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법안] “정유정 옛날 사진은 무용지물”…美처럼 ‘머그샷 공개법’ 도입?

변문우 기자 2023. 6. 1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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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강력범죄처벌법 개정 공감대…범죄자 신상공개 결정 30일 이내 사진 공개
전문가들 “더 강력한 신상공개 필요…성범죄·방화·사기범도 공개 대상에 넣어야”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왼쪽 사진은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는 모습이다. 오른쪽은 정유정의 증명 사진 ⓒ연합뉴스·부산경찰청

"지금 정유정과 마주쳐도 공개된 사진으로는 범죄자인지 전혀 못 알아보겠다."

최근 부산에서 20대 또래 여대생을 무참히 살해한 정유정(23)의 신상과 얼굴사진이 공개됐다. 하지만 해당 사진은 정유정이 오래 전에 촬영한데다 포토샵도 활용돼 지금 모습과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부 누리꾼들은 "왜 옛날 사진을 보여주냐"며 공분했다. 또 위의 반응처럼 사진 공개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출하는 누리꾼들도 많았다.

이처럼 최근 '정유정 사건'은 물론, 최근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잇달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도 공개된 사진과 실물이 전혀 달라 시민들을 불안감에 떨게 했다. 이에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강력범죄자의 증명사진이 아닌, 현재 모습이 그대로 담긴 '머그샷(mugshot·구금 과정에서 촬영하는 범죄자 얼굴 사진)'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현행법에선 강력범죄자의 머그샷을 공개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당사자의 허락 없이 머그샷을 공개할 경우 '피의사실 공표죄'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피의자의 인권을 지키는 취지에서다. 때문에 2010년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 이후부터 경찰은 강력범죄 피의자의 신상 공개 시 대부분 증명사진을 공개하는 추세다. 실제로 체포 이후 머그샷이 공개된 사례는 2021년 12월 서울 송파 일가족 살해 사건의 범인인 이석준 한 명 뿐이었다.

하지만 이 경우 '강력범죄자의 신상을 식별하기 위한 사진 공개'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비판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특히 강력범죄자의 '2차 범죄'나 '보복 범죄'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현재 모습 식별이 가능한 사진은 꼭 필요하다. 부산에서 '묻지마 돌려차기' 범죄를 가한 남성도 구치소에서 "틈만 보이면 탈옥해서 피해자 찾아갈 것"이라고 보복 범죄를 예고, 피해자는 물론 인근에 사는 주민들도 두려움에 떨고 있기도 하다.

3월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의 모습. ⓒ연합뉴스

'머그샷 공개법' 우후죽순…"신상공개 실효성 확보해야"

국회에선 이러한 여론을 반영해 여러 '머그샷 공개법(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들이 우후죽순 쏟아졌다. 국민의힘에선 박형수·박덕흠·송언석 의원이 해당 법안을 발의했다. 또 야권에선 더불어민주당의 이형석·김용민·안규백 의원과 이성만 무소속 의원이 발벗고 나섰다.

해당 법안들은 살인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의 신상을 공개할 때 증명사진이 아니라 최근에 촬영된 사진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이 공통적으로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송언석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범죄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되면 그 결정 시점으로부터 30일 이내의 최근 모습을 공개하도록 정했다.

송언석 의원은 "(법안이 통과되면) 범죄 피의자 얼굴을 대중이 식별하는데 용이해져 제도의 실효성이 커질 것이며, 궁극적으로 범죄로부터 국민 안전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규백 의원도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피의자의 재범방지·범죄예방을 도모하려는 신상 정보 공개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피의자의 최근 얼굴 공개를 통해 피의자를 식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모두 해당 법안에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범죄자 얼굴 공개 제도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법제사법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를 맡고 있는 정점식 의원은 9일 "이번 정유정까지 국민들에게 공개된 사진과 실물 간의 괴리가 크다"며 "신상공개 제도의 실효성 확보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국회에는 여론의 요구를 반영한 법안이 약 7건 발의돼 있다"며 "여야가 이에 대해 공감대 형성되고 있는 만큼 이 문제를 조속히 논의해 알 권리를 실효적으로 보장할 방안 마련에 최선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범행을 자백한 이춘재가 11월2일 오후 화성 8차사건의 재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연합뉴스

"30년 전 사진으로 식별?…신상 공개 대상 다시 정해야"

전문가들도 국회의 움직임에 화답하는 분위기다. 특히 일각에선 더 강력한 신상 공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신상 공개를 하려면 더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며 "지금은 인권 침해, 이중 처벌을 이유 때문에 (신상 공개 제도가) 어정쩡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피의자가 동의를 해야 사진 공개가 가능하다. 근데 화성 연쇄살인 사건 범죄자인 이춘재를 보라. 30년 전 사진으로 어떻게 이춘재인지 알겠나"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래서 사진 규정을 최근 몇 개월 이내의 사진이라던가, '머그샷'이나 '폴리스 라인'에서 얼굴을 가리지 않고 찍은 사진 등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며 "지금은 폴리스 라인에 서도 모자 쓰고 머리 가리면 정유정인지 아닌지 아무도 모르지 않나. 사진 공개 목적에 맞게 누구나 얼굴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교수는 신상 정보 공개 대상의 범위도 다시 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신상 공개의 목적은 범죄자의 재범을 방지하는 동시에, 대중들에게 우리의 사법 정의가 실현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취지"라며 "이를 통해 범행 동기를 억제하려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또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어차피 살인 등 강력범죄는 종신형이라 재범이 불가능하다"며 "오히려 재범률이 높은데 강력범죄에 포함되지 않는 범죄들도 신상 공개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예를 들어 성범죄자나 방화범, 사기범 등은 흉악범에 속하지 않지만, 이들로 인해 고통 받는 피해자는 수없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개 목적에 맞게 재범 위험성을 중심으로 대상을 다시 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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