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문턱 경험했다면...심장 멈춘 순간, 뇌에선 폭풍이 [사이언스라운지]

이새봄 기자(lee.saebom@mk.co.kr) 2023. 6. 1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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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누워있는 나를 내려다 봤어요. 눈 앞에서 파노라마처럼 내 인생이 스쳐 지나갔고, 밝은 빛을 봤어요.”

실제 죽음의 경계까지 갔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들은 위와같은 비슷한 경험을 고백하곤 한다. 이른바 ‘임사체험’이다. 임사체험은 사고나 질병 따위로 의학적 죽음의 직전까지 갔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겪은 죽음 너머의 세계에 대한 체험으로 수천 년 전부터 사례가 기록되어 왔다.

지난달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는 사람들이 임사체험을 겪는 이유가 죽어가는 동안 뇌 활동이 폭발적이 증가하기 때문이라는 내용을 담은 논문이 실렸다.

의학적으로 죽음은 ‘심장이 돌이킬 수 없이 멈추는 순간’으로 정의되어 왔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많은 동물과 인간의 뇌 활동이 몇 초에서 몇 시간 동안 지속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2013년 미시간 대학교의 지모 보르지긴 신경학 교수 연구팀은 ‘시궁쥐의 뇌에서 심장이 멈춘 후 최대 30초까지 의식의 징후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당시 뇌파는 의식이 또렷할 때 나타나는 형태와 흡사했고 연구진은 이 현상을 ‘자기 보호 기능’중 하나로 추정한 바 있다.뇌로 산소와 영양분이 공급도지 않자 의식을 더욱 강하게 해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마지막 발버둥’을 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임사 체험이 실제로 경험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연구 놓고 과학계에서는 다양한 반론이 나왔다. 심장마비를 유도하기 위해 투여한 마취제가 쥐의 뇌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대표적이다. 또한 동물이 스스로 자신의 죽음을 감지하는지 조차 알 수 없는데, 사람의 임사체험을 쥐로 실험할 수는 없다는 반론도 있었다.

이러한 반론을 증명하려는 듯 이번에 보르지긴 교수 연구팀은 쥐가 아닌 실제 사람의 뇌파를 분석했다. 이들은 혼수 상태에 빠져 생명유지장치에 의존하는 상태에서 뇌파가 측정된 4명의 의료 기록을 살펴봤다. 환자 중 누구도 생존 가능성은 없었다.이들의 뇌파 검사지에는 ‘의사가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기 전과 후’, ‘환자의 마지막 심장 박동이 측정된 기간’, ‘모든 뇌 활동이 중단될 때’까지 각 환자의 뇌 표면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전기 신호가 지속적으로 기록됐다. 그런데 인공 호흡기를 제거한 지 몇 초가 지난 후 두 환자의 뇌에서 갑자기 감마파 패턴의 신경 활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심장이 멈춘 후에도 계속됐다.

감마파는 사람이 의식을 갖고 있을 때나 명상을 할때, 꿈을 꾸는 렘 수면 상태에서 나타난다. 때문에 일부 신경과학자들은 이 신호를 의식과 연관시키기도 한다.

루이빌 대학교 신경외과 의사 아즈말 젬마는 “죽어가는 사람들에게서 건강한 사람들과 동일한 감마파가 나타나는 것은 뇌가 마지막 순간에 기억에 남는 사건을 재생한다는 보고에 대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람의 뇌에서 발작을 모니터링하는 동안 유사한 감마파를 관찰한 적이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네 명의 환자 중 두 명만이 감마파가 관찰된 것은 임사체험을 한 모든 사람이 기억 회상이나 유체이탈 경험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보르지긴 교수 연구팀은 또한 이번 실험에서 의식에 관여하고 꿈, 발작, 유체이탈 환각 중에 활성화되는 것으로 여겨지는 ‘측두-두정-후두정 접합부’영역에서 전기활동이 증가하는 것도 확인했다. 보르지긴 교수는 이러한 활동이 “뇌가 산소가 부족할 때 진입하는 것으로 알려진 생존 모드 중 하나”라며 “뇌는 외부 의식 신호가 차단되는 동안에도 소생을 시도하기 위해 수많은 신호 분자를 방출한다”고 밝혔다. 집 안에 불이 났기 때문에 외부 세계로 향하는 문을 닫고 내부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시도하는 것과 같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보르지긴 교수는 “차후 다른 의료센터와 협력해 죽어가는 환자의 뇌 활동을 연구함으로써 이 연구결과를 다시 재현하고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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