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어뢰 ‘해일’ 사냥할 국산‘요격용 어뢰’ 개발 착수[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정충신 기자 입력 2023. 6. 10. 15:03 수정 2023. 6. 1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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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 ‘바다 속 패트리엇 미사일’ 요격 어뢰 연구개발 착수
초경량 고출력 열전지 시제품 2025년 개발 목표
北 지난 4월 수중 핵어뢰 해일-2형 시험발사 계기 착수
개발 제품은 독일 아틀라스사의 ‘시스파이어’가 유일
적의 어뢰를 아군의 어뢰로 수중에서 격파하는 요격어뢰 개념도. 독일이 유일하게 보유한 최첨단 무기로 북한의 핵어뢰 해일 시험을 계기로 우리 군당국도 독자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독일 아틀라스 일렉트로니크사 홈페이지 캡처

북한이 지난 3월부터 4월 초에 걸쳐 3차례 수중기폭 실험을 했다며 수중 핵어뢰 ‘해일-1·2’를 공개하면서 군 당국도 북한 어뢰를 어뢰로 요격하기 위한 ‘요격용 어뢰’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군 당국은 ‘바다 속의 패트리엇(PAC) 미사일’로 불리며 어뢰로 어뢰를 잡는 요격 어뢰 시제품 개발을 2025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지난 4월 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를 통해 요격어뢰용 초경량 고출력 열전지 시제품 개발에 참여할 민간업체 공개 입찰에 들어갔다.

ADD는 오는 2025년 5월말까지 △경락 금속소재를 이용한 열전지 단위셀 400개 △적층 구조 건전성 확인을 위한 축소형 전지 40개 △완성형 전지 60개와 △요격어뢰 인터페이스 확인을 위한 추진전지시스템 5개를 납품해야 한다는 입찰 조건을 걸었다. 사업비는 29억 5730만원이 책정됐다.

열전지는 어뢰의 기동성과 속도, 최대 요격거리를 결정하는 핵심부품이다. 열전지 시제품을 2025년까지 하반기까지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하게 되면 이미 우리가 보유한 중거리탄도탄요격미사일(M-SAM), 장거리탄도탄요격미사일(L-SAM) 기술 등을 통해 한국형 요격어뢰를 개발한다는 복안이다.

요격 어뢰란 아군의 수상함이나 잠수함을 노린 적의 어뢰를 수중에서 직접 타격하는 어뢰로 일부 유럽국가만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개발 완료된 제품은 독일 아틀라스사의 ‘시스파이어’가 지금까지는 유일하다.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요격어뢰가 완성되면 한국은 관련연구를 진행 중인 미국과 더불어 서방권에서 3~4번째 요격어뢰 생산국으로 부상해 한국 해군용 내수는 물론 수출도 유망할 것으로 기대된다. 작지만 순식간에 고출력을 내는 열전지는 난이도가 높은 리튬배터리 기술 중에서도 최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ADD는 지난해 세계최고 수준의 열전지 개발에 성공, 이번에 민간업체에게 관련 기술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시제품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지난 4월 4∼7일 수중전략무기체계 폭파시험에 성공했다며 공개한 이른바 수중핵어뢰인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2. 조선중앙TV 캡처

앞서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른바 ‘수중핵어뢰’로 알려진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의 폭파시험인 수중전략무기체계 시험을 지난 4월 4~7일 진행했다고 다음날인 8일 보도했다. (서울북한이 지난 3월부터 4월 초까지 세 차례 수중기폭 실험을 했다고 공개한 수중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의 ‘사명’은 작전 수역으로 은밀히 잠행해 수중폭발로 초강력 방사능 해일을 일으켜 적의 주요 군사항구를 파괴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비밀병기’라고 주장했다.‘사명’으로 표현한 것은 앞으로 그러한 위력을 갖추도록 개발하겠다는 뜻도 내포한 것이다.

지난 3월 21~23일, 25~27일에 이어 4월 4~7일 등 세 차례 실험했다며 반잠수 또는 수면 조금 아래서 기동하는 ‘해일’의 실물과 기폭 장면 사진을 나란히 공개했다.

국내외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공개한 실물과 기폭 사진을 근거로 폭발 위력은 아직 ‘버블제트’(Bubble Jet)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수중에서 폭약이 터지면서 수면 위로 물기둥이 솟구치는 현상을 말한다. 다만, 북한이 핵어뢰 해일에 실제 ‘전술핵탄두’를 넣은 후 수중 폭발시킨다면 위력은 달라질 수 있지만, 공개된 실물 크기로 볼 때 전술핵탄두를 탑재한다고 해도 ‘초강력 방사능 해일’을 일으킬 수준은 못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214급(1800t급) 잠수함 1번함 손원일함의 초대 함장을 지낸 최일(예비역 해군대령) 잠수함연구소장은 11일 "북한의 의도대로 초강력 해일을 일으켜 주요항구를 파괴하려면 정확한 폭발 위치로 보낼 수 있는 능력과 충분한 파괴력이 있어야 한다"면서 "현재로서는 두 가지 모두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최 소장은 북한이 공개한 수중기폭 사진은 "버블제트 수준"이라며 "폭발 에너지가 수면 위로 분산되는 위력으로는 해일을 일으킬 수 없다"고 말했다.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도 지난 4월 8일 미국의소리(VOA)와의 대담에서 북한 해일은 "10kt(킬로톤·1kt는 TNT 1000t 폭발력) 정도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해일이나 방사능 해일을 일으키진 못할 것"이라며 "방사능에 오염된 바닷물로 목표물을 적시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북한의 해일은 아직 ‘어뢰’ 수준에 불과하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최 소장은 "연이은 3차례 시험은 북한의 핵어뢰가 아직도 시험단계임을 말해준다"고 분석했다. 반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도 "해일은 소형 핵탄두를 장착한 더 커진 어뢰 형태"라며 "해일에 장착할 크기의 핵무기는 수중 폭발 시 물이 폭발력을 대부분 흡수하기 때문에 그리 파괴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공개한 제원으로 보면 해일은 속도가 느려 목표물까지의 이동 시간이 길고, 세 차례 실험에서 잠항 시간을 늘린 것은 추진력을 발생하는 배터리 공간을 더 늘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 4∼7일 ‘해일-2형’이 71시간 6분간 1천㎞를 잠항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달 21~23일 해일의 59시간 12분, 25~27일 해일-1형의 41시간 27분보다 잠항 시간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해일은 배터리로 추진력을 발생하는데 그만큼 배터리 공간이 더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배터리 공간이 커질수록 핵탄두 탑재 공간은 적어진다.

해일에 탑재된 핵심 기능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북한이 해일을 ‘무인수중공격정’이라고 지칭한 것은 무인잠수정(UUV)과 유사한 개념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함정처럼 기동하는 목표물(표적)을 추적하는 센서는 갖추지 못했고 자신의 위치와 심도를 알 수 있는 센서 정도를 탑재하는 등 기능이 단순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최 소장은 "북한이 공개한 사진으로 판단했을 때 북한의 핵어뢰는 추가 위치보정 및 통신 능력은 없어 보이는 단순한 형태"라며 "장시간 항해 능력은 보유했다고 하더라도 정확한 폭발 위치까지 기동시키는 데는 기술적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정확한 위치 보정 능력과 충분한 파괴력 확보를 위한 시험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해일-1·2형’ 시험을 토대로 핵탄두를 넣을 수 있도록 탄두부를 키우거나 대신 길이를 줄인 형태의 개량형을 만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 해일은 길이가 최대 10m가량으로 직경은 잠수함 탑재 어뢰보다 굵어 잠수함 탑재가 어려워 항구나 해군기지에서 발사해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문근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개발시험 단계인 해일은 기지나 항구에서 쏠 것"이라며 "원점 타격으로 봉쇄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소장은 "공중 핵 공격에 추가해 수중 핵 공격에 대한 이중 방어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한미 공조로 수중 핵어뢰 방어 체계를 구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어뢰가 완성 단계에 아닌만큼 요격용 어뢰개발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이 요격용 어뢰 개발에 성공해 전력화할 경우 북한의 수중핵어뢰 요격수단을 갖추게 돼 수중 어뢰방어체계 및 수중 킬체인(Kill Chain) 능력 등 억제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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