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한說]"귀국할 이유 없다"…중국 반도체 인재가 미국에 남는 까닭
[편집자주] 세계 반도체 수요의 60%, 150조원 규모의 가전시장을 가진 중국은 글로벌 IT시장의 수요 공룡으로 꼽힙니다. 중국 267분의 1 크기인 대만은 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호령하는 TSMC의 본거지입니다. 미국·유럽 등 쟁쟁한 반도체 기업과 어깨를 견주는 것은 물론 워런 버핏, 팀 쿡 등 굵직한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았죠. 전 세계의 반도체와 가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화권을 이끄는 중국·대만의 양안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중국과 대만 현지의 생생한 전자·재계 이야기, 오진영 기자가 여러분의 손 안으로 전해 드립니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에서 유학한 중국인 유학생 A씨(29)는 최근 근무 중인 미국 회사의 인턴십을 연장할 방안을 알아보고 있다. 중국 회사의 채용 조건도 살펴봤지만 급여가 터무니없이 낮아 미국에 머무를 계획이다. 중국 정부가 '인재는 고국으로 돌아오라'고 홍보하고 있으나 A씨는 근무 조건을 최우선으로 했다. A씨는 "고학력자는 당연히 모국에 기여해야겠지만, 미국 기업의 처우가 너무 우수하다"며 "단순히 애국심으로 취직을 결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지 업계는 중국 내 반도체 인력 57만여명(2022년 기준)의 대우는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고 주장한다. 중국 징웨이 연구소에 따르면 현지 반도체 인력의 평균 월급은 1만 783위안(약 205만원)으로 중국 대졸자 평균 월급인 5000~6000위안(약 95~114만원)의 2배다. 팹리스(설계)나 패키징(후공정)등 대우가 좋은 부문은 평균 월급 3만위안(약 570만원)을 웃돌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인디드는 미국 내 반도체 엔지니어의 평균 월급을 7536달러(약 975만원)으로 추산한다. 중국 평균치의 4배가 넘는다. 인텔이나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 직원들의 급여는 더 높다. 연구소에 소속되면 미국 정부가 높은 수준의 연구개발비도 지원받는다. 현지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반도체 부문 평균 연구개발비는 중국의 6~7배다.
또 미국은 자유로운 연구를 보장한다. 미국은 대학이나 기업에 소속돼 있다면 별도 절차 없이도 연구를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지역 정부는 물론 중앙 정부, 당 소속 과학기술위원회 등 많은 기관이 개입한다. 연구 자금 신청 절차도 굉장히 까다롭다. 게다가 미국 정부는 인텔·글로벌파운드리스 등의 반도체 기업과 석·박사 학위 소유자에게 그린카드(영주권) 발급 절차를 논의하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이 미국에 남는다면 더 많은 급여와 자유도를 보장받으면서도 미국에 거주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귀국을 거부하거나 중국으로 향하는 반도체 인재가 매년 늘고 있다. 현지 업계와 MIT공대의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중국 이공계 유학생 중 80%가 해외에 남는다. 이 중 상당수는 패권 다툼의 상대국인 미국이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매년 20만명 이상의 반도체 인력이 부족한데 해외 유출 인력도 수만명이 넘는다"며 "미국 회사 직원 중 과반수가 중국인 혹은 중국계 미국인"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굵직한 인사들도 귀국을 꺼려한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최연소로 교수에 임용된 인시(40)는 공개 석상에서 "중국에 돌아갈 계획은 없다"고 중국행을 부정했다. MIT 연구팀을 이끄는 주자이디(24)도 1나노 반도체 기술에서 획기적인 연구성과를 거둔 뒤 미국에 남았다. 런정페이 화웨이 최고경영자(CEO)가 "중국 닭들은 우리 집에서 길러도 알은 남의 집에 낳는다"고 하던 것이 현실화됐다.
정부도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 외엔 묘책이 없다. 관영 인민일보는 닝샤와 허베이, 마카오 출신의 인재가 고국 발전을 위해 귀국하고 있다면서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하버드 대학교 등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미국을 떠나 귀국한 중국인 학자는 3878명이다. 매년 수만명이 미국 유학을 떠난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베이징 인근의 한 팹리스 기업 관계자는 "반도체 업계는 본토(중국)에서 근무하는 중국인 엔지니어 중 15~20%가 이직을 희망할 정도로 높은 근무강도에 비해 대우가 낮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며 "만일 개선책이 빠른 시일 내에 마련되지 않는다면 반도체 인재의 해외 유출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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