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오래 사세요”… 200살 소나무 돌보는 왕진 의사 [밀착취재]

최상수 2023. 6. 1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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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가는 나무를 잘 치료해서 살아났을 때 가장 보람을 느끼죠. 아직은 나무의사에 대해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신뢰해 주고 인정해 줄 때 가장 뿌듯합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에 있는 청주 제35호 보호수 앞에서 김판석 한국나무의사협회장과 함께 만난 나무의사 강기래 박사(조경학)가 말했다.

나무의사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만큼 비용에 관해 설명하는 것이 제일 어렵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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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말 전면 시행 ‘나무의사’ 진찰 현장
강기래 나무의사(왼쪽)와 김판석 한국나무의사협회장(오른쪽)이 10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에 위치한 청주 제35호 보호수(수령 219년)를 진료하기 위해 찾았다. 이날 강 의사와 김 회장은 2인 1조로 생육 상태를 점검, 해충 여부를 확인하고 토양 상태도 면밀히 검사했다.
“죽어 가는 나무를 잘 치료해서 살아났을 때 가장 보람을 느끼죠. 아직은 나무의사에 대해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신뢰해 주고 인정해 줄 때 가장 뿌듯합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에 있는 청주 제35호 보호수 앞에서 김판석 한국나무의사협회장과 함께 만난 나무의사 강기래 박사(조경학)가 말했다.
왕진 가방 챙기고 강기래 나무의사와 김판석 한국나무의사협회장이 왕진 가방에서 꺼내 놓은 도구들의 모습.
김판석 한국나무의사협회장과 강기래 나무의사가 청주 제35호 보호수를 살펴보고 있다.
김판석 한국나무의사협회장이 청주 제35호 보호수를 살펴보고 있다.
나무의사는 보통 나무의사 두 명이나 나무의사와 수목치료기술자 2인 1조로 움직인다. 이는 나무병원 설립을 위한 최소 인원 요건과도 동일하다. 보통 나무의사가 진료하면 수목치료기술자가 방재한다. 의사와 간호사 같은 개념이다.
2인1조 나무병원 김판석 한국나무의사협회장과 강기래 나무의사가 청주 제35호 보호수를 살펴보고 있다.
강기래 나무의사와 김판석 한국나무의사협회장이 청주 제35호 보호수를 찾고 있다.
강기래 나무의사가 고지가위로 청주 제35호 보호수의 신초를 채취하고 있다.
강기래 나무의사가 청주 제35호 보호수의 신초를 통해 생육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안전모에 형광 조끼, 큼직한 왕진 가방. 보통 의사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지만 500t 크레인 같은 중장비도 운용될 수 있는 현장에서 안전은 필수다. 수세(樹勢) 측정기로 나무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작년과 올해의 신초(新梢: 새로 나서 자란 가지) 길이를 비교해 생육 상황을 판단한다. 나뭇가지를 털어 해충을 잡아 현미경으로 확인해 봤다. 소나무왕진딧물이 두 마리 잡혔지만,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토양전기전도도(EC) 측정기를 땅에 꽂아 토양의 염류도 검사해 보고, 검토장으로 땅을 파서 나무가 심길 때 잘 심겼는지, 토양의 상태가 괜찮은지 확인해 본다.
강기래 나무의사가 털어잡기로 청주 제35호 보호수에 있는 해충을 포집하고 있다.
강기래 나무의사가 청주 제35호 보호수에서 털어잡기 한 소나무왕진딧물을 현미경으로 확인하고 있다.
병해충 위험도 진단 강기래 나무의사가 청주 제35호 보호수에서 털어잡기 한 소나무왕진딧물을 현미경으로 확인하고 있다.
강 박사는 20여년의 식물 조사, 연구원 경력을 바탕으로 나무의사 일을 하고 있다. 나무의사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만큼 비용에 관해 설명하는 것이 제일 어렵다고 한다. 나무는 스스로 자라고, 병에 걸려도 자연적으로 치유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강 박사는 “나무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해요. 전선에 걸린다고 가지치기하는 것도 나무에게 치명적일 수 있어요”라고 강조했다.
강 박사는 처음부터 크게 자라는 나무 종류는 전선 밑에 심으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근본적으로 나무에 대한 이해도 부족으로 생기는 문제라는 것. 그는 “애초에 수종 선택 자체가 잘못된 거예요. 나무는 유전적으로 가진 수형(樹形)이 있죠. 그 자체가 제일 아름답습니다”라고 했다.
10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에서 강기래 나무의사가 검토장으로 청주 제35호 보호수 주변의 토양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주변 토양 염류까지 확인 강기래 나무의사가 토양전기전도도(EC) 측정기로 청주 제35호 보호수 주변 토양의 염류를 확인하고 있다.
강기래 나무의사가 토양 오거로 청주 제35호 보호수 인근의 땅을 파내고 있다. 토양 오거는 특정 부분에만 거름을 주거나 영양분을 줄 때, 뿌리의 호흡을 위해서 유공관을 심을 때 사용된다.
국내에서 나무의사가 처음으로 시행되는 만큼 부족한 면도 많다고 한다. 외과 수술의 경우 교재에서는 우레탄폼을 채우는 것이 정석이라고 가르치지만 강 박사는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외국에서는 나무에 이롭지 않다고 생각해 외과 수술을 거의 하지 않는 추세라는 것이다. 또 현장에서 직접 진료해 본 결과, 시간이 지나 나무가 조금씩 움직이다 보면 나무와 우레탄 사이에 틈이 생기고, 그 사이로 빗물이 들어가면 나무가 썩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비용도 저렴하고 썩지 않게 처리할 수 있는 생태 친화적인 외과 수술의 선두 주자가 되는 것이 강 박사의 꿈이다.
나무 상태 체크 강기래 나무의사가 수세 측정기로 청주 제35호 보호수의 수세를 측정하고 있다. 수치가 15 이하일 경우 양호한 편이다.
강기래 나무의사가 수세 측정기로 청주 제35호 보호수의 수세를 측정하고 있다. 수치가 15 이하일 경우 양호한 편이다.
나무의사가 없던 과거에는 전문적 지식이 없는 아파트 경비원, 학교 관리자 등의 병행 업무로 인해 병충해를 막기 위해 농약을 오남용하거나, 잘못된 치료 탓에 나무가 죽는 일이 많았다. 수목 진료에도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된 배경이다. 수목의 병해충을 진단, 처방하고 치유 또는 예방을 책임지는 나무의사 제도가 도입 5년 만에 오는 28일부터 정식으로 시행된다. 봄을 알리는 벚꽃나무도, 무더운 여름 잠시나마 쉴 그늘을 만들어 주는 가로수도 이제는 나무의사의 보살핌 속에 더욱 푸르고 건강하게 우리 곁을 함께 해주기 바란다.

청주=글·사진 최상수 기자 kilr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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