 맥락에서 ‘좋은 와인을 추천해달라’는 주변의 요청에는 늘 고민이 뒤따릅니다. 요청자의 와인에 대한 이해와 취향은 물론이고, 그 용도(선물·회식·보관 등)를 고려한 배경 이야기, 와인과 함께할 음식까지 전방위로 살펴도 실패하는 경우를 종종 겪기 때문입니다. 와인을 즐기는 분이 아니라면, 기껏 큰맘 먹고 구입한 와인이 저 때문에 인생의 마지막 와인이 될 수도 있겠죠.
물론 복합미, 강도, 여운, 밸런스 등을 따져 좋은 와인을 정의하는 학문적인 잣대는 존재합니다만, 오히려 와인을 ‘공부하면서 마셔야 하는 술’로 인식시키는 와인 스트레스 때문에 대중화가 더뎌진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결국 와린이들에게는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야 말로 좋은 와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와인 세미나나 교육 프로그램 장면. 보통 이론 강의 후 3~7 종류의 와인을 시음하면서 실습을 하는 순으로 진행한다. 주로 지역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해당 지역 다양한 스타일 와인을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다. [사진=전형민 기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06/10/mk/20230610180617878lfzx.jpg)
이미 국내 많은 와인 러버들의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브레드 앤 버터는 한 때 와인에서 나는 이스트(yeast·효모) 풍미가 유난히 도드라져서 그게 그대로 이름이 됐다는 설이 돌기도 했는데요.
지난 달 한 행사에서 만난 ‘브래드 앤 버터’의 와인메이커 린다 트로타(Rinda Trotta)에게 물어보니, 일상과 조화라는 두 가지 뜻을 가졌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첫 번째는 일반적인 ‘먹고 사는 일’과 같은 자연스러운 와인이라는 의미, 두 번째는 ‘빵과 버터’처럼 어디에도 잘 어울리는 와인이라는 의미입니다.
린다와 브레드 앤 버터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그녀의 양조 철학이 다른 양조자들과는 조금 달랐던 기억 때문입니다. 보통 와인 메이커들은 자신의 와인이 얼마나 다양한 맛과 향을 표현해내는지, 또 얼마나 좋은 떼루아를 표현하고 있고, 함축적인 복합성을 통해 자신의 철학을 잘 드러내려는지 설명하려고 애쓰는데요. 그녀의 양조 철학은 그녀가 만든 와인 만큼이나 단순하고 직관적이었습니다.
“Don’t overthink it. A good wine is a wine you like.”(너무 고민 마세요. 좋은 와인은 당신이 좋아하는 와인이예요.) 린다는 “와인 자체는 복잡할 수도, 다층적일 수도 있지만, 결국 인상을 결정하는 건 마셨을 때의 즐거운 기억”이라며 “와인을 너무 어렵게 접근하려고 애쓰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양조는 어렵지만, 마시는 사람이 그 어려움을 고민할 필요는 없다는 설명입니다.
![브레드 앤 버터 세미나. [사진=전형민 기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06/10/mk/20230610180619178btti.jpg)
레드 와인의 매력을 꼽으라면 빠지지 않는 ‘오크 터치’ 역시 살짝 과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직관적으로 다가옵니다. 노골적인 스모키(smoky·훈연향)와 바닐라 뉘앙스, 그에 뒤지지 않는 고소한 빵냄새와 자두나 블루베리 같은 진한 과실미 덕분에 각종 구운 고기류와 무난하게 잘 어울립니다. 특히 한식 불고기와 궁합이 좋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런 매력 덕분일까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전년 대비 매출이 최소 15% 이상 상승해야 수상 자격이 주어지는 ‘IMPACT HOT BRAND AWARDS’를 5년 연속 수상했고, 지금은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만 매년 960만병 이상을 팔고 있는 초거대 베스트셀러로 성장했습니다.
복잡한 와인도 좋지만, 단순하고 직관적인 입에 짝짝 붙는 와인도 충분히 세계시장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지난 2018년 이후 5년 연속으로 ‘IMPACT HOT BRAND AWARDS’를 수상한 브레드 앤 버터 와인. [사진=롯데칠성]](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06/10/mk/20230610180620437pqcv.jpg)
그런데 생각해보면 여전히 주변에서 와인을 접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와인이 ‘편하지(쉽지) 않다’는 것도 여러가지 이유 중 한 가지일 겁니다. 이는 비단 와인의 가격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어떠한 산업이 발전해 고도화하고 다양화 될수록 이제 막 산업에 진입하려는 초심자는 그 장벽을 높게 느끼는 역설이 와인을 ‘그들만의 리그’로 만드는 것은 아닐까요. 코로나19 특수를 통해 산업 규모 확장에 성공한 우리 와인 업계가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고민해 봐야할 대목입니다.
영국의 저명한 와인 전문가 휴 존슨(Hugh Johnson)은 그의 저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게 와인을 즐기는 방법’의 첫머리에서 “레이블을 보지 마라. 가격도 무시하라. 오직 하나만 생각하라. 바로 지금 잔에 든 이 와인이 얼마나 맛이 있는가 하는 것만 생각하라” 고 적었습니다.
와인이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때로는 조금 더 직관적이고 편안한 브레드 앤 버터 같은 와인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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