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 민주항쟁 '반쪽 기념식'…여야, 민주주의 훼손 책임 공방

정부, 6·10 민주항쟁 기념식 불참
與 "폭거·독주로 의회민주주의 파괴"
野 "민주주의 풍전등화 위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지선스님(왼쪽부터)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진보당 윤희숙 상임 대표 등 야당 지도부가 '광야에서'를 합창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정부가 처음으로 불참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10 항쟁이 없었다면 오늘의 윤석열 대통령도 또 오늘의 정권도 없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대표는 오늘(10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제36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대한민국의 진정한 민주주의를 시작했던 오늘의 이 현장을 대통령과 정부 당국자들이 보이콧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어 “민주주의는 절로 오는 것도 지켜지는 것도 아니다 수많은 사람의 피와 지고한 노력으로 비로소 만들어지고 지켜지는 것”이라며 “극히 사소한 이유를 핑계로 예산 삭감을 위협하고 공식 정부 행사를 비토하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이 대표는 “결국 민주주의는 정권, 권력자들이 아니라 국민이 만들고 지켜가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하는 참담한 현장”이라며 “이게 지금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초 행정안전부는 이번 6·10 민주항쟁 기념식 주최자에서 빠지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행안부 장관 직무대행인 한창섭 차관의 기념사도 취소됐습니다.

이같은 결정은 기념식을 주관하는 행안부 산하 공공기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구호로 내건 행사를 후원한 게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은 정부 불참에 힘을 실었습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당민주주의가 돈으로 인해 오염되고, 대화와 타협의 의회민주주의가 다수의 폭거와 독주로 인해 파괴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자유’와 ‘민주’라는 이름 아래, 가짜뉴스와 망언으로 사회분열을 획책하며 대한민국의 존립 가치를 뒤흔드는 행태도 이어지고 있다”며 “심지어 최근에는 6·10 민주항쟁의 뜻을 이어받는 단체가 정작 그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정치적 공격을 일삼는 시민단체에 후원하는 일도 발생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다만 민주당은 민주주의가 풍전등화 위기에 있다며 입장 차를 보였습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윤석열 정부에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다”며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의 자유가 억압받고, 자율성이 근간인 시민단체의 활동이 부정부패로 매도되고, 노동자의 권리는 공권력의 무차별적 폭력으로 제압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