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회복제 속 '이것', 노화 예방 효과가?
다양한 식품과 에너지음료에 흔히 첨가되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타우린을 매일 고용량으로 섭취하면, 사망을 지연시키고 노화로 인한 생물학적 손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발표됐다. 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연구진의 논문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생쥐와 원숭이, 벌레를 대상으로 고용량의 타우린을 복용시킨 결과 근력과 기억력, 신진대사가 개선됐고, 염증과 DNA 손상은 억제됐다고 밝혔다. 또 타우린 보충제를 정기적으로 섭취한 중년 쥐는 그렇지 않은 쥐보다 훨씬 더 오래 살았다. 연구 책임자인 미국 컬럼비아대 어빙 메디컬센터의 비제이 야다브 연구원은 "추가적인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타우린은 1820년대 독일 과학자들이 황소의 담즙에서 처음 분리하면서 황소자리 별자리의 이름이 붙게 된 아미노산이다. 체내에서 생성되고 조개류나 칠면조 같은 동물성 식품에서 얻을 수 있는 영양소다.
인간을 대상으로한 기존 연구에서는 이미 낮은 타우린 수치가 심장 건강, 인지 능력 및 근육 기능 저하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타우린이 일본 오키나와섬에 사는 사람들의 장수와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그러나 타우린 결핍이 노화의 원인인지, 아니면 단순히 노화 과정의 부산물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연구진은 타우린이 오랜 기간 안전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량 섭취할 경우 소화장애 및 신장에 부담을 주고 약물과 유해한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사람을 대상으로 한 노화 예방 효과는 아직 확립되지 않았으며, 비임상 실험에서 일부 가능성을 보였던 다른 노화 방지 약물도 임상시험에선 항상 효과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2022년 《영양(Nutrition)》에 소개된 브라질에서 실시한 소규모 임상시험에 따르면, 4개월간 저용량의 타우린 보충제를 섭취한 노인 여성은 독성 우려 없이 긍정적인 항산화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진은 다른 용량의 타우린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타우린 보충제에 대한 인체 연구는 하루에 약 1.5g의 저용량 평가를 시행했다. 반면 이번 연구에서는 생쥐와 원숭이에게 투여한 용량은 사람으로 치면 하루에 약 3~6g에 해당하는 고용량이다.
야다브 연구원은 인도 국립면역학연구소의 동료들과 함께 사람들의 혈중 타우린 수치를 측정한 결과 나이가 들면서 타우린 수치가 꾸준히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 60세 노인의 타우린 수치는 어린아이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이후 연구진은 중년의 쥐와 붉은털원숭이에게 고용량의 타우린 보충제를 투여하고 이를 투여하지 않은 동물과 건강 결과를 비교했다. 6개월이 지난 뒤 원숭이의 골밀도, 당 대사 및 면역 기능이 개선됐다. 쥐에서는 이러한 혜택 외에도 더 많은 이점을 보였다.
원숭이들은 체중이 덜 증가하고, 근육이 강해졌으며, 불안감이 줄어들었다. 또 주변 조직에 계속 피해를 주는 오래된 세포인 좀비 세포의 수가 감소하는 등 세포 수준에서 여러 가지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타우린은 쥐의 평균 수명을 암컷의 경우 12%, 수컷에서는 10% 증가시켰다. 이 보충제는 벌레의 수명에도 비슷한 영향을 미쳤다.
연구진은 또한 2가지 데이터 세트를 분석해 타우린의 노화 방지 잠재력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발견했다. 하나는 영국 동부에 거주하는 약 1만2000명의 중년층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 낮은 타우린 수치와 비만, 당뇨병, 고혈압과 같은 질병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줬다. 독일의 운동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다른 연구에서는 고강도 운동이 타우린 수치를 자연적으로 향상시켜 신체 활동의 노화 방지 효과를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타우린이 체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생쥐와 벌레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 따르면 타우린은 세포 내부의 에너지 생산 공장인 미토콘드리아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의 크리스티 카터 연구원은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임상의와 과학자들은 통제가 잘 이뤄진 임상데이터가 나올 때까지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거나 타우린 분말을 과잉 첨가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의 노인의학자인 제임스 커클랜드 박사는 "인체 대상의 임상시험을 할 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앨버트 아인슈타인의대 노화연구소 니르 바르질라이 소장 역시 "타우린이 분명 인간에게도 효과가 있다면 대단한 일이 될 것"이라면서도 타우린을 수명 연장을 위한 마법의 비약으로 보지 말라고 경고했다. 특히, 고용량 수준을 고려할 때 사람들이 보충제를 신중하게 섭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bn9257)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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