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공연하면 1조 '들썩'…'BTS 아빠' 주식부자 된 이유 [BTS 10주년①]
'중소' 빅히트→'1위' 하이브로 탈바꿈
엔터+IT 기업으로 체질 개선
BTS 빈자리 채울 아티스트 라인업 확충
2013년 중소 기획사 빅히트 뮤직에서 7인조 남자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선보였다. 이미 SM-JYP-YG로 대표되던 K팝 신에서 '힙합 아이돌'이라는 이색적인 콘셉트로 시장에 나온 이들이 설 자리는 그리 여유롭지 않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K팝의 저변을 넓힌 가장 큰 '사건'으로 평가된다. 일곱 멤버를 등에 업은 빅히트 뮤직은 엔터 1위 기업 '하이브'로 탈바꿈에 성공하며 무섭게 사세를 확장해가고 있다.
해외에서 방탄소년단을 주목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5년 '화양연화' 시리즈 때부터다. 그해 발매한 '화양연화 pt.2'를 통해 방탄소년단은 미국 빌보드의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 처음 진입했다. 대형 기획사 출신이 아닌, '중소돌'이 해당 차트에 이름을 올린 건 방탄소년단이 처음이었다. 2017년 국내 공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미국에서는 방탄소년단 인기가 1위"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1년 뒤 2018년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로 '빌보드 200' 1위라는 쾌거를 거뒀다. 그 뒤로 빌보드에서 승승장구한 방탄소년단은 총 6개의 앨범을 '빌보드 200' 정상에 올렸고, 총 6곡으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 1위까지 수성했다.
높아진 인기와 함께 방탄소년단 멤버 7인은 '걸어 다니는 대기업'이라 불렸다. 지난해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산업연구센터는 방탄소년단의 국내 콘서트 개최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를 1회(3일 기준) 공연당 6197억~1조2207억 원으로 분석했다. 방탄소년단이 국내에서 연간 10회 공연할 경우, 최대 12조2068억 원의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K팝 피지컬 앨범 판매량은 수년째 성장을 거듭해 온 끝에 올해 '1억장 시대'를 앞두고 있는데, 여기에도 방탄소년단의 영향이 크다. 방탄소년단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앨범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가장 최근 발매한 앨범 '프루프(Proof)'는 348만장 이상이 팔렸다.
이에 힘입어 소속사 하이브는 굴지의 K팝 기획사로 발돋움했다. 방탄소년단이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빌보드 '핫 100' 1위를 차지했던 2020년, 하이브는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9일 기준 하이브의 시가총액은 11조 6826억원이다.
'BTS의 아버지'로 불리는 빅히트 뮤직의 설립자이자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주식 부자가 됐다. 지난 3월 말 기준 방 의장은 하이브 주식 1315만1394주(지분 31.8%)를 보유 중으로, 지분 가치는 3조6000억원을 넘어섰다.
창작자도 웃었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적 동반자로 잘 알려진 음악 프로듀서 피독(Podgg, 본명 강효원)은 2019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저작권료 수입을 올렸다. 그는 데뷔곡 '노 모어 드림(No More Dream)'을 시작으로 '아이 니드 유'(I Need You), '봄날', '피 땀 눈물', '페이크 러브'(Fake Love), 'DNA', '불타오르네',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옛 투 컴(Yet To Come)' 등 방탄소년단의 음악적 정체성이 깃든 발표곡 대부분을 작곡 및 프로듀싱한 인물이다.
상장 전 하이브는 엔터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팬 플랫폼 위버스를 기반으로 한 IT 기업으로서의 체질 개선에 힘을 쏟았다. 넥슨 출신의 박지원 대표를 중심으로 아티스트 IP를 활용한 플랫폼·솔루션 등 IT 사업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퍼톤과 하이브의 게임 사업 계열사 하이브IM이 가수 이현과 손잡고 음악에 다국어 발음을 교정하거나 목소리 성별을 바꾸는 등의 기술을 접목해 선보였다.
SM 인수전에서 발을 빼면서도 '플랫폼 협업'을 결과물로 가져와 팬덤 플랫폼 위버스의 영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할 것임을 시사했다.
본업 분야에서는 군 입대로 공백기가 생긴 방탄소년단의 빈자리를 기존에 인수한 레이블 아티스트들이 구심점이 돼 채우고 있다.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소속 세븐틴이 높은 앨범 판매량을 보이고 있고, 쏘스뮤직과 합작해 내놓은 르세라핌, 'SM 출신' 민희진이 선보인 뉴진스가 4세대 걸그룹 시장을 주도해가고 있다.
다만 '완전체' 방탄소년단을 대체할 만큼 지속력 있는 캐시카우를 확보했느냐는 점에서는 아직 물음표가 따른다. 후배 보이그룹인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등은 아직 성장 단계다. 그 가운데 하이브는 지코가 수장으로 있는 레이블을 통해 보이넥스트도어를 론칭했고, 새 오디션 프로그램 '알 유 넥스트(R U Next?)'로 새 걸그룹도 예고했다. '뉴 페이스'를 통한 물량 공세가 방탄소년단 이상의 파급력을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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